미용실 원장님의 노래

휴일 오전에 손자 머리를 깎이러 미장원에 갔습니다.

우리 한이는 구레나룻도 있고 머리가 갈색이어서 길어도 멋있긴 한데 학생이라 단정하게 자릅니다.

손자들과 내가 가는 미용실은 약국을 할 때부터 20년 넘게 다니는 단골 미용실입니다.

아파트 상가 한자리에서 오랜 세월 꾸준히 미용실을 하는 아주 성실한 분이 원장님입니다.

원장님은 예쁘기도 하고 상냥하고 신문을 두 가지나 구독해 읽는 아주 지성적인 분입니다.

친구처럼 오랜 세월 단골로 다녀서 서로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원장님의 새로운 면을 발견했습니다.

노래를 잘하고 네이버에 블로그를 하고 있는 것을 내가 여태 몰랐던 겁니다.

지지난 번에 머리를 하러 갔을 때 블로그를 하고 있다는 얘기를 그분에게서 처음 들었습니다.

오래 미용실을 하다 보니 기술도 좋고 나름대로 노하우가 생겨서 그걸 손님께 양해를 구하고 사례로 찍어서 블로그에 올린다고 했습니다.

손이 빠르고 미적 감각이 좋아서 머리를 다 잘 하지만 본인의 주특기가 올림머리라고 했습니다.

올림머리는 결혼식 등 큰 행사가 있을 때 한복을 입고 주로 하는 머리 형태입니다.

스튜어디스들도 올림머리를 스타일을 자주 합니다.

그분에게 블로그 얘기를 듣고 집에 와서 찾아보니 본인 이름으로 블로그를 하고 있어서 인사말을 남겼더니 내 블로그에도 와서 보곤 하신다고 하는군요.

내가 블로그에 ‘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나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얼마 전에 쓴 적이 있습니다.

그걸 원장님이 읽었다며 내가 미용실에 갔을 때 본인 노래를 녹음한 것을 들려주었습니다.

처음엔 설명 없이 미용실에 퍼지는 노래를 들었을 땐 라디오를 켜 놓은 줄 알았습니다.

노래 몇 곡이 다 끝난 다음에 원장님 본인이 부른 노래라고 설명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노래를 잘 했습니다.

노래를 잘 하는데 진즉에 가수로 나가시지 그랬냐고 했더니

그렇잖아도 20살 때 광주방송국에서 하는 노래자랑에 나가 우승한 적도 있고

그걸 보고 무슨 프로덕션에서 연락이 오기도 했는데 무섭고 싫더라고 했습니다.

밤무대에 기다란 드레스를 입고 서서 노래를 부르는 것만 상상되었고 합니다.

미용실 원장님께 지금이라도 가수에 데뷔해 보라고 권했습니다.

그 당시 제대로 컸으면 가수가 될 뻔했는데 지금 와서 아쉬운 마음이 든다고 하는군요.

노래를 잘하면 얼마나 좋겠어요.

정말 부러운 일입니다.

미용실 원장님이나 나는 말을 별로 많이 하는 사람들이 아닌데 노래 이야기를 하니 끝이 없었습니다.

요즘에 가장 핫한 가수 송가인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습니다.

나도 송가인 목소리가 확 트여서 좋다고, 트로트가 송가인 때문에 좋아졌다는 말도 했습니다.

글 모임 지인 중에 송가인의 열렬한 팬이 있습니다.

미스 트롯이라는 프로에 나와 다른 출연자와 경쟁을 할 때부터 눈여겨봤는데 남다르더라고 들어보라고 단체 카톡에 링크를 걸어주기도 했습니다.

송가인은 국악으로 시작해서 목소리가 확 트였는데 그 목소리로 트로트를 부르니 창법이 특이하고도 깊은 울림으로 약간 쉰듯하면서도 목청이 크고 정말 트로트를 잘 부릅니다.

지난 추석 연휴 기간에 가수 송가인 씨가 하는 추석특집 칠순잔치라를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습니다.

평소엔 집에 어린 손자가 있어서 텔레비전을 거의 켜지 않는데 명절이라 아이들이 본가에 가고 없는 틈에 영화를 한편 보려고 채널을 돌리다가 지인이 소개한 송가인이 눈에 띄었습니다.

막 프로그램이 시작하고 있기에 채널을 고정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봤습니다.

노래를 워낙 잘하는 것도 있지만 외모가 이웃집 순이같이 소박하고 친근해서 더 정이 갑니다.

저도 그때부터 송가인 팬이 되었습니다.

미용실 원장님도 노래를 잘하고 노래에 관심이 많으니까 송가인 등 가수 이야기가 나오니까 얘기를 무척 잘했습니다.

20년 넘게 이웃에 살고 단골로 지냈지만 노래 이야기를 하면서 부쩍 가까워진 느낌입니다.

또 네이버 블로그 이웃이기도 해서 더 정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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