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지 인간.

이 세상에서 가장 정의하기가 어렵고 설명하기가 힘든 존재가 사람이다.
인간존재를 설명하기 위한 학문적 시도는 언제나 계속되었지만 결정적인 결론은
아직 없는셈이다.
특히 첨단과학의 시대를 살고있는 현대인에 대한 연구는 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하루가 다르게 인간이 살고있는 환경이 급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가지 변하지않는 핵심조건이 있다.
그건, 인간은 ‘아날로그적존재’ 라는 사실이다.
앞으로는 칩을 몸에심는 디지털 인간도 등장할수 있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아날로그적인간은 동물적인 육체를 가지고있기 때문에 그 근본에서 디지털화 할수
없다.
결국 인간에 대한 가능한 정의나 설명은 아날로그적인간이 기준이 될수밖에없다.
디저털의 세계가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은 인간이고 로봇은 로봇일 뿐이다.
때문에 AI가 불러올 윤리문제는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인간존재를 정의하는 가장 고전적인 주장중에 성선설-性善說 이 있다.
인간의 본성은 선천적으로 착하나 나쁜환경이나 물욕으로 악한일을 저지르게 된다는
학설이다.
중국의 맹자가 크게 주장한바 있다.
다른 하나가 성악설-性惡說 이다.
인간의 본성을 이기적 욕망으로 보고 선한행위는 후천적 습득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보는 학설로 역시 중국의 순자가 주장했다.
최소한 우리문화권 에서는 자고로 이 두학설이 주류를 이루어온게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아는대로 사람은 그 일상을 살면서 주변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것도 현실이다.
특히 어릴때가 더 그렇다.
그 근본성격이나 성향에서 좀더 착한사람이 있는것도 사실이고 상대적으로 더 악한
사람도 있다.
성선설도 성악설도 그래서 인간성 전부를 설명해 준다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금보다는 단순하게 살던시대에 크게 두 부류로 나누었을뿐이다.

이제 우리는 동일한 조건에서 보여주는 인간들의 반응을 통해 크게 네가지 부류로
인간군을 구분해 보자.
이 방법은 이미 고전이 되었을만큼 보편적인 것이기도 하다.
실험장소는 간선도로의 ‘횡단보다’ 다.
빨간신호에서는 아무도 차도를 건널수 없고, 파란불에서만 길을 건너갈수 있다.
이 규칙은 모두의 약속이고 보행자나 운전자가 신호를 제대로 지켜야 사고를
막을수 있다.
그런면에서 신호등은 사람과 차량모두의 안전을 지켜주는 법-규칙-약속이다.
지금 세계에는 200개가 넘는 나라들이 있다.
어떤 나라는 이 법-규칙-약속이 잘 지켜지고 있고 또 어떤 나라는 그 반대다.
대개의 경우 전자가 선진국이고 후자가 후진국이다.
다른 하나는 선진국중에는 이 법-규칙-약속을 효율적으로 능가하고 있는 나라도
있다.
시민정신이 그런 효율성을 만드는 수준까지 가 있다는 뜻이다.
언제나 사회적효율은 교육과 깊은 관계가 있다.

첫째부류는 신호체계를 완전히 무시하고 틈만 보이면 제멋대로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사람들이다.
위험하기도 하고 다른사람들과 차량에게 막대한 해를 입힐수도 있다.
가장 이기적이고 예측할수 없는 부류들이다.
자기만 편하면 되고 자기잇속만 챙기면 되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배려가 전혀없다.
문을 열어놓고 사는 더운계절,
집에서 기르는 애완견이 아무리 짖어대도 신경도 안쓴다.
다른 사람들이 그 개짖는소리에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는 안중에도 없다.
여러사람들이 조용히 식사하는 식당에서 자기애들이 아무리 뛰어다니고 시끄럽게
해도 제지를 안하는 부모들도 많다.
혹 주인이 애들을 제지하면 ‘애들 기 죽인다’ 고항의한다.
기를 살리는것과 망종을 기르는것의 차이를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사회에는 생각보다 이런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사회가 혼란스럽고 살기에 힘들다.
후천적 인성교육이 부족해서 생긴 변고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다수를 따라가는 유형이다.
신호가 빨간불일 때 모두가 파란불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때 빨간불 인데도 누군가가 길을 건너기 시작하면 한둘이 따라가고 그 숫자가
많아지면 차가 설 수밖에 없다는 생각까기 하며 그 여럿을 따라간다.
자기만의 기준, 철학이 없는경우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광우병촛불’ 이다.
그때 미국산 소고기를 수입해 먹은 나라가 48개국인데 어디서도 광우병 환자는
없었다.
물론 국내소비자 중에서도 광우병 환자는 없었다.
전염성이 없다는 과학적 근거가 분명했지만 한두사람으로 시작, 다수가 가담하자
모두가 뛰따른 것이 그 케이스다.
특히 우리사회는 ‘쏠림현상’ 이 극심하다.
지금 ‘사드’ 문제가 혼란스러운 것도 과학을 믿지못하는 미신적수준과 반체제
세력의 선동이 먹혀들어가기 때문이다.
인간의 자기정체성은 그 자체가 높은 지적수준이다.
민도가 낮을 때 정체성이 설 자리는 없다.
세계 어디에서나 마찬가지다,

세 번째가 끝까지 신호를 기다리는 부류다.
준법정신이 강하고 원칙에 충실한 사람들이다.
맡은일에 최선을 다하고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보편적인 시민들이다.
오래전,
세종문화회관에서 12월추운겨울,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 전곡연주회가 있었다.
합창부분은 국립합창단이 맡았지만 네명의 솔리스트들은 외국인을 초빙했다.
그런데 그날 실내가 너무추워 청중들도 그것을 느꼇고, 특히 몸의 노출이 심한
소프라노와 알토 는 추위 때문에 털코트를 입고 연주하는 불상사가 있었다.
세종문화회관 실내온도를 담당한 공무원은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18도에 고정,
실내가 추워진 것이다.
더 추운날은 규정보다 실내온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융통성이 없었기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그런면에서 원칙주의자는 신호쳬계를 무시하는 ‘이기적인 사람’ 만큼 위험한 존재
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공공시설의 냉,난방에서 균형이 크게 부족하다.
너무춥거나 너무덥다.
모두가 경험에서 익히 알고있는 일이다.

네 번째는 융통성있는 부류다.
비록 신호는 빨간불 이지만 좌우에 차가 보이지 않을 때, 즉 도로가 텅 비어있을 때
더 기다리지 않고 길을 건넌다.
이때 만약의 위험부담은 스스로 책임진다.
우리부부는 빠리의 프랑스인 중산층 가정에서 한달을 민박한 일이있다.
매일 빠리시내를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니면서 빠리쟁들과 횡단보도에 함께 서 있을
때가 많았다.
그런데 그들은 거의 모두가 좌우도로가 비면 서슴치 않고 길을건넜다.
빠리에 오래살고있는 친구는 그런 현상을
‘질서위의 질서’ 라고 설명했으며 그 효율성은 더 적극적인 준법이라고했다.
유럽의 나라중,
휴가철에 해안으로 나가는 하행선고속도로가 정체현상을 보이면 차량통행이 적은
상행선의 한두차로를 하행선으로 즉시변경, 정체를 해소하고 있다.
정말 대단한 융통성이 아닐수 없다.
우리고속도로에서 상, 하행선중 한쪽을 비워 정체를 해소하는 융통성은 기대할수
없다.
명절때마다 겪는 무서운 정체를 해결할 기미도 없다.
사고방식 자체가 경직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비효율은 낭비일수 있다.
선진국이 더 잘사는 이유는 연구해 봐야한다.

‘동원’은 원양업으로 일어선 기업이다.
지금 81세인 김재철회장은 선장으로서 바다에서 겪을 수 있는 일은 다 격어본
백전노장이다.
그는 한국원양어업의 개척자 이기도하다.
‘선장은 다음어장을 생각해야 한다.
선원들이 고기를 낚을 때 홀로 내일아침엔 어디로 갈것인가를 결정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게 선장이다.
고기를 못잡는다고 선원들을 탓하면 안된다.‘
김재철회장은 선장들을 네가지 부류로 나누어 설명한다.
‘바다에는 네가지 부류의 선장이 있다.
가장 고기를 잘 잡는 선장은 기술이 좋고 늘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 다음은 그런 선장과 친한 사람이다.
어장은 부자간에도 속인다고 하지않는가.
셋째는 기술은 없지만 부단히 노력하는 선장이다.
제일 고기를 못잡는 선장은 ‘어디가 잘 잡힌다’ 는 소문만 쫓아다니는 선장이다.
다들 만선이 돼 돌아올 때 따라들어가면 파장인 것이다.‘
경청할만한 설명이며 온갖 현장을 경험한 분의 지혜이기도 하다.

인간은 같을수가 없다.
생긴게 다르듯 모두가 서로다른게 사람이다.
문제는 어떻게 다른가 이다.
선한쪽인가 악한쪽인가.
자기 정체성이 분명한가 아니면 남을따라 다니며 살고있는가.
스스로 자기를 살펴보고 성찰해야하는 이유는 더 좋은 삶을 살기위해서다.
그래서 언제나, 어렵지만 자기자신을 제대로 아는게 우선이다.
모든 선택은 그 다음이다.
물론 네가지 부류의 인간이 전부는 아니다.
크게봐서 그렇다는 뜻일 뿐이다.
모든 인간에게는 업(業)과 ‘자기실현’ 이라는 두 개의 길이있다.
때문에 자기를 알고 ‘균형’을 잡는일이 중요해진다.
풍요로운, 내용적 삶은 그 균형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특히 평균수명이 길어진 지금이 더 그렇다.
현업, 현역도 중요하지만, 그 다음도 똑같이 중요한게 인생이다.

자기를 아는일은 다른사람을 아는일보다 더 어렵다.-yoro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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