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길, 남의길.

우리 인류가 오랜기간의 수렵,채집생활을 끝내고 한곳에 정착, 농사를 짓기 시작
한 것은 채 일만년이 안된다.
땅을 개간해 농사를 짓고 들짐승을 길들여 가축을 길렀다.
문화사에서는 이를 ‘농업혁명’ 이라고 부른다.
농사를 짓기시작하자 먹는문제가 해결되었고 비축식량이 생기면서 ‘분업’ 이 시작
되었다.
왕과 사제, 군인은 이미 있었지만,
서기, 회계, 목수, 가죽을 다루는 일같은 전문직종이 생겨났다.
모두가 농사짓는 일에 매 달리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물론 비축식량을 사이에 두고 부족간에 큰 전쟁이 시작된것도 이때다.
그래도 품종개량은 꾸준히 계속되었고 지금 우리들이 먹고있는 곡물들이 등장했다.
쌀과 밀, 옥수수는 그때나 지금이나 인류가 가장많이 소비하는 식량이다.
농업혁명 이전과 이후의 인간생활도 큰 변화를 겪은게 사실이다.

그 다음이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 이다.
산업혁명의 핵심은 증기기관-동력의 발명이었으며 이 동력이 대량생산시설과 접목
되면서 시작되었다.
그때까지 사람들 손에 의해 베틀에서 소량으로 짜내던 옷감-천이 동력의 전달로
돌아가는 방적기에의해 더 싼값에 대량으로 생산되었으며 이때 처음으로 ‘공장’과
‘임금근로자’ 가 등장한다.
공장은 곧 제조업의 대명사가 되었으며,
임금근로자는 종업원이 되었다.
그때이후 형태는 변했지만 ‘임금근로자’ 는 지금까지 경제를 떠 받치고있는 한 축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단순노동에서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로 나뉘었고 기술직과 관리직으로도 나뉘었다.
지금은 첨단과학의 시대답게 직종도 다양해졌고 임금과 함께 노동조건의 격차도
커졌다.
앞으로 임금근로자의 정의는 많이 변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일’을 한다는 기본은 변함이 없다.
로봇이 일을해도 그 로봇에게 일을 시키는 것은 역시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인구 5천만중 직장에 다니고있는 사람은 1천650만 정도다.
자영업자와 임시직을 합하면 2천만이 될것으로 추산한다.
직장은 일터이자 밥벌이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가족을 부양하고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입이 있어야 하며 직장은
그 수입을 얻는 기본단위가 된다.
임금근로자가 존재하는 일차적 이유가 그렇다.
전체주의 국가의 계획경제가 아닌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임금’ 이 가장
대표적인 수입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직장에 다니는 일을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겉으로 봐서는 똑같은 월급쟁이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차이가 있는것도
사실이다.
어떤 특별한 목표없이 타성과 관행으로 직장생활 하는사람들이 가장 많지만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또 일부는 비록 수입을 위해 직장에 다니고는 있지만 언젠가는 자기가 하고싶은
일을 은밀히 계획하는 사람도 있다.
목표를 가지고있는 사람중에는 반드시 임원이 되겠다고 결심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그 반대도 있다.
임원의 비정한 속성을 알기 때문이다.

모두가 아는대로 직장의 ‘별’ 은 임원이다.
평사원으로 입사, 임원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다.
임원은 회사나 단체를 맡아 이끌어가는 직위가 높은 사람이며 회사경영에 대해
큰 책임이있는 직위에 있다고해서 중역(重役)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나의 회사가 설립, 법인이 되는 경우 회사의 중요정책을 기획,의결하는 이사회가
있게되며 이 이사회의 구성원을 이사(理事)라고 부른다.
임원이나 중역은 직위와 책임에 따르는 명칭이지만 이사는 법인회사의 등기임원
으로서 회사경영에 대해 무한책임을 진다.
대표이사 사장, 대표이사 전무, 상무등이 그것이다.
이사는 주주총회에서 선임되며,
회사가 경영이 어려워 체납같은 사태가 발생할때는 과점주주가 2차적인 납세의무를
진다.
등기이사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연봉등 신분이 공개되기 때문에 상당수 오너들이
등기이사를 기피하고 있다.
이사중 이사회에 참석하지않는, 단지 부장에서 승진된 미등기 이사도 있다.
연봉등 대우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제는 직장의 별 이라고 부르는 임원에 대한 속내를 알아보자.
기업평가회사인 CEO스코어가 국내 30대 그룹(공기업제외) 상근임원 9479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대기업에서 임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1%가 채 되지 않았다.
피라밋의 꼭대기는 바늘구멍보다 좁다는 뜻이다.
삼성이 0.9%, SK그룹 0.9, 현대자동차 0.5, LG가 0.6 이었다.
그렇다면 어떤 직원이 임원까지 올라가는 것일까.
30대그룹 전체임원의 평균나이는 54.3세다.
신입사원, 대리, 과장, 부장까지 20년 이상 한 우물을 깊게 판 사람들이다.
일단 임원이 되면 평이사인 경우 회사의 자기책상에 앉는 시간이 오전 7시이전
이어야 한다.
밀린업무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며 이후 아침시간대의 회의와 일상의 업무, 그리고
점심과 저녁시간에 잡혀있는 일정까지 소화하고나면 자정이 가까워지는 것은 일상
이다.
무슨 얘긴가.
자기 개인은물론, 가족과의 시간까지 100%를 회사에 바쳐야 한다.
회사만 있고 자기와 가족은 없는게 임원의 생활이다.
또 그렇게 했기 때문에 임원이 되기도 했다.

2015년 기준,
삼성전자의 직원평균연봉은 1억100만원이다.
반면 신종균 사장의 연봉은 48억원이다.
이 외에도 임원이 되면 개인공간, 비서업무, 차량지원, 업무추진비등 바뀌는 것이
한둘이 아니다.
회사경영에 대해 무한책임을지는 상대적 대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임원은 신분보장이 안된다.
부장까지는 근로자로서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법적인 신분보장을 받지만
임원은 이미 사용자이기 때문에 법적보장이 없다.
그게 누구든 다음 주주총회에서 재신임을 받지못하면 떠나야 하는게 또 임원이다.
대부분의 임원들은 ‘계약직’ 이기 때문에 오너(대주주)의 마음이 바뀌면 잘리는게
현실이다.
주주총회는 1인1표이기 때문이다.
임원은 정말 직장의 별이며 꽃일까.
그 자리에 앉아있는 대부분의 당사자들은 고개를 가로 젓는다.
고참부장이 되면 다른회사의 부장자리로 직장을 옮기는 사람들은 임원을 기피하는게
마음편히 사는 길임을 아는 사람들이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도 많다.

탄탄한 중견IT기업의 팀장으로 일하던 김준엽씨는 50대 초반이다.
그는 회사의 과중한 업무량을 더 이상 견딜 자신이 없었으며 주말근무는 기본이고
거의매일 야근이 이어졌다.
대우는 좋았지만 자기의 건강이 더 버틸수 없을 것 같았다.
그는 아내와 진지하게 의논한후 사표를 내고 회사를 그만뒀다.
아내도 직장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당장 경제적인 어려움은 없었다.
퇴직하고 몇 달이 지난후,
그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고 새로운 두려움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도무지 할 일이 없었던 것이다.
꼭 만나야 하는 절친한 친구도 없었고, 즐기는 취미도 없었다.
회사일에 매달려 있는동안 제대로 놀아본적이 없어 놀줄도 몰랐다.
더 심한 것은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조차 알수가 없었다.
사실은 김준엽씨뿐 아니라 대부분의 직장인이 비슷하다고 보면된다.
직장을 떠나면 ‘하찮은존재’ 인 자기자신을 발견하고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는다.
그래서 연령별 자살율에서 50대가 가장 많은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은 미스테리다.

직장은 결국 ‘남의길’ 이다.
법인인 회사의 최대목표는 이윤이다.
그 이윤을 위해 종업원이 있고 임원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회사의 일은 내일이 아닌, 남의일이다.
대신 한 인간으로서 또 하나의 길은 ‘자기실현’ 이다.
자기가 하고싶은 일을 통해 자기를 완성하는 ‘자기의길’ 이 그것이다.
김수겸씨는 세계적기업의 영업담당 전무를 거쳐 외국계정보기술 기업의 지사장으로
성공의 길을 걸어온 사람이다.
지금 그는 작은 사진관을 경영하고 있다.
김수겸씨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성공한 직장생활에서 ‘행복’을 찾을수가 없어 떠났고,
자기가 좋아하는, 사진을 찍는일을 통해 ‘자기의길’을 가고 있다.
또한사람은 젊은청년 유근성씨다.
그는 컴퓨터전공의 IT회사에 다니다 그만두고 지금은 헌책방을 경영하고 있다.
평소 책을 좋아했고 특히 헌책방을 순례하는 일에서 행복과 기쁨을 느꼈기 때문에
헌책방을 시작한 것이다.
두사람의 공통점은 그 인생에서 확실하게 터닝포인트를 돌았다는 점이다.
오직 돈이 지배하는 각박한 시간에서 자유가 지배하는 자기의 시간으로 회기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지금 아주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다.

물론 터닝포인트에는 극적인 선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사례로 ‘목공’ 이 그것이다.
오후시간, 한 목공방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다.
인문한박사, 헬스트레이너, 문구디자이너, 출판사직원, 의사, 직장인, 주부까지,
한가지 공통점은 모두가 나무로 무엇인가를 만드는 목공예에 빠져있는 점이다.
4개월기간의 전문가과정을 개설하고 있는 헤펠레목공방은 수업료가 200만원이며,
나무와늘보공방은 오후시간에 이론과 실습을 병행, 월 60만원이다.
두더지공방은 5-6만원을 지불, 간단한 가구를 직접 만들어 보게한다.
해쉬더우드는 4-8만원으로 스피커, 액자등 감각적인 소품을 만들어 볼 수 있어
젊은이들 사이게 인기가 크다.
직장에 다니면서 오후시간을 이용, 목공방에서 자기의 취미를 살리는 생활은
모두가 시도해 볼만한 ‘자기의길’ 이다.
소주와 삼겹살, 그리고 노래방도 필요한 일이지만 결과는 없다.
그러나 목공방은 더 큰 결실을 안겨줄 공산이 큰 투자다.
확실한 ‘자기의길’ 이 열려있는 문이기도 하다.

지금은 사람의 평균수명이 길어졌기 때문에 은퇴후도 현역때만큼 중요하다.
제2의 인생을 산다는 것은 제1인생보다 더 어려울수도 있다.
그래서 아주일찍 ‘남의길’ 과 ‘나의길’을 구분할줄 알아야 하고 준비해야 한다.
자기의길을 찾는 가장 쉬운방법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가를 아는 일이다.
그리고 그 일을 준비하고 해 나가면 된다.
직장에 있는동안 맡은일에 충실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러나 그 일에 나와 가족까지 희생해야 한다면 그 길은 피하는게 옳다.
그 끝이 너무나 허무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나이들어 잘 갖추어진 자기의 서재에앉아 자기가 좋아하고 즐기는 일을
하면서 산다는 것은 큰 축복이 아닐수 없다.
거기에는 그만큼의 세심한 준비가 있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의길’을 빨리 찾는게 중요해진다.

인생은 우리들이 무엇인가를 알기도전에 그 절반이 지나간다.-어네스트 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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