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부피 줄이기

이사를몇번다녀본사람이라면누구나자신이소유하고있는물건들이생각보다훨씬많다는것을깨달았을것이다.이삿짐을꾸리다보면평소에는전혀쓰지않던,심지어는가지고있다는것조차잊고있었던물건들이튀어나오곤한다.살아가면서꼭필요한것들외에도우리는너무많은물건들을지니고있다.그리고그것도모자라서더많은것들을끊임없이사들이고있는것이다.


이십년전,지사설립을위해먼저파견나온남편과하루라도빨리만나기위해나는급한대로방문비자로미국에왔다.그래서정식으로이삿짐을가지고올수없었던우리는여행용가방두개로미국생활을시작해야만했다.그가방두개의짐이지난번이사때보니큰컨테이너두개로도모자랄만큼늘어나있었다.더큰집으로옮겨갈때는별문제가안되었는데,막상집크기를반으로줄여이사를하려니가지고있는가구며자잘한것들의처리가큰문제가되었다.친지들에게나누어주고,구세군에기부하는등계속처분을해도짐은별로줄어들지않았다.이사하는날,가득쌓여있는이삿짐을보며과연이것들이모두내게꼭필요한가를진지하게생각하게되었다.마치내가큰집을머리에이고다니는달팽이같다는기분이들었다.

그이후로나는짐을늘리지않는한가지법칙을세웠다.즉새로운물건을사게되면그만큼에해당되는낡은것을없애고,할수있는대로삶을간편하게한다는계획이었다.그계획을도와준것은94년에일어난노스리지지진이었다.지진대의한복판에살고있었던탓에도자기로만든인형이며크리스탈식기등깨질수있는것들은거의다깨어져버렸다.비싼값에사서장식장에모셔놓고잘쓰지도않던그릇들의파편을치우며,나는그것들로부터비로소자유로워짐을느낄수있었다.다시는값진것들을사서모셔놓는일은하지않겠다고다짐했다.그렇게마음을먹고나니집으로배달되는온갖광고의홍수로부터도벗어날수있었다.꼭필요한물품이외에는구입을하지않겠다고생각을굳히자그광고들은더이상나의흥미를끌지못했다.질좋은종이에화려하게인쇄된백화점이나가구점의광고들을그냥쓰레기통에던져버리며제법홀가분함을맛볼수있었다.많은것을가지고있어야행복하다고주장하는,그래서끊임없이우리에게무엇인가를사라고강요하는그들로부터벗어났다는느낌은아주신선한것이었다.

많은사람들이더좋은가구,더비싼차,더넓은집을갖기위해자신들을너무소모시키고있다고생각한다.더많은것을소유해야한다는채워지지않는욕망때문에이미자신이가지고있는것도채즐길여유가없는이율배반적인삶을살고있는것이다.


어느친구가들려준이야기다.그이웃에장사를크게하는부부가살고있는데,바다가내려다보이는전망좋은저택에서살고있는그들은,매일새벽이면짐이가득실린낡은밴을타고점심도시락을싸들고출근을했다가밤늦게야돌아온다고한다.그런데그집에고용되어있는가정부는느지막이청소를끝내고,그부부가집에모셔놓은비싼차를타고시장도보고아이들픽업도하곤한다.게다가날씨좋은날이면테라스에나와앉아경치를즐기며앉아있는모습을볼수있다면서누가주인인지모르겠다는얘기를해주었다.


법정스님은어느수필에서,청빈(淸貧)이란단순한가난이아니고스스로의사상과의지에의하여적극적으로만들어낸간소한삶의형태라고말하고있다.꼭필요하지도않은또다른하나를갖지않는것이청빈한삶이라고표현하고있다.소유의욕망에서자신을해방시키는것이결국우리의마음을자유롭고풍요롭게만들어준다는것이다.옛날에’겐신’이란일본스님이지었다는시가생각난다."족함을알면빈약함이라할지라도부(富)로불러야하고,재물이있을지라도욕심이많으면이를가난이라이름짓는다"그런데오늘,그냥버리기에는너무아까운,마치옛날사진첩같은느낌을주는잘만들어진옷광고책자를받아들고나는다시한번강렬한유혹에빠진다."이걸사?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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