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평해전
미국에서이름난시나리오작가로버트로댓이아들을데리고뉴햄프셔마을을산책했다.그날로댓은남북전쟁에서베트남전까지전몰용사를기리는추모비를만났다.그런데추모비에무려여덟형제가남북전쟁에서목숨을잃은기록이새겨져있었다.눈이번쩍뜨인로댓에게섬광같은영감이떠올랐다.’그래,2차대전에도비슷한사례가있을거야.’그날부터기록을뒤진로댓은2차대전에참전한닐랜드형제를찾아냈다.

▶1998년영화’라이언일병구하기’는그렇게시작됐다.뉴욕주에살던네형제가전쟁에나갔다가형셋이전사하고막내만살아서포로가됐다는스토리가만들어졌다.일부는픽션을보탰다.시나리오는제작자마크고든에게,이어배우톰행크스에게넘어갔고,감독스필버그가메가폰을잡았다.영화는오스카상5개부문을휩쓸고4억8000만달러흥행에성공했다.미의회도서관이영구보존하는국립영화등기부(NFR)에도이름을올렸다.

만물상칼럼일러스트

▶감독드팔마는"노르망디에실제있었던잔혹함을그대로보여줬다"고극찬했다."어떤영화보다전투장면이실감났다"는찬사가쏟아졌다.그러나논란도적지않았다.노르망디에연합군병사로상륙했던원로배우리처드토드는이영화를"쓰레기"라고했다.어떤참전용사는처음27분전투장면이너무끔찍하다며중간에뛰쳐나갔다.외상후스트레스장애전문의는’심리적으로취약한’군인에게영화를못보게했다.

▶제2연평해전을그린영화’연평해전’이그제유족들앞에서첫시사회를가졌다.13년세월이흘렀지만그날의숨가쁜순간들이스크린에흘러넘쳤다.한순국용사의아내는예고편을보다밖으로뛰쳐나갔다.어떤아내는딸과함께극장에들어왔지만영화속교전이시작도되기전에자리를떴다.두손으로얼굴을가리고,손수건으로눈가를닦는유족도있었다.한어머니는"아들시신을찾는장면에서엉엉울었다.고맙기도하고서럽기도하다"고했다.

▶이영화는돈이부족해촬영이여러차례끊겼다.결국제작비60억원중일부는후원자7000명이십시일반으로모았다.숭고한뜻으로값을매기면’라이언일병구하기’에비할바가아니다.이전에도6·25를소재로한영화가참전용사와유족앞에서시사회를갖곤했다.막상극장까지는왔지만차라리눈을감아버리는유족이많았다.영화’연평해전’에는당사자아니면짐작조차하기힘든고통이아직도가득하다.

<2015년6월3일조선일보만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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