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벽시계

오래전 일이다. 퇴직 후 갑자기 남는 시간을 어떻게 쓸가? 생각하던 중 건강이 제일이라 운동을 하려고 했다. 그래서 조깅을 시작하긴 했으나 그것은 혼자 하는 운동이고 심심했다. 그래서 배드민도 같이 했다. 집근처 청담동 공원에서 열심히 처댔다. 그러다 집을 재건축을 하게 되어 지금살고 있는  청계벽산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당시  자원봉사를 했던 곳과 근접해있어  그곳으로 결정했다.

이사 오기 전에는 야외 배드민튼장이 있어서 그 곳을 활용했으나 이사 온 후로는 근처에 마땅한 운동시설이 없어 초등학교체육관에서 아침 배드민튼을 한다기에 아침마다 출근하는 마음으로 운동을 하고 오는 것이 일과가 되어버렸다.

어느날 8시쯤 운동을 마치고 일행들과 나오는데 학교 정문 입구 맞은 편에 커다란 벽시계가 걸려 있는데 바늘이 일직선으로 12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시간이 이상해 시계주인 인듯한 바로 앞 가게 주인에게 시계가 고장이냐고 물으니 그 사람은 고장인지 안 간다고 했다.

학교정문이라 학생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데 그것을 고쳐보겠다는 마음보다도 고장난 것을 의식조차 못 하는듯했다. 자기 집 아이가 밥맛없다고 아침을 안 먹고 학교가면 안타까워하면서도 옆 집 아이가 아침을 굶고 가도 무관심하듯 자기 집 물건들은 관심을 갖지만 남의 것은 모르는 체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면서 씁쓸함을 느꼈다.

집에 돌아와서 근처 시계 수리점에 가서 학교 정문 옆에 고장 난 시계가 걸려있는데 고쳐주겠냐고했더니고장난시계는고쳐봤자 별이득이 없는지 못 고친다며 새것으로 교체를 하는 것좋겠다고 해서 내가 반을 지불하면 갖다 걸어주겠냐고 했더니 죄송하다고 하면서 거절했다.

내가라도 고쳐 걸어놓겠다고 생각하고 그 다음날 배드민튼을 하고 일행들에게 집에 일이 있어 먼저 간다고 말하고 그 옆가게 주인에게 내가고치겠다고 시계를 달래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그것을 무엇이냐고 물었다. “여보, 그곳이 무엇이요?”

“시계잖아! 내가 아침운동하러 나가는 운동장 옆에 있는 시계인데 어제 아침에 보니 고장이기에 오늘 고치려고 가지고 왔어요.“

“자기 시계도 아니면서…..”하는 소리도 외면한 체 차려준 아침을 먹고 시계를 고치기 시작했다.

전혀 시계를 고쳐 본적이 없기는 하지만 전원이 나가면 고장일수도 있겠다싶어 우선 집에있는 테스터기를 가지고 밧테리를 점검해보니 다 닳았다. 그래서 일단은 먼저 밧테리부터 사다 갈았다. 그래도 안가기에 건전지 접속 점이 나뿐 것 같아 땜인두로 접속점을 때우고 건전지를 넣으니 잘 동작하기에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그 시계는 얼마를 가다가 다시 멈춘다. 특정위치에 가서는 멈추어버린다. 아마 마모되어 특정위치에 마찰력을 이겨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

고쳐봤자 안 될 것이란 생각이 들자 그냥포기하고 갖다 주기에는 자존심이 허락지 않아 청계천4가 시계 골목으로 가서 무빙파트(심장부와바늘)를 사가지고 고장난 부분들을 교체하고 시간을 맞추어 놓고 다시 하루를 지내보니 시간이 잘 맞는다. 그 다음 날에 시계를 갖다 주었더니 가계 주인이 시계를 살펴보더니 새로 사다 고치셨네! 하면서 누가 떼어가지 못하게 단단히 걸어야겠다며 즐거워했다.

시계를 건네주고 오면서 즐거워하던 가게집 주인의 모습을 생각하니 나도 역시 즐거웠다. 이세상은 우리 모두가 주인이다. 이곳에 사는 모두가 조금씩이라도 주인의식과 시민의식이 살아나기를 기대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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