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공화국, 언제까지…

도로건너편중학교앞길모퉁이가시끌벅적하다.학교담벼락밑인도에올라앉은조그만트럭엔형형색색전사프린트된티셔츠들이마치만국기처럼내걸려있다.전사프린팅기를싣고목좋은곳으로이동해가며티셔츠에이름이나문양을찍어주는이러한풍경은도심에서가끔씩본적있어낯설지않다.
교문을나선아이들이하나둘씩모여들어이내트럭을에워싼다.

얼마전토요일,북한산을올랐다가정오무렵하산하여지하철역방향버스를기다리던중눈에들어온광경이다.
행선지팻말에기대어선채길건너트럭행상을에워싼아이들을무심하게바라보고있었다.이내흩어질것같던아이들이신기하게도한두명씩만무리에서빠져나갈뿐다수는마치게임삼매경에라도빠진듯고갤틀어박고있다.별로신기할것없어보이는티셔츠프린팅에아이들이저처럼모여들리가없다.
분명다른무언가가있을것이란궁금증이발동,도로를가로질러무리속으로들어가그안쪽을들여다보았다.
커텐처럼내걸어놓은티셔츠들은그저가림막일뿐이다.

학생들이벗어맡긴신발과가방엔즉석에서‘나이키’‘프라다’등유명상표들이착착달라붙는다.감쪽같이
유명브랜드(?)로탈바꿈되고있는현장엔신기한듯박음질에시선을고정시킨어린학생들의초롱초롱한눈망울들만무수하다.수선비는작업난이도와는별로상관없다.라벨의유명세에따라가격이매겨질따름이다.
잠깐서서지켜본짝퉁제조사(?)의잰손놀림이나미싱다루는솜씨만큼은매우정교하고섬세해보였다.
“학교앞에서아이들을상대로,그것도가짜상표를달아주는건잘못된일아닌가요”
연신박음질에몰두하던그가뜬금없는간섭에고개를들어두리번거린다.학생들등뒤에있던나를그제서야발견한듯찬찬히아래위를살피더니금새표정을바꿔반격을가해온다.그의표정으로짐작컨데아마목소리만듣고선학교주변단속교사쯤으로생각했던모양이나등산복차림인내모습에한시름놓으면서도내심불쾌했던모양이다.

“…이보시오.가짜라니.평화시장에서라벨떼어다가욕심나는가방과신발을가져보지못해기죽은아이들에게힘을담아주고희망을신겨주는데도대체뭐가잘못됐다는거요…”
눈을부라리며되받아치는궤변에할말을잃었다.

그뒤어느날동창모임자리에서이얘기를도마위에올린적이있다.마침동대문시장에서스톡의류를전문으로한다는친구는한술더떠평화시장에서떼어온다는그라벨조차도십중팔구중국산이라고단언했다.
즉,국내에서암암리에유명브랜드라벨을정교하게만들어이른바짝퉁시장에공급해왔었으나이젠이마저도경쟁력이떨어져중국산에자릴내준거라했다.

이쯤되고보니모조품제조기술하나로동대문,남대문시장을휘저으며돈가방을채우던전문꾼들조차자취를감추고있다는게틀린말은아닌듯싶다.그간알게모르게짝퉁봉제품만전문으로만드는공장들도외줄타듯버텨왔으나중국산짝퉁에두손두발다들었단다.결국일부업자들은아예중국에서모조품을수입해더욱섬세하게재가공하여부가가치를높히는이른바짝퉁의차별화까지선언하고나섰다니기가찰노릇이다.
짝퉁으로라도명품족반열에오르겠다는어린학생들의명품지상주의열망이계속되는한‘메이드인차이나’는곧바로‘이태리제’에,상표는‘프라다’로‘나이키’로언제든지변신한다.

거리엔온통가짜들만넘쳐난다.이제바꿔단원산지표시라벨이나상표라벨조차도중국서만들어몰래들여오는가짜라벨이라니가히‘짝퉁전성시대’라불릴만하다.유명브랜드들이모조품에얼마만큼의피해를입고있는지는사실상확인불가능하다.미국세관이2002년한해압류한전체모조품1억달러중절반이중국산이었다고한다.
짝퉁에대해서늘관대하기만하던우리나라도최근단속강화움직임을보이고있다.
한국의류산업협회산하지적재산권보호센터는검·경과함께의류,악세서리등모조품제조ㆍ유통거점을추적조사중이다.지난달현재46건의상표권침해사례를적발했으며「위조상품식별및단속요령」안내책자도발간했다고한다.
만시지탄의감이없진않으나두눈부릅뜨고지켜볼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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