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같은 설연휴?

소백준령을타고넘어온매서운칼바람을온몸으로받아가며돌무지에올라눈이시리도록저멀리읍내로통하는눈둑길을뚫어져라응시한다.
이른아침,왕복이십리길은족히넘는읍내5일장을나선어머니의모습은해가서쪽도솔봉에걸릴즈음에서야시야에들어왔다.커다란보따리를머리에인채양손엔또다른보따리가들려져있지만외줄타듯논둑길을따라잘도걸어오신다.꽁꽁언손은자라등처럼차고거칠었으나커다란보따리를풀어놓으시는어머니의손끝은마술사의손놀림처럼부드럽다는생각을했다.

내복과양말,그리고털신을꺼내놓으시며네것이니입고신어보라고하신다.
늘형의것을내려입던것에익숙해진터라새로산게내것이라는사실이영믿기질않는다.
그윽한미소를머금고또하나의보따리를풀어내민어머니손엔,그렇게입고싶어오매불망졸라댔던칼라(에리)에털이달린고동색점퍼가들려져있었다.설빔을마련하신것이다.
그날밤,머리맡에두고잠을청했는데겨울밤은왜그리도길던지…

그로부터40년세월이훌쩍지나버렸으나가슴속에녹아있는어린시절설날에대한기억만큼은해가갈수록또렷해져만간다.그러나정작어릴적손꼽아기다리려도더디게만다가오던설날이어느때부턴가달갑지않은불청객(?)이되어돌아서면코앞인것이다.
들춰본2월달력엔설연휴를알리는빨간숫자들이둘째주를약올리듯차지하고있다.
가뜩이나짧은달에차떼고포떼고나면일할날이없어그저아득할뿐인데매스컴에서는‘토요휴무를시행하는회사에다니는직원들은앞뒤샌드위치데이(7일,11일)를연차로이용하면9일간을연이어쉴수있다’며직장인들을달뜨게한다.실제일부회사들은샌드위치데이를집단연차로실시키로해그야말로금쪽같은연휴를계획하고있다는소식도들린다.

그러나내입장에서볼때황금연휴와는거리가있다.연휴이후에닥칠북새통마감업무를생각하면연휴가결코편치만은않다.월간지의편집특성상마감때가되면늘날짜부족증후군에시달린다.
이번2월은이리저리잘려나간날짜를보충하느라시달림의정도가더더욱심할것이기때문이다.
매년이맘때쯤이면지레겁먹고달력을들춰보게되는것도이러한연유에서이다.
머리와꼬리에연차를붙여화끈하게쉬는곳이있는가하면,설날당일만겨우쉬는곳도있어직장인들간희비가엇갈리기도한다.
긴휴식이직장인들에게재충전의기회일수도있으나자칫생산성차질이나근무기강해이로이어질수있다.
일부회사의파격적인설날휴가인심을부럽게만바라보기힘든이유도여기에있다.
정부역시이번장기연휴가내수경기에좋지않은영향을끼칠가능성이높다는분석도내놓았다.
2월한달간의근무일수가줄어들게됨에따라수출,고용,소비등거시지표에부정적인영향을끼칠수도있다는것이다.
더군다나이번연휴를해외에서보내려는사람들도늘고있어정작설연휴내수진작에는별도움이안될것이라는게일반적견해다.설을전후해반짝대목이라도기대하던재래시장은이래저래속상한눈치다.
수출또한별반다를리없다.장기휴가에따른근무일수축소로경제의버팀목인수출의증가세가2월에는상당히둔화될수도있다는게통계청의분석이다.결국긴연휴임에도불구하고올설날은좀체풀리지않는체감경기로인해허울좋은황금연휴,다시말해경기회복의걸림돌연휴로기록될지도모르겠다.

해방이후,정부가노는날을줄여낭비를억제해야한다는논리로이중과세를없앴다.달력에서설날이란말도지웠다.
이후’85년들어‘민속의날’이란어정쩡한이름으로되살아나89년,경제사정이호전되자다시설날로복원되면서전후3일이공휴일로지정되어지금에이른것이다.이제주5일제근무까지가세하고샌드위치데이까지따라붙으니가히노는날만큼은선진국도부럽지않은수준이된셈이다.

설빔을위해명절대목장을나선어머니는추위에온몸을덜덜떨면서도소전골목국밥집조차그냥지나치셨을게뻔하다.아파드러누우면그게‘쉬는날’인줄만알고주야장천일을끼고사셨던어머니를생각하면서이번금쪽같은연휴를들여다보니참으로격세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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