윽박지르며을러대는짓을일컬어공갈(恐喝)이라고합니다.
자기를害하면서공갈을치는것은자해공갈이라고합니다.
또한조직이가동되어목표를세운뒤치밀하게계획대로움직인다면
자해공갈단이라고하겠지요.
요즘한창미니시리즈로전개되는모노드라마를보고있노라면
오래전경험했던일이오버랩됩니다.
15년여전이맘때쯤으로기억됩니다.
퇴근후회사동료와소주한잔마셨습니다.
삼겹살냄새풍기기싫어지하철이아닌택시를타려고
택시승강장에줄을섰습니다.
지금이야초저녁에빈택시가줄을잇고있습니다만은
그때는경기가지금보단좋아서였는지,
아니면택시댓수가부족했든지,
아무튼대여섯명이상줄지어기다리는게보통이었습니다.
지금은사라진을지로4가국도극장앞에서였습니다.
흰와이셔츠를입은20대후반쯤되어보이는깔끔하게생긴청년이
내가서있는앞쪽으로와아주태연하게끼어들었습니다.
뒤에도기다리시는분들이있으니줄을서라고했습니다.
젊은청년은도끼눈을치켜뜨며아래위를훑더니
"급한일이있어그런다.양보좀하면어디가덧나냐!"
대뜸돌아온반말에함께줄을서있던사람들도답이안나온다는표정으로
혀를차며한마디씩거들었습니다.
그러나그청년은작정한듯거칠게굴었습니다.
마치울고싶은데누가한대만때려주길바라는것같았지요.
청년은팔을뻗어동료의멱살을잡으려고했습니다.
난그의팔을잡아끌어내리려했습니다.
도무지이해가되지않을일이발생한것은그순간이었습니다.
그는갑자기손으로코를틀어막으며비명을지르며엎어졌습니다.
순식간에일어난일이라그를일으켜세우자흰와이셔츠앞판은
온통피범벅이되어있었습니다.
누군가파출소에신고를했고회사동료와저는그청년과함께
사이렌을올리며온경찰차에올랐습니다.
차에실려가면서그는연신씩씩대며
"그렇다고사람을이렇게칠수가있느냐,돈많이벌어놓은모양인데…"
하며묘한눈빛으로빈정대고있었습니다.
한블럭거리에있는을지로3가파출소긴나무의자에앉아
사건경위를묻는경찰에게차분하게상황설명을했습니다.
그리고한마디더,
"분명한것은때리지않았다는사실이며이건뭔가함정이있습니다"
라고했지요.
물론이러한주장에그청년은팔팔뛰며개거품을물더군요.
주먹이상대의얼굴을쳐코피를쏟아내게할정도로가격했다면
가해자(?)인동료나내가느낌이없었겠습니까?
경찰도일면수긍이가는눈치이나워낙피해자가완강히주장하니
더이상화해가되지않을것으로판단하여중부경찰서로이송시켰습니다.
청년은의미있는야릇한미소로힐끔거렸습니다.
그는경찰서로다시실려가는백차안에서
두루말이화장지로피묻은옷을닦는것인지,더더렵히고있는지
모를정도로연신문질러대며나지막하게속삭였습니다.
"그래,너희오늘제대로걸려든것이여"
그랬습니다.그의작전대로우리가제대로걸려들었다는것을안것은
경찰서에도착하여조서를쓰기시작하면서였습니다.
피해자는의기양양하게법대로하자며어디론가전화를했습니다.
그리고얼마뒤형님이라며찾아온보호자는조용하게
일을끝냈으면좋겠다며합의금을제시하는데
저하마트면그때기절할뻔했습니다.
뭔가된통꼬여가고있구나란생각과함께무슨일이있어도진실을
밝혀야한다는생각으로동료와입을모았습니다.
잘못한게없는데어설프게합의한다는것은
사건을인정한다는뜻도되겠기에일체흔들리지말자고했습니다.
그렇게하여쇠창살안마루바닥에쪼그리고앉아자정을넘기고있었습니다.
새벽6시에우린뚝섬즉결심판장으로또옮겨간다고했습니다.
그런데05시경에담당형사가황급히우리가갇혀있는방으로들어왔습니다.
손에들고있는서류를보며,그청년을불러세운뒤
몇가지확인절차를거친다음곧바로수갑을채우는것이었습니다.
이유는이랬습니다.
그는자해공갈범이었으며같은수법으로이미오래전
자신이수배되어있었던사실을모른채서너건을더했으며그때마다
경찰서까지오지않고쌍방간합의하여돈을뜯어낸동일수법전과자였습니다.
어이없게자해공갈범의밥이될뻔하다가새벽녘경찰서를나왔습니다.
혐의없는우리에게형사는사우나에가서샤워나하고가라며
몇푼을쥐어주더군요.
형사가미안해서개인호주머니털어서주는건지
아니면무조건잡아다가재운뒤무혐의가확인되면
공식적으로그에따른교통비를지급해주는것인지아직도모르겠습니다.
우린탕속에들어가서로를보며그냥피식웃고말았습니다.
어떻습니까?
요즘모노드라마전개과정이이이야기와닮은꼴이지않습니까?
박원
2005년 9월 1일 at 8:57 오전
한심한사람도있습니다.
내일을모르고사는것같습니다.
자식을키운다는생각을하면그렇게하기힘듭니다.
삶이나인생은어쩜윤회라는굴레를벗어날수없을수도있습니다.
지위고하고뭐고한사람이인생에겪어할할것은크게차이날게없으니까요..
와암(臥岩)
2005년 9월 1일 at 11:57 오전
‘길을나서면중도보고,소도본다"는경상도의속담이있습니다.
‘오버랩되는자해공갈단’이란글을일고많은것을느끼게했습니다.
‘오죽했으면~~~’이란떠올림말입니다.
전요즘의모노드라마를전혀보지않으니깐세상이어떻게돌아가는지잘알지못합니다.
그러면서주제넙게주절거립니다.
이게’자해공갈단’보다더나쁜것인지도모르겠지요,그쵸?
구월의첫날입니다.
의미있는일이가득하신한달이었음하고기원합니다.
종이등불
2005년 9월 1일 at 9:32 오후
참으로황당한일을당하셨군요.
그나마그파렴치한자해공갈범이
밝혀져서다행입니다.
제주변에서도그런일을당해서
100만원을물어준사람이있습니다.
잘읽었습니다.
카스톱
2005년 9월 2일 at 12:48 오전
요즘그런뉴스없는것보면세상이좀좋아진것같은데…
엉뚱한곳에서자해공갈범흉내를내고있으니한심스럽습니다.ㅎㅎㅎ
박원님,와암님,종이등불님찾아주셔서감사합니다.
거 당
2005년 9월 2일 at 5:00 오후
가면갈수록황당한일은많을것입니다.
눈뻘끔하게뜨고당한다는말이새삼스러운것이아님니다.
세상살다보면가슴을치고통탄할일도있겠죠
은하수-NL
2005년 9월 2일 at 6:20 오후
마음을조이며읽었습니다.
자신이코피를쏟을정도로자해를가해서
남의돈을뜯어내어먹고사는그가참불쌍한사람이군요.
그의가족이그런짓으로먹고사는그를보면얼마나
마음이아플까요?
참인간은한없이나쁠수도있다는생각이들었습니다.
山 처럼.到衍
2005년 9월 3일 at 12:58 오전
자해공갈단…정말치사한존재들이지요.
사회악이랄까요.
모노드라마를보시다오버랩이떠오르셨군요.
좀처럼경험하기힘든상황이카스톱님께현실로다가온하루였군요.
주말휴일산으로가시는지요.
수홍박찬석
2005년 9월 5일 at 2:18 오후
인간?
참씁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