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악산에 남근석이 우뚝 솟다

미륵바위

멜로디가낯설다.비몽사몽간에들려오는이소리는…
휴대폰벨소리다.
그랬다.이틀전사무실에서의일이다.S이사가내게오더니휴대폰벨소리를좋은것으로바꿔주겠단다.

느닷없이울려대는팡파르를인내하는데드디어한계에달했나보다.그러라고했다.
그리하여내휴대폰엔기운차던팡파르는사라지고밍밍한음만맥없이남아있다.

이른아침의밍밍한벨소리는K로부터걸려온전화였다.
"해가중천이다.반백나이가낼모렌데맨날먼눔의새벽잠이그리만노"
새벽잠없음을대단하게여기는K는새벽잠많은나에게늘이모양으로핀잔을준다.
팡파르였다면단번에알아들었을텐데…

벌떡일어나미간을잔뜩찌프려벽시계를올려다본다.
時針과分針이길게빳빳이선걸보니06시인가보다.돋보기를써야하나?
혼자약속장소에서궁시렁대며기다리고있을K를생각하며부리나케움직인다.
자리에서일어나준비하는데10분이면덮어쓴다.

산행도구는늘베란다한구석에별도로수납해두기때문에출발전엔과일몇알과

수통만챙겨넣으면배낭세팅끝이다.
밉지않은얼굴로퉁박을주는K를태우고구리톨게이트를거쳐47번국도퇴계원방향으로차를몰았다.
운악산의동쪽계곡인하판리동구부락을들머리로택했다.
입구표지석엔운악산을노래한시한수가음각되어있다.

운악산만경대는금강산을노래하고

현등사범종소리솔바람에날리는데

백년소무우폭포에푸른안개오르네

운악산은경기도가평군하면과포천군화현면의경계를이루며남북으로솟아있다.
해발936m인운악산은화악산(1,468m)관악산(629m)감악산(675m)그리고개성송악산(489m)과함께

경기五岳으로불린다.

산아래서올려다본암봉들은가슴을뛰게하기에충분하다.
대형버스3대가연이어주차장에도착,등산객을내려놓는다.
매표소를지나현등사까지는차량이다닐수있도록길이넓게나있다.
잘닦여진길을따라10여분오르다가우측산허리로접어들었다.

시끌벅적단체등산객들과길을달리할목적으로샛길을택한것이다.

7부능선쯤다다르자경사가급하고산세가험하다.
병풍처럼펼쳐진암봉들은가히五岳중산수가으뜸이란평을들을만하다.
암봉들사이로엷게드리운구름은한폭의산수화다.
雲岳山이란이름도만경대를중심으로높이솟구친암봉들이구름을뚫을듯하다하여

붙여진이름이라고한다.

둥글둥글펑퍼짐한바위들로이루어진불암산이나수락산바위들과는사뭇다른모양을하고있다.

대부분의바위들이기둥처럼불끈불끈하늘로솟구쳐있다.
정상인만경대를조금못미쳐암릉구간에서잠시숨을고르기위해걸음을멈춰섰다.
쇠줄손잡이에기대선채쉬고있는데대여섯명의아주머니일행도쉬어갈듯배낭을내려놓는다.

"워매저바위좀보소~심조케생겼꾸마이~"
"아따이할망구야주책좀작작부리랑께~"

운악5경중하나인미륵바위를건너다보며입담을나눈다.(맨위에걸려있는바위사진)
우릴보고물었다.저바위가무슨바위냐고.
"저건운악산의氣가모여생성된바위로이름하여불끈바위라하지요.
일설에의하면궁예도이곳에머물며기를모아왕건과대적했다고합니다"
정색하고설명을하는K의옆구리를한대갈겼다.
그제서야엉터리설명을눈치챈이들은박장대소하며이시간부터"불끈바위"로부르자며맞장구를친다.

936m정상이가까와오면서쇠밧줄과바위에박아놓은ㄷ자형쇠발판에몸을의지한채암릉구간을오른다.

이런구간을오르며늘생각하게되는것은’산행안전’과’자연파괴’이다.
사실바위에구멍을뚫어기둥을세우고,발판을박고,철사다리를걸치고…
안전산행우선에밀려,많은山들은지금신음중이다.

만경대에올라삶은고구마,배반쪽,포도한송이로배를채운다.꿀맛이다.
땀에젖은몸이라이내한기가느껴진다.비상용쟈켓을꺼내입어도여전히으슬으슬하다.
좀더있다가는감기걸리기십상인지라하산을서둘렀다.

男根石

하산은남근바위가보이는능선을따라현등사,무우폭포(舞雩瀑布)로방향을잡았다.

10여분을내려왔을까,능선에세워진민망스런안내표지판이눈에들어온다.
‘남근석촬영장소’
가평군청에서정성스레세워놓은안내판건너편산자락에위풍당당?남근석이우뚝솟아있다.

이곳을지나는산행인은남녀불문남근석을배경에두고카메라셔터를누른다.
부적으로몸에지니고있으면좋다나,어쨌다나!

만경대와현등사

빨랫줄엔승복이~

해우소가숲속에~

숨은그림찾기,다람쥐한마리?

하산길산중턱에있는고찰현등사를들렀다.
이사찰은신라법흥왕때인도의승려마라하미를위하여창건하였고

이후고려희종때보조국사지눌(知訥)이재건하였다고전한다.

이절에서는현재사리반환문제로서명운동을벌이는중이다.
20년전삼성그룹고이병철회장이구입하여현재까지삼성측에서보관중이라는사리는

도선국사사리로추정되는현등사소유라는주장이다.

삼성문화재단이현명하게대처해주길바란다고寺報에적고있다.

메밀묵한접시와손두부그리고가평잣술한사발로운악산산행을접었다.

내일은불암산이다.

이튿날,불암산행은지하철4호선상계역에서내려직코스로정상에올랐다.
내려올땐전혀왕래가없는상계동희망촌길로하산하여당고개역에닿았다.

19 Comments

  1. 박원

    2005년 10월 7일 at 5:09 오전

    종은곳다녀오셨습니다.
    아직단풍들기에는그곳도이른것같습니다.
    그런데다람쥐는아직뵈지않으니집에서찾아봐야겠습니다.   

  2. 느티나무

    2005년 10월 7일 at 5:10 오전

    역시산행은그자체로도맛이지만,옆에맘에맞는친구가있다면금상첨화일껍니다.

    저도중간에쉴때먹을려고오이,양배추삶은것,고구마,찰떡(집에서만든것으로)
    초코렛,비프저키같은것가지고가지요.
    쉴때바위에걸터앉아서먹는맛이란정말꿀맛이거든요!

    벌써사진속의가을은단풍이조금씩보이고있네요~~
       

  3. 이혜원

    2005년 10월 7일 at 10:30 오전

    굉장히험난한산인데잘다녀오셨네요.
    언제함께등산길에오르는영광을…^^*   

  4. 진리등대

    2005년 10월 7일 at 11:49 오전

    그넘참보무도당당합니다.ㅎㅎ

    산행기회있으면꼭한번가보고싶군요.
    좋은곳소개해주셔서감사합니다.   

  5. 엄빠

    2005년 10월 7일 at 2:18 오후

    전가톨릭신자이지만법정스님을존경하고무소유부터스님께서출간하신서적을빠짐없이탐독하고작년에는시간을내서무소유에나오는송광사뒷산에이는법정스님의거처하신불일암을찾아가수행스님이지금출타중이라안계시다는전달을받고도서움함은커녕스님거처와스님이직접만드셨다는나무의자에앉아한없는감격과감상에젖어불일암앞에있는대나무숲과달이떠오른다는먼산을바라보며스님의체취를조금이라도가슴속에담아오려고한참을머물다수행스님과송광사로다시내려왔던일이어제일처럼생생하고지금도눈앞에선합니다   

  6. e-기원

    2005년 10월 7일 at 5:28 오후

    아름다운
    산행입니다…………..   

  7. 혜풍화창惠風和暢

    2005년 10월 8일 at 1:36 오후

    운악산은등산매니아들은거의한번쯤올랐음직한명산이지요
    제고향에있는산이라서저도여러번올랐었답니다.
    참자세히기록을해주셔서저도잘읽고또기뻣습니다.   

  8. 카스톱

    2005년 10월 9일 at 12:06 오후

    박원님,
    다람주-ㅣ는요?진짜몰라하시는걸아니라는걸알면서이웃님들을위해서밝히사진중
    처마밑흙바닥에있음을밝힙니다.

    늦게들어왔습니다.주말설악공룡등선탔습니다.   

  9. 카스톱

    2005년 10월 9일 at 1:43 오후

    느티나무님,
    설악단풍,제대로보고느끼고가슴에담아왔습니다.

    이혜원님,
    저요!불러만주면뛰어가는체질입니다.저번모임잘하셨더군요.
    다음기회,꼭한번함께하고싶습니다.   

  10. parkynim

    2005년 10월 9일 at 1:55 오후

    산행기재밌게읽었습니다.

    님께서지적하신대로바위산마다박혀있는
    쇠막대와쇠줄은물론안전산행을위해선필요하겠으나
    바위의맥을끊는다는의미에선
    좀고려했으면하는생각을평소에했더랫죠.   

  11. 카스톱

    2005년 10월 9일 at 2:06 오후

    진리등대님,
    보무도당당한그놈들은,사실은대한민국온산에쫘악~~깔렸습니다.
    설악공룡능선산행하고막돌아온지금,
    대한민국산에있는無名바위들에고유이름붙이기를공모를했으면합니다.

    엄빠님,
    70년대후반,송광사에머물며(적어도제기억)서예에심취하여계시던정광스님,
    법정스님과많은시간,함께하셨던걸로알고있습니다.
    정광스님과의아주조그만인연이법정큰스님의철학을이해하는데
    큰도움이되고있습니다.

    e-기원님,
    늘사진,기사즐겁게봅니다.
    (때로는무거운사진,기사일땐같은기분으로…)

    혜풍화창님,
    찾아주셔서반갑습니다.
    운악산은경기오악에손색없다고생각합니다.
    제고향소백산과더불어명산이라고소개할만합니다.   

  12. 山 처럼.到衍

    2005년 10월 9일 at 10:26 오후

    운악산은잊을수없는곳이지요.제가처음으로오른산이
    현등사가있는운악산입니다.

    주말.휴일은설악산공룡능선을산행하신듯합니다.16시간의험한산행…
    금강굴~마등령~공룡능선~희운각~천불동계곡~비선대코스로다녀온
    그때가생각납니다.10월달이였지요.
    산행기기대하겠습니다.언제나가보고싶은곳입니다.
    1275m봉우리아래에서의꿀맛같은점심식사도생각나고요.
       

  13. 무우꽃

    2005년 10월 10일 at 12:07 오전

    아이구산사진만보면벌렁뛰어서요.
    운악산은안가봤지만
    악산중에악산이라고들었습니다.,
    제가사는곳에서멀지않은데도
    사진감상잘하고갑니다.
       

  14. 수홍박찬석

    2005년 10월 10일 at 4:08 오전

    운악산사진과함께한산행문좋습니다.
    꼭한번가보고싶군요.   

  15. 와암(臥岩)

    2005년 10월 10일 at 1:15 오후

    님의산행기,늘읽어도새뜻한맛이넘칩니다.
    산타기가보통을넘으시군요.
    아주윗질이라고느낌니다.

    사진또한꾸밈없이멋집니다.
    ‘숨은그림찾기’라는재밋는제목도눈길을끌고요.   

  16. 종이등불

    2005년 10월 10일 at 9:23 오후

    우와…..
    이렇게깔끔하고정갈한산행기를만나다니요.
    조금전에독일병정유인기님의블로그에서지리산종주기를읽고
    그깊은맛에얼마나즐거웠는지모른답니다.

    그런데좋은글을읽는기쁨이가시기도전에……
    또이렇게맛있는(?)멋진산행기를만나다니요.

    오늘아침은블로깅의즐거움이몇배입니다.
    저는좋은글을만나면
    너무나행복합니다.

    운악산의남근석.
    덕분에잘보았습니다.
    깜짝놀랄만큼그것과닮았네요.
    .
    .
    .
    사진들이참맑습니다.
    사진에서가을바람이상큼함이느껴집니다.

    불암산행기.
    벌써부터설레면서기다립니다.   

  17. 양송이

    2005년 10월 11일 at 5:14 오전

    절집에들어
    부처님보다
    빨래줄에널려있는승복을먼저보신님의눈동자에

    삼라만상이어떻게비쳤을까…

    사바세계백팔번뇌가빨랫줄에걸렸고녀…ㅎㅎㅎ

    사진이보여주는것이산이아니라
    산이보여주는것이님의앵글각이었던가합니다.

    늘건강하십시오.   

  18. 카스톱

    2005년 10월 11일 at 11:05 오전

    산처럼.도연님
    운악산,가보셨군요.
    설악산은오색-대청-희운각-1275-나운봉-마등령-비선대-신흥사코스로다녀왔습니다.

    무우꽃님,
    다음번엔반대방향으로올라볼계획입니다.경기오악중경관이가장좋다는산입니다.

    수홍박찬석님,
    산정을휘감는운무가님의렌즈를통한다면어떤아름다운모습일까생각해봅니다.

    와암님,
    저산타기아직下질입니다.단지부지런히다니는중입니다.

    종이등불님,
    이리도과찬을하십니까.쑥스럽게시리…
    불암산은휘리릭~다녀왔습니다.그냥넘기고설아공룡능선산행기로넘어갑니다,

    양송이님,
    어찌이리도아리까리한화두를던져주시옵니까?늘깊은말씀들새기고있습니다.

       

  19. 해바라기

    2005년 10월 14일 at 7:05 오전

    다람쥐안보여용~.엉엉~ㅎㅎ

    이렇게직접접할수없는산행…

    님의산행기로통해이렇게라도천천히올라갈수있어다행입니다

    시간이허럭하시면울산쪽영남의알프스라부르는신불산영취산간월산단풍이랑억새

    평온이절정입니다

    이미다녀가신지모르지만가까이살아가을이면한번씩가보는산입니다

    추천하고싶네요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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