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끝 예감, 孔雀山

진짜정상은산불감시탑에내어주고…

하고많은산이름중공작산이라니?

공작?낯설지않은단어인데도웬지모르게음습하다.
孔雀보다는工作이먼저떠오른다는것은
세파에찌들어이미머릿속이혼탁해졌기때문일게다.
권모술수가판을치는세상에청정뇌를유지하기란도인이아니고서야어찌…
슬슬정치공작이고개를쳐드는요즘,정치欄활자들도덩달아춤을춘다.

아름다운공작산을두고이무슨발칙한代入인가?
공작산을아끼는홍천군민들이들으면진노할일이거늘.

~공작산뿌리내려수려한고장~

강원도홍천군민의노래,2절은이렇게시작된다.
이처럼공작산은홍천을대표하는산이다.

孔雀山의능선은공작의깃털처럼화려하면서도부드럽다.
의젓한능선이정상에이르러서는가파르게솟구치는데
그부드러운능선과솟구쳐오른형상이孔雀을빼어닮았다하여공작산이란다.

설전날,길막힐것이란것은삼척동자도다안다.
마음을느긋하게가지며차창밖수변풍경을즐긴다.
가다서다를반복하던차량행렬은팔당대교를넘어두물머리를지나면서부터
거짓말처럼뻥뚫린다.허를찔린느낌이다.
들머리로잡은공작현넘는도로에도착한시간은10시쯤.

도로개설을위해절개한급사면을치고오른다.
초입부터숨이턱밑까지차오른다.
재킷을벗어배낭에건다.초봄날씨다.

낙엽송길에는잔설만…

완만한낙엽송지대를산책하듯걷는다.
쭉쭉뻗은낙엽송사이로이따금씩따스한햇살이내비친다.
그러나응달진비탈길낙엽속엔맨질맨질얼음이숨어있어방심은금물이다.
쓰러져누운자작나무밑을지나자안부에닿는다.
밧줄을잡고깎아지른벼랑을끼고돌아올려다보니
뾰족한정상이금새눈앞으로다가선다.

산너울이일렁이고…
궁지기골과문바위골이한눈에내려다보이는전망대이다.
홍천군일대또한시원스럽게조망되는곳이다.
아스라히먼산은너울처럼일렁이며보일듯말듯하늘금을이어간다.

전망좋은곳에서내려서면다시앙상한나뭇가지들만촘촘한오솔길이다.
녹음우거지는여름이면심산이되어괴괴하기그지없을듯싶다.

울타리둘러친감시탑아래에진짜정상표시석이…

887m정상은엉뚱하게도산불감시초소에내어주고몇발짝건너봉우리에
초라한모습의정상표시비가뻘쭘하게서있다.
산불감시시스템도반드시필요하다.
그러나굳이정상임을알리는표시석위에감시탑을세워야만했을까?
한술더떠철조망까지둘러접근을막아놓았다.
정상에서의조망은시설물에고스란히내어준셈이다.
둘러보니정상주변에여러암봉이있다.
높이도고만고만한데쇠구조물을굳이정상에올려놓은이유?모르겠다.
참새가어찌봉황의뜻을알겠는가?

정상에서몇걸음내려와판을펼친다.
컵라면에오뎅국에더하여보온통안에서퉁퉁불은떡국조차별미다.
산행에있어먹는즐거움또한빼놓을수없는것.
설명절전날이기도하여산행코스를짧게잡아원점회귀코스인공작골로내려선다.

돌아오는길,설전날이라문연식당찾기가쉽지않다.
대로로나와어렵사리찾은청국장집에서,주거니받거니~
여진은강남역인근호프집으로까지이어졌으니…

초등학교4학년이라는이아이,운동화가미끄러워양말을운동화위에신고서…

[사족]

한동안게으름을피운탓인지쌓인일들처리하느라혼쭐났습니다.
설전날다녀온산행,오늘에서야어설프게정리하여올립니다.
조블이웃님들새해복많이받으세요.

8 Comments

  1. 와암(臥岩)

    2007년 2월 22일 at 5:30 오전

    孔雀山산행기,
    역시일품입니다.

    어느곳,
    어느분의산행기보담도더뛰어납니다.

    임의산행기를읽노라면한발한발띄어놓는발걸음조차도눈앞에선하도록그려집니다.
    얼마나깔끔한글인지?
    정말읽을때마다허뭇하게웃음돕니다.

    "하고많은산이름중공작산이라니?",
    첫도입부부터구미당기게했습니다.

    멋진글과사진,
    추천올립니다.   

  2. 山 처럼.도연

    2007년 2월 22일 at 6:31 오전

    홍천에있는공작산이맞았군요.
    10여년전에산행정보자료만모았다가가보지도못하고
    잊혀진산이였는데…
    설전날호젓한산행길이셨을겁니다.

    초등학생의운동화바깥에양말신은모습에
    웃음이절로납니다^^*   

  3. 토담

    2007년 2월 22일 at 2:20 오후

    많이바쁘셨군요^^

    설전날이었으니느긋한마음으로
    유유자적온산을통째로차지하고다니셨겠군요ㅎ

    사정이좋아지면
    그곳공작산에함가봐야겠습니다^^*   

  4. 은하수

    2007년 2월 24일 at 8:45 오후

    와암님말씀대로얼마나깔끔한산행기인지요.
    저는카스톱님글을읽을때마다감탄을합니다.
    산에서펼쳐지는풍경을눈앞에그리는듯합니다.

    양말을운동화위에껴신은아이의행동도재미있고요.

    산불감시탑이보기싫은괴물같습니다.
    꼭정상에설치할필요가있을까요?
    좀더아름답게,환경친화적인방법으로지을수는없을까요?
    저도이런기분인데산을사랑해서등산하시는분들에게는
    얼마나불쾌한건물일까요?   

  5. 종이등불

    2007년 2월 25일 at 9:08 오전

    이곳에오면
    늘깊은산내음이가득하지요.

    그간잘계셨는지요?
    선생님의글흔적반가웠습니다.   

  6. 느티나무

    2007년 2월 25일 at 4:03 오후

    님의산행기를읽다보면…
    저도옆에서같이산을타고있는기분이랍니다^^

    그리고뭐니뭐니해도역시…먹는기쁨은최고이지요.
    저도요즈음산행을가끔씩하고있지만그곳처럼추운날씨가아니라서…

    보온통에서퉁퉁불은떡국에서시작해서호프집까지라~~
    그리고돌아오는길은또얼마나흐뭇하셨을까요.

       

  7. 박산

    2007년 2월 26일 at 1:11 오전

    아이들양발끼어신은사진재미있습니다

    잘계시지요?
    인사드리고갑니다   

  8. 양송이

    2007년 3월 3일 at 1:12 오후

    글은근열흘전에읽고감상문은이제야쓰는저의이름은양송이입니다.ㅎㅎ…

    대한민국의웬만한산정상에는구조물들이지어져있는그것
    정말볼때마다짜증나고안타깝다는생각이듭니다.

    가장꼴볼견이우리집앞옥마산정상에있는전파관리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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