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를가로질러고갯마루에서서고향을내려다본다.
자욱한밤안개가별빛마저삼켜버린캄캄한밤,
무엇하나보이질않는데도사위가낯설지않다.
그옛날내가살던고향집이있건만.
지금은어느누구도살고있지않고
기름진門前沃田엔잡초만무성하니…
‘고향무정’에내멋대로꿰맞춰흥얼거려본다.
오늘이곳죽령고갯마루에서,고개너머저산아래00초교함께다녔던아이(?)들이모여
타임머신잡아타고그때그시절로공간이동하는날이다.
서울,대구,대전에서고갯마루로속속모여든다.
이처럼더할나위없이좋은게緣이기도하거니와
모로이어지면몹쓸것또한緣일수있으니…
힘에부친대형트럭이꽁무니에수십대씩매달고오르는진풍경은이제없다.
한구비돌아오르면실하게담은꿀병을,
또한구비돌아오르면더덕손질해놓고팔던
인심후한산동네할머니도더이상보이질않는다.
고소한감자전과동동주가나그네를반겼는데,어디에도없다.보이질않는다.
그러나’3분’이앗아간고갯길정취는다시돌아올리만무하다.
그저지나고보면아쉬운게어디이뿐이겠는가.
백두대간종주산꾼들이중간식량조달을위해잠시잠깐들리는정도란다.
50여명이이곳에모여앉아밤새먹고마시고질러대니,
주인얼굴에도모처럼화색이돈다.
05시반이되어서야시간여행에서돌아왔으니.으~
이정도면몸뚱이가녹초가되어야마땅할터인데,괜찮다.의외로가뿐하다.
밖으로나와폐부깊숙히새벽공기를들이킨다.
상쾌함이란이런느낌을두고하는말일게다.
산행에따라나선인원은열댓명정도.
죽령고개북쪽죽령매표소를들머리로연화봉에올라원점으로돌아오는코스다.
들머리이정표(천문대6.8km비로봉11.5km국망봉14.6km)를지나자
곧매표소가나온다.물론매표는않는다.
이곳역시다른국립공원매표소처럼’시인마을’로옷을바꿔입었다.
그리고국망봉에서초암사까지길게걸어볼요량이었다.
그러나모양새가아니다싶어여러친구들과연화봉에서유턴키로마음을비웠다.
간간히쉼터와전망대가갖춰져있으나소백산을휘감은안개가여전히
지나자거대한중계철탑이올려다보인다.
예까지와서3km밖에남지않은연화봉을놓치다니.
절대로아니될일이다.
철탑을끼고돌아연화봉이건너다보이는데크에이르자,
짙은안개가서서히옅어지는가싶더니소백능선은살포시속살을드러낸다.
철탑아래서돌아내려간일행들,발품이부족해서이느낌을놓친거다.
송신탑을지나천문대로향하는응달엔여태녹지않은눈이있다.
그러고보니소백8부능선이상엔여전히겨울빛이강하다.
소백능선칼바람의마지막자존심인가,
어지간하면오는봄에게자릴내주고다음겨울을도모할만도한데…
제아무리버텨본들5월로들어서면연분홍철쭉꽃망울에놀라
혼비백산줄행랑을놓을게분명한데도.
잰걸음으로내려가일행들과합류해야하기때문이다.
배낭안에고이넣어온동동주를꺼내목젖을적신다.
지난겨울,저건너눈덮힌비로봉에서도,
오늘,연화봉정상에서도변함없는그맛,’小白山동동주’다.
양송이
2007년 4월 26일 at 5:22 오전
소백산철축제할때가다가오고있지요?
오랫만에찾아와보니이번에는죽령을다녀오셨군요.
카스톱님의고향으로가는길목이지요?
저도그전에풍기봉화근처에가서살아보려고그죽령자주넘어다녔답니다.
수도권에서그곳으로가려면박달재와죽령을반드시거쳐야하였지요.
특히죽령마루에이르면나물파는할머니들이앉아있었는데
그곳에서먹어보았던꿀맛같던다래맛을잊지못한답니다.
시간나면저도한번그곳으로다시가보고싶습니다.
풍기역전앞에있던안양해물탕집은그대로있는것인지…
손을꼽아보니근이십오년다되었는데말입니다.ㅎㅎㅎ….
山 처럼.도연
2007년 4월 26일 at 9:02 오전
눈이아직도녹지않았으니…
역시소백산은겨울산입니다.
죽령휴게소를경계로충북과경북이갈라지는곳…
맨첨소백산희방사기점으로산행할때..죽령휴게소에서오며가며
먹고마시고했는데…이젠추억속으로사라져가는느낌입니다.
초등학교동창회를옛죽령휴게소에서…멋집니다.
연화봉표지석옆에넓다란쉼터를새로지어놓았던데….
먹다남은막걸리라도들고가서드셨는지요.
취해도잘닦인콘크리트포장길의죽령내려오는길은전혀위험하지않는데요^^
풀잎피리
2007년 4월 27일 at 4:17 오전
연화봉블루스마지막을장식하는것이치마벗은처녀군요ㅎㅎㅎ
하긴초등학교동창회라창피하지않았겠지요….
오래전연화봉의바람을쐰후비로봉,천문대를거쳐희방사로내려왔었지요.
그때의젊은직장동료들은뿔뿔히흩어지고지금은모두다른직장을가졌지요.
고향무정의그리움을갖고사진즐감하였습니다
박산
2007년 5월 1일 at 6:08 오전
막국수보기반해도침넘어갑니다
아바단
2007년 5월 1일 at 6:26 오전
반백이된또래들과책가방대신배낭매고
소백산산행하심…어릴적나들이생각나셨겠네요.
저도어느해동갑내기들과비로봉다녀왔는데.
죽령매표소방향으론콘크리트포장길이군요.
댓글남겨주심감사하지요.
종이등불
2007년 5월 1일 at 8:11 오후
죽령산행기.
잘읽었습니다.
늘그렇듯,
잔잔한글과좋은사진에감탄하면서요.
와암(臥岩)
2007년 7월 3일 at 5:07 오전
초등학교동기들과의고향땅에서의만남,
그것도밤샘으로이어졌고,
연화봉산행까지하셨으니그감회대단했으리라여깁니다.
임께선너무나당당하시군요.
좀처럼얼굴보여주시지않더니만요.
추천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