蝟島, 망금봉에서 망월봉까지

~13일오후6시현재,
태풍마니의영향으로남해전해상에내려진풍랑주의보와경남,전남에발효된강풍주의보가

경보로바뀔가능성이높기때문에기상정보에귀기울여주시기바랍니다~

13일의금요일,
기상캐스터의목소리톤이심상치않다.

"뭐야이거!내일배를타야하는데…"

‘바다..섬..산행..’
M산악회로부터간결문자가날아든게엊그제다.
바다와섬그리고산행이라…구미가확당길수밖에.
맘동할때앞뒤재지않고냉큼이름을올렸다.

그런데태풍이라니…가야하나,말아야하나?
"서해중부해상의물결은0.5~2m로일겠습니다"
인터넷정보를통해확인해본바배뜨는데아무문제없다는사실을확인했다.

14일여명의시간,
낮게드리운먹구름이빠르게이동한다.
간간히빗방울도흩날린다.
태풍마니의기운이설핏느껴지는아침이다.

예정대로출발이다.
태풍소식에지레겁먹은탓인지버스좌석이군데군데펑크다.
담담한표정의등반대장,아마도속은숯검정이지싶다.
"미리취소전화라도해주면좋으련만…’아쉬워한다.
스물대여섯명이라자리가널널해좋으나주최측생각하면대놓고좋아할수만은없는노릇.

서해안고속도로보령나들목을스쳐지날때부터,
창밖으로스치는구름과하늘빛은어찌나고운지…
머릿속에맴맴돌던날씨걱정은씻은듯사라졌다.

뱃고동을울리며격포항을벗어난여객선은
시원한바닷바람과거친물살을가른다.
배꽁무니를무리지어따르는갈매기들의날개짓이힘겨워보인다.
높게날아먹일구하지않는다.낮게날며새우깡에올인한다.
‘갈매기의꿈’에서만난갈매기조나단은더이상없다.

격포항을떠나50여분을달려닿은곳은위도파장금港.
고슴도치형상을닮았다하여고슴도치섬(蝟島)이다.

대기중인마을버스에올랐다.마을버스라야섬통틀어달랑1대뿐.
운전기사는위도홍보의선봉장역할을톡톡히한다.
해안도로를구비구비돌며구수한사투리로풀어내는위도자랑에,승객들은배꼽을잡고넘어간다.

버스는깊은금(심구미마을)에일행을내려놓는다.
마을이매우깊은지형에위치해있어깊은금이란다.
한때위도는방폐장문제로세간에화제로떠올랐었는데
바로이곳깊은금이방폐장이들어설장소였다나.

깊은금에서올려다본망금봉은만만해보인다.
바다에접해있는산들,얕잡아봤다간낭패보기십상이다.표고차때문이다.
특히나오르내림이심하다는위도의산줄기에첫발을옮겨놓으면서
이무슨초건방인가,겸손…그저겸손할지어다.

들머리산기슭에고창선운사의말사인내원암이눈에들어온다.
내원암처마밑에탐스럽게핀수국이잠시쉬어가라손짓한다.

산마루에올라서니무릉도원이따로없다.눈길닿는곳모두가무릉도원이다.
발아래펼쳐진작은섬들은서로의외로움을달래기라도하듯
올망졸망맞닿을듯정겹게모여있다.

망금봉을내려서면서저멀리망월봉을건너다보니휴우~.
표고차적은능선길을기대했다간오산이다.
숫제산을서너개탄다고생각하면마음편하다.

치도리와깊은금을잇는콘크리트포도로내려선다.

도로를가로질러도제봉으로향한다.
키낮은잡목들주변으로웃자란고사리가지천이다,
따갑게내리쬐는햇살을나무라듯시원한바닷바람이간간히살랑댄다.

도제봉(152m).
본래는봉수산이라하였으나태평과풍어를기원하는島祭를
이곳에서올렸다하여島祭峰이라불린다.
또한산허리를감싸안은안개가신이사는곳처럼아름답다하여
봉산출운(鳳山出雲)이라한다.(정상안내판에서..)

또다시도로로내려섰다.

이곳서부터망월봉정상까지는1㎞거리밖에안된다.
하지만체감거리는10km는될성싶다.
인내심을요하는가파른오르막암릉구간이다.
이미바닥치고상투잡길거듭한탓일까,여간녹록치가않다.
군데군데걸어놓은밧줄을부여잡고

버벅대며오른망월봉(255m).
물먹은솜처럼땀범벅이된이몸을,
고슴도치한놈은박수로,또한놈은손을번쩍들어반갑게맞는다.

정상표지석을대신한고슴도치조형물이이색적이다.

망월봉(望月峰)에올라사위를둘러보니동으로변산반도,남서로칠산앞바다,
북으로는식도와왕등도가한눈에들어온다.

망망대해를등진정상빈의자주변엔잡풀이무성하다.
인적뜸한빈의자에풀줄기가타고오른다.

~외로움에지친모든사람들무더기로와도괜찮소~

망월봉을뒤로하고위령탑쪽으로내려선다.
1993년,292명의생명을앗아간서해훼리호사고.
발아래저만치에이들영혼을위로하는위령탑이내려다보인다.

위령탑에서파장금항까지아스팔트길을걸어20분,
만난차량은고작서너대,한적해서좋다,

그섬에가고싶다…하여찾은위도.
이섬에머물고싶다…

그런데뱃고동이울린다.
적당히아쉬울때떠나란다.

쭈~욱~걸은길을정리하자면,

위도파장금항에서버스타고깊은금에내려-망금봉-도제봉-진말고개-개들넘-망월봉-

서해페리호참사위령탑거쳐아스팔트길걸어파장금항까지…


8 Comments

  1. 아별

    2007년 7월 18일 at 5:27 오전

    위도에서등산을하셨군요
    결과적으로청명한날씨인데그전엔마음좀졸이셨겠습니다그려.ㅋ
    사진중빈의자에앉아바다에서불어오는바람한줄기로
    이마의땀을식히고싶군요
    구경잘하고갑니다^^   

  2. 山 처럼.도연

    2007년 7월 18일 at 7:12 오전

    섬산행의묘미는바다와함께한다는데있지요.
    올망졸망얕으막한산의우리나라섬이지만…
    육지와다른생활모습을느낄수있기에또다른느낌이들기도하지요.

    다행히날씨가좋아서기분좋은나드리길이되었을듯합니다.
    시간이허락되면자연산회에다쇠주…밤바다에퍼질고앉아
    넉넉한시간을가지면더좋을텐데요….
    늘허덕이며살아가는우리네삶이기에….   

  3. 박산

    2007년 7월 19일 at 2:11 오전

    버벅대시며오르신망월봉에
    보는이같이한숨몰아쉽니다

    위도에도그리험한등산코스가있군요
    그림이아주좋으셨겠습니다   

  4. 와암(臥岩)

    2007년 7월 23일 at 12:47 오후

    "깊은금에서올려다본망금봉은만만해보인다./
    바다에접해있는산들,얕잡아봤다간낭패보기십상이다./
    표고차때문이다./
    특히나오르내림이심하다는위도의산줄기에첫발을옮겨놓으면서/
    이무슨초건방인가,/
    겸손…그저겸손할지어다.//",

    그렇더군요.
    섬산은300m만돼도오르기가얼마나힘에부치던지요.

    망월봉정상의표지석,
    정말재미있군요.
    그곳분들의정서을읽을수있는대목이라느낌니다.

    추천올립니다.
       

  5. 은하수

    2007년 7월 26일 at 7:01 오후

    바다가내려다보이는산위에서찍은사진,
    경치가무척아름답습니다.
    그런경치를감상할수있다는것은
    힘들게산을오른사람들에게만주어지는특권이겠지요?

    산타기의고수이신카스톱님이힘들었다고하시는걸보니
    어려운코스였나봅니다.

    글을읽다보니들어본단어이긴한데
    정확히모르는단어가있어서사전을찾아보았습니다.
    (무식이다들통나지요?ㅎㅎㅎ)

    표고차:바다의수준면(水準面)에서지표(地表)의어느지점에이르는수직거리의차

    한가지배우고갑니다.   

  6. 박원

    2007년 7월 27일 at 8:59 오전

    위도까지가셨군요.
    늘좋은곳만찾아다니시는군요.
    더운여름건강하게보내세요.   

  7. 나그네

    2007년 7월 30일 at 1:28 오전

    서있는사람만오시오~나는빈-*자
    외로움에지친사람들까지다오라는걸보니착한의자인가봐요ㅎㅎ
    참섬세하십니다
    자주들르겠습니다박종봉   

  8. 山 처럼.도연

    2007년 8월 1일 at 2:18 오전

    민주지산시원한물한리계곡은보이지않네요.
    낼부터휴가기간입니다.
    어디로갈까생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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