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산 앵무봉의 가을

일요일(10/20),홀로고령산을오른다.
보광사토담을타고오르는담쟁이덩쿨이가을햇살에불콰하게물들어간다.
보광사는경기도파주고령산기슭너른터에자리한천년고찰이다.

기록을살펴보면
신라진성여왕8년(894)어명으로도선국사가창건했다.
고려시대고종2년(1215)원진국사가중창했고법민대사가불보살5위를봉안했으며
우왕14년(1388)무학대사가삼창했다.
임진왜란으로전소된것을광해군14년(1622)설미,덕인스님이복원하였다.

고령산(622m)은파주시광탄면과양주군장흥계곡에걸쳐있다.
등산로표시가제대로되어있지않다.
대체로행정구역경계선에위치한산들이그러하다.
산능선에군사시설들이많아한동안출입이통제되었던산이라더욱그러하다.

보광사계곡은사방댐공사로파헤쳐놓아들머리찾기가쉽지않다.
산에들면늘만나던이정표가새삼그립다.

다행히산속으로들자,산길이뚜렷하다.
인적없는한적한골짜기를유유자적걷는기분,최고의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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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아기를잉태한지열달이되면
바야흐로아기가태어나게되나니만약효순한아들이라면
주먹을쥐어합장하고나와서어머니의몸을상하지않게한다.
만약오역죄를범할아들이라면
어머니의포태(胞胎)를제치고손으로는어머니의간과염통을움켜쥐고
다리로는어머니의엉덩이뼈를밟아서
어머니는마치일천개의칼로배를저미고
일만개의칼날로염통을쑤시는듯한고통을느끼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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父母恩重經(부모은중경)독경소리가고명산산자락을휘감는다.
멀어졌다가다시가깝게,미풍에실려골골마다스민다.

산중턱도솔암까지가파른길을오르는동안
뼈속까지파고드는’부모은중경’이구구절절섧다.

향내음이콧속으로살며시스며든다.
고갤들어올려다보니어느새도솔암이다.
인기척없이고요한암자뜰에는낙엽만이이리저리흩날린다.
불사중이라어수선하다.

뜰옆벼랑끝에는100년이넘었다는노송이보광사를내려다보고서있다.
노송옆좁은길을따라앵무봉기슭으로올라붙는다.

숲속을헤집는소슬한갈바람에나무들은맥없이이파리를떨군다.
손대면핏빛이묻어날것만같은진홍빛단풍잎사이로
간간히가을햇살이파고든다.
더없이걷기좋은계절,붙들어두고싶다.

앵무봉(鸚鵡峯)은앵무새가마주보고있는듯하다하여
붙여진이름이라하는데…귀엽게잘도갖다붙였다.

귀여운봉우리이름과는달리,앵무봉정상은군안테나가버티고서있다.
정상석은군시설물아래한귀퉁이에초라하게박혀있고
지뢰매설지역임을알리는경고판이서늘하게나붙어있다.

서울근교산들중에서도’왕따’군에속하는산이지만
산정에서의조망은여느명산안부럽다.

東으로는한강봉,챌봉너머불곡산의한북정맥산群들이너울대고,
西로는파주너른들판이발아래펼쳐지고,
南으로는사패산,도봉산,삼각산이장쾌하고,
北으로는멀리감악산이가물거린다.

이일대는임꺽정의나와바리였다.(이크,구역)
(불곡산에도,감악산에도임꺽정봉이있어서하는야그^^)

길쭉하게원을그리며원점회귀한다.
이정표가없어오로지오르기전,머릿속에입력해둔
등로를되새겨가며어름어름수구암방향을가늠해내려선다.

산능에서길이갈라진다.
이정표도,물어볼사람도없다.
왼쪽으로내려서면보광사에바로닿을것같아
좀더걷는편을택해곧장걷기로했다.

솦속을빠져나오자,임도가나온다.

임도를따라산아래로내려서니보광사일주문앞도로다.
결국찾고자한수구암은놓치고보광사를가운데두고
한바퀴빙돌아나온셈이다.

일주문을다시통과해보광사경내로들어섰다.
천년고찰임을증명이라도하듯빛바랜단청의대웅보전이지엄하다.

대웅보전목재벽면에는코끼리탄승려,업보로고통받는중생,
만개한연꽃,알수없는짐승을탄승려등벽화가발길을붙들어세운다.

대웅보전과마주한만세루대청마루에걸터앉는다.
정수리위엔뱃속이텅빈커다란목어가떠있다.
대웅보전너머로봉긋한앵무봉이잘가라손짓하고.

사하촌(寺下村)평상으로옮겨앉아산채비빔밥에동동주한사발로
고령산앵무봉홀로산행을마감한다.

5 Comments

  1. 와암(臥岩)

    2007년 10월 25일 at 9:31 오후

    ‘고령산앵무봉의가을’,

    등정기는물론이지만담아내신사진또한멋진작품이라고느껴졌습니다.
    가을햇살에불콰하게물들어가는’담쟁이넝쿨’사진부터말예요.
    팔작대웅전의한나래풍경이며,
    세월의힘에따라벗어진단청하며,
    .
    .
    .
    .
    .

    어느컷하나눈길빼앗지않은것이없습니다.

    등로표시도없는깊은산,
    홀로산행즐기시는’카스톱’님이야말로’신선’이아닐까?하고생각해봤습니다.^^*

    추천은물론이지요.   

  2. Blue

    2007년 10월 26일 at 6:20 오전

    반갑습니다.
    군생활할때통신병으로해마다올랐던산입니다.
    앵무봉근처에OP를설치하고교대로보광사밑에내려와한잔하고올라가곤했던
    기억이나는군요.
    흠…세월이많이흘렀네요.
    홀로산행이라조만간한번찾아야겠네요.   

  3. 山 처럼.도연

    2007년 10월 26일 at 8:48 오전

    길게타원을그리는능선산행..원점회귀산행을하셨으니
    제법길게걸은듯합니다.
    앵무새와관련된경기도광주,여주의앵자봉과도높이가비슷하네요.
    고령산보광사도가을빛이찾아들었네요.산이가을빛이듯…
    언제기회되면찾아볼까합니다.
    주말휴일도뜻깊게보내시길…   

  4. 박원

    2007년 10월 26일 at 12:44 오후

    파주에도이런고찰과산이있군요.,
    지나다니면그저고만고만한산들만이눈에보였습니다.
    단풍이짙어가는군요.
    산행하기에는더없이좋은계절이지요.
    저도오늘대둔산을다녀왔습니다.오르지믄못하고케이블카를타고한바퀴돌아왔습니다.즐거운시절보내십시오.   

  5. YOLee

    2007년 10월 30일 at 2:16 오후

    다녀가주신발자취따라산길을자박자박따라오르다
    `도솔암`이라는이름에눈이번쩍떠졌습니다.

    제고향,가까이에있는선운사에도도솔암이있는데…
    아마도도솔암이란이름을갖고있는사찰이제법있는가보지요?

    대웅전의모습도요란하지않은게선운사와비슷한게
    정감이갑니다.

    님께서는보광사를다녀오셨는데
    저는선운사를다녀온것같으니
    고향떠난사람에게는고향만보이는가하여이다.
    가을이물든고국의정경,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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