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비 자욱한 武甲山의 유혹

무갑리마을회관들마루에서장기삼매경에빠진
마을어르신께다가가물었습니다.

"무갑산을오르려하는데들머리가어딘지요?"
"아무데로나들어가면되는데…뒤로보이는산이죄무갑산이구먼~"

"아,예고맙습니다"하고돌아서긴했는데,
어디로올라가야할지통감이잡히질않습니다.
선문답에,도무지아리송하기만합니다.

어제(5,16)부터시작된비가오늘(5,17)새벽녘까지추적추적내리길래
주말산행계획을접었었지요.
그런데이른아침,베란다커튼을젖히면서생각이달라졌습니다.
비개인창밖의신록이상큼하게미소지으며유혹해오지않겠습니까.

불현듯인적드문조용한산속을걷고싶은충동이일었습니다.

주말이면근교산들은어김없이인파로넘쳐납니다.
그래서가끔은호젓하게걸을수있는산을생각합니다.


그리멀지않으면서도호젓하게걸을수있는산을머릿속에그리며
부랴부랴인터넷으로서울근교산을검색합니다.

경기도광주군초월면에있는’무갑산’이눈에들어옵니다.
산이름도생소합니다.별로알려지지않은산인가봅니다.
산정보를훑어내립니다.

무갑리마을회관을들머리로하여정상에올랐다가무갑계곡을따라
원점회귀하는코스와관산,앵자봉까지종주하는코스가있습니다.

일요일아침,비개인창밖풍경에반해갑작스레산행지를정하느라
이리저리검색하다보니벌써시간은10시가다되어갑니다.
동서울터미널로가시외버스를타려던생각을접고승용차를이용키로했습니다.

자료검색한결과,산행은대개’무갑리마을회관’에서부터시작되기에
그대로내비게이션에등록,알려주는대로핸들을움직였습니다.
이눔의기계는감히주인님?을두어번뺑뺑이를돌린다음에야
목적지에데려다놓네요.
사실은업데이트를제때하지않은주인탓이지요.

마을어르신말씀을따라아무데로?올라볼요량으로
마을회관뒤산비탈로무작정올라붙었습니다.

조성한지얼마되지않은묘소옆으로올라서니
우거진숲속으로희미하게좁은산길이열립니다.
검불을헤치며나아가긴하나사람다닌흔적이라곤없습니다.
비젖은풀숲에쓸린바지는금새척척해왔지만
상큼한숲향의싱그러움이있어아랑곳없습니다.

비에젖은낙엽들이신발바닥에척척달라붙습니다.
푹신푹신하여느낌은좋습니다만왠지슬픈생각이듭니다.
흔히초로의남편을일러’비에젖은낙엽’이라한다지요.
부인에게착달라붙어떨어지지않으려한다해서…?

어렴풋이보이던산길은낙엽에묻혀가늠이잘안되나
비에씻긴숲은푸르름을더해피톤치드를듬뿍뿜어냅니다.
산비탈은갑자기가팔라지기시작합니다.
나뭇가지를휘어잡으며몸체를끌어올려보지만
낙엽밑은질척한흙길이라눈길마냥자꾸만미끄러집니다.

겨우능선에올랐으나우거진숲은사방조망을허락치않네요.
이제제법길이뚜렷한데도여전히이정표는보이질않습니다.
물론오가는산객은아직한명도못만났구요.
지정등로가아닌엉뚱한길로들어선게확실한가봅니다.

저만치나무벤치와이정표도보입니다.
역시그랬습니다.40여분을풀숲을헤쳐가며길아닌길을걸었습니다.
사진에서보듯’등산로아님’방향에서올라온것이지요.
무갑사방향을알려주었다면이정표따라쉬올랐을터인데,
아마도스스로길을터득하게끔깨우침을주기위해
마을어르신께서는선문답을하셨는지도모를일입니다.

능선길을따라아름드리노송이자태를뽐냅니다.
머리위로또다시비구름이낮게드리우고노송사이로비안개는
스멀스멀소리없이번집니다.산속은적막하기만합니다.

관산방향으로툭터진바위에걸터앉아숨고르기를한후,
언제나처럼잠시목젖을적십니다.눈이피로하면안약을넣듯…

자욱한비안개는산능선을타고바삐이동합니다.
얼추정상이가까와졌나봅니다.
숨을가쁘게몰아쉬며올라선곳에송신안테나도세워져있는
흉물스러운구조물이길을막아섭니다.
신월리방향을가리키는이정표가세워진삼거리입니다.

정상은여기서동쪽으로50미터거리에있습니다.
웅성거리는소리가들립니다.
무갑산정상(578.1m)은안개속에갇혀雲海孤島와도같습니다.

정상돌탑주변에예닐곱명정도가잔뜩옹송그리고있습니다.
흐린날씨에바람마저제법세차한기가느껴집니다.
바람막이재킷을꺼내입고서서둘러산정을내려섭니다.

헬리포트를지납니다.흔히산중헬리포트엔H字표시가많던데,
이곳엔프로펠러를형상화한듯한착륙유도표시입니다.
무슨차이가있는지는자세히알지못합니다.

웃고개를지나열미재에이르는동안비안개가걷히면서
숲은한층푸르른산색을드러냅니다.

열미재안부사거리에서왼쪽산비탈로하산합니다.
곧장진행하면관산,오른쪽은학동리방면이지요.
군데군데밧줄이설치된가파른길도있으나
대체로길은휘적휘적걷기에그만입니다.
걷다가슬그머니영역표시?도…해가며
정말이지인적이드문산입니다.날씨가궂은탓도있겠으나
아직까지잘알려지지않은산이라그러하겠지요.

계곡을따라내려오다보면임도와맞닥뜨리게됩니다.
오랜만에내린비로수량이풍부해진계곡에선
물소리가제법우렁차게들려옵니다.
계곡물길은임도를가로지르기도하는데물이불어나면
아마도임도출입은통제될것같습니다.
임도에서뒤돌아올려본무갑산정상은여전히비안개뒤로숨어있습니다.

‘건국대학교연습림’안내판을지나고,,,
관산들머리이정표를지나고,,,
표고버섯재배단지를지나고,,,
비포장로가끝나고콘크리트도로를따라
무갑리마을회관앞마당에들어섰습니다.

오늘은무갑산개념도파악에만족하고
다음번엔관산과앵자봉을잇는산행에나설것입니다.

>>>>무갑리마을회관-등산로아닌길-무갑사갈림길-무갑산정상-헬리포트-
웃고개-열미재사거리-무갑리계곡-버섯재배단지-무갑리마을회관>>>>


4 Comments

  1. 데레사

    2009년 5월 25일 at 6:16 오후

    저도오늘이곳에서등산을갔었습니다.800미터정도의산이라는데
    끝까지는안가고힘닿는데까지만다녀왔어요.
    이곳주재외국인들과함께요.
    젊은사람들은정상까지가고저는중간정도에서공기도마사고
    흐르는물도구경하고그러다내려왔습니다.

    나무가많고커서그늘이아주짙어서좋던데요.그러나늑대만한
    개들을목줄도없이데리고오는통에좀놀라긴했는데알고보니
    이곳개들은짓지도않는다네요.참.

    내일도별일없어서산엘다시갈려고하고있습니다.

    늘安山하시기를~~   

  2. 박원

    2009년 5월 27일 at 12:44 오전

    안개비속을걸어산행하셨군요.
    요즘북한산은시장통이나마찮가지라더군요.

    발길을끊은지오래되었지만
    좁은등산로에서사람과치이는것처럼성가신것도없지요.
    호젖한산행이셨군요.
       

  3. 박산

    2009년 6월 1일 at 6:29 오전

    무갑산광주에있는산이네요

    영감님과의대화,,,재미있습니다

    안양에서도
    시흥에서도
    신림동에서도
    봉천동에서도
    사당동에서도
    과천에서도

    하긴다관악산입니다   

  4. 와암(臥岩)

    2009년 7월 24일 at 7:36 오후

    날씨궂은데,
    혼자산행을~~~
    그마저초행길을요.
    무사한산행이었으니퍽다행스럽습니다.

    산행의경지에올랐다는느낌받았습니다.

    추천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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