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괴산, 도명산 올라 낙영산으로

도명산정상에서본…

"80mm의비에천둥번개,그리고돌풍까지?"

주말산행을시샘하듯기상예보가또태클을건다.
그렇다고금쪽같은주말을그저그렇게뭉갤수는없는일.
‘피할수없다면즐기라’했겠다.

쏟아지는빗속을,그것도비안개자욱한깊은산속을걷는다는것,
그자체만으로도낭만지수가팍팍오르는일아니던가.

"이비오는데…작작좀하시지~"

근심어린걱정(?)을뒷통수에매달고문밖을나섰다.

세차게퍼붓던빗줄기는호법인터체인지를지나면서잦아들더니
여주휴게소를지나중부내륙고속도로로접어들자,
언제비가왔었냐는듯도로가뽀송뽀송하다.

주말비소식에꼬리를내린산꾼들이많아
널널한28인승버스에달랑열일곱명만올라앉으니
항공석퍼스트클라스가부럽지않으나
행사진행측입장을생각해보면표나게좋아할일만은아니다.
이정도면대개산행취소를생각하게되는데
M산악회카페에올라온공지사항인즉,

"일기와상관없이출발합니다.비가와도눈이와도갑니다.
비가와도회원님과의약속이더중요해서출발합니다.
비가너무많이오면음식점빌려빈대떡에막걸리라도먹고옵니다."

단골산객을위해눈물머금고밀어부치겠다는데
어찌함께하지않을수있겠는가.

비오면비맞고,눈오면눈맞을각오로숫제예보를무시하고
길을나서면더러예보의사각지대를경험하기도한다.
오늘같은날도중부권전체에많은비가예보되었는데
엷은구름층사이로간간히햇살이내비치기도하다보니
동승한산꾼들,기다렸다는듯기상청을도마위에올린다.

"이래서기상청은’오보청’의오명을못벗어던지지"
"산꾼들과무슨억하심정이있길래주말마다초를치는지몰라"
"올해부터장마예보를중단하겠다던데중단이라기보다책임회피성포기가맞지"

글쎄,워낙변화무쌍한날씨라서일희일비할것만은아닌데…

도명산정상암봉

오늘산행은도명산과낙영산이다.
충북괴산청천면화양리에위치한산群으로속리산국립공원에속한다.

화양계곡주차장을지나천하절경으로입소문자자한화양구곡의
산책길을따라걷다보면화양3교가나온다.

다리를건너기전우측으로도명산들머리가표시되어있으나
조금더산책로를따라걸어9곡중8곡인학소대아래
철다리인학소교를건너산길로접어든다.
주차장에서학소교까지25분거리,여기서부터도명산정상까지2.8km.

여기서잠깐!화양계곡6㎞에걸쳐계곡미를뽐내는
화양구곡(華陽九曲)을공부해보자.

화양구곡은조선중기에우암송시열선생이
이곳화양동계곡에은거하면서중국의무이구곡을벤치마킹?하여
이름붙인것이라는데…

1곡;마치하늘을떠받치듯기암이가파르게솟아경천벽(擎天壁),
2곡;구름의그림자가맑게비친다하여운영담(雲影潭),
3곡;우암송시열선생이효종의돌아가심을슬퍼하며매일새벽,
희고너른바위에서통곡하였다하여읍궁암(泣弓巖),
4곡;맑고깨끗한물에모래또한금싸라기같다하여금사담(金沙潭),
5곡;도명산기슭에첩첩이겹쳐있는바위위에서별을관측했다하여첨성대(瞻星臺),
6곡;큰바위가시냇가에우뚝솟아그높이가구름을찌를듯하다하여능운대(凌雲臺),
7곡;너른바위가마치용이꿈틀거리는듯하다하여와룡암(臥龍巖),
8곡;백학이이곳에집을짓고새끼를쳤다하여학소대(鶴巢臺),
9곡;흰바위가티없는옥반과도같아신선들이술잔을나누었다는파곶(巴串)

제1곡부터9곡까지우암송시열선생께서잘도갖다붙였다.

학소교와’橋心’이란詩碑가…

완만한나무계단을따라오른다.
덥고습한산기운이온몸을후텁지근하게감싸온다.
제대로한바탕쏟아부을듯비구름또한심상치않다.

하나작정하고나선터라비에는덤덤한데신경쓰이는건
초입서부터앵앵거리며동행하자고달려드는산모기다.
여름산행시짜증유발원흉은단연모기다.
모기서식의원인제공은화양구곡따라들어선음식점들이다.
명색이속리산국립공원에속해있는산인데어찌하여
국립공원산속에깊숙히들어와영업을할수가있는건지도통모르겠다.

학소대에서완만한등로를따라30분을걸어오르면,
비로소제법까칠한오름길이시작된다.
어설프게매놓은밧줄을잡고돌계단을돌아올라철다리를지나면
거대석벽이길을막아선다.

흐릿하지만실제로는섬세한곡선미가…


석벽엔마치밑그림처럼불상이線刻되어있다.
도명산의명물,마애삼존불상이다.

삼존불중오른쪽불상은9.1m높이에안면길이만2m에이른다.
가운데불상은더욱커높이가14m나된다.
왼쪽동떨어진암벽에새겨진또하나의불상은5.4m로
다른불상과달리돋을새김기법으로곡선미를잘보여준다.

거대석벽사이로난좁은통로를빠져나와10분만오르면
도명산정상(643m)암봉이다.

억겁을지나오며비바람에깎여진미끈한기암과
바위틈새로간신히뿌리내려만고풍상견뎌온노송은
정상에오른산객들에게큰감동을선사한다.

비구름은더욱짙고낮게내려앉는다.
서둘러낙영산방향으로내려섰으나길이헷갈려
우왕좌왕한후에야완만한경사의너른슬랩구간이나타난다.
안전바나로프가없지만암면이거칠어등산화가착착잘도붙는다.
그래도눈비를대비해안전시설설치가필요한구간이다.

정상에서20분을내려선곳이정표에
도명산0.6km,공림사2.3km라고만적혀있을뿐,
낙영산방향을가리키는표시는여전히없다.

산성인지..등로인지..

미륵산성터를지나헬기장을가로질러다시숲속으로들면
등로는황당하게도산성을짓밟고가게끔나있다.
산꾼들의발을빌어산성을훼손하자는것인가.
참으로기가찰노릇이다.

걸음이무겁다.이쯤에서허기를달래기로하고
사방이탁트인전망좋은바위에이르러배낭을내린다.
지도를펴낙영산방향을다시한번가늠해본다.

지도상에표시된낙영산은곧장진행하여범바위안부로내려섰다가
다시올라붙어야하는데이곳(문바위)서만난
산객은오른쪽샛길로5분만걸으면그곳이낙영산정상이라했다.
지도표기가틀린건지,정상이다른봉우리로이전?한건지…

일행중한명이첨병을자처하며왕복10분코스에있다는
정상을직접확인하고오겠다면서숲속으로사라진다.

찔끔거리던빗방울은이제제법세차졌다.
우의를꺼내입고배낭커버를씌웠다.

돌아온첨병은다녀온곳이낙영산정상이맞다며카메라에
담아온정상표시석을일행들에게보여줬다.
그렇다면지도상의낙영산은?
나중에안사실이었지만지도상의낙영산은무영봉이었던것이다.

무영봉은등산자료들마다해석을달리해혼선을빚고있다.
많은산객들은무영봉을낙영산정상으로알고있다.
인터넷을검색해봐도대부분해발746m의무영봉이곧낙영산이다.
다만괴산군청자료만이문바위봉옆684m봉을낙영산으로표시하고있다.

낙영산정상.헷갈리는이정표때문에…

실제684m봉으로이동하여확인해보니괴산군청에서세워놓은
낙영산정상표지석이있었다.
산꾼들자료와괴산군청자료가따로따로다.

또하나,정상에세워진이정표가가리키는방향이엉뚱했다.
자세히살펴보니이정표기둥이뽑혀소나무에기대어져있어
전혀다른방향을가리키고있었던것.
국립공원관리사무소가산아래버젓이있는데도
확인조차하지않는모양이다.
입장료도받지않으니그정도불편은감내하라는건가?
많은산꾼들이혼란스러워하는데도꿈쩍도않는다.
(실제하산길에텀방지원센터에들러제보하였더니,별로관심없어하기에…)

여기서곧장가면무영봉(지도상에는낙영산).

무영봉방향으로길을잡고안부사거리에내려서자,
빗줄기는더욱세차게쏟아붓는다.
무영봉오름길을포기하고왼쪽화양구곡으로발길을돌렸다.


빗물머금어더욱불콰해진낙엽길은양탄자처럼푹신하다.
빗물머금어더욱촉촉해진신록은싱그런내음을양껏발산한다.

천천히걷는다.앞뒤일행과적당하게거리를둔다.
마치장작타들어가는소리와도같은세찬빗소리를
혼자서온전하게즐기고싶어서다.

우의를입었건만땀에젖어온통축축하긴매한가지다.
기능성등산화도거침없는빗줄기앞에선속수무책이다.
신발안으로스며든빗물로걸음을뗄때마다저벅댄다.

화양동계곡

그렇게한시간쯤내려서니숲이열리고
저만치진경산수의화양계곡이눈에들어온다.
화양계곡으로내려서기까지1시간넘게장대비를온몸으로
받아냈다.낭만지수100%,감동백배의우중산행이었다.

톡톡튀는4차원?우의패션…

—–>화양구곡주차장(10:35)-화양3교(10:51)-학소교(11:03)-마애삼존불(11:50)-

도명산정상(12:05)-문바위(13:17~13:38점심)-낙영산정상(13:45)-

범바위안부사거리(14:06)-인봉골계곡-화양구곡주차장(15:24)—->


6 Comments

  1. 데레사

    2009년 6월 24일 at 6:23 오후

    여름산이정말싱그러워보입니다.
    비옷입고산행,저도옛날월출산엘비오는날갔었는데미끄럽긴
    했어도너무좋았었다는기억이있어요.

    이제는비가안와도꿈도못꾸는산들이되어버렸어요.
    세월이내가오르는것보다남이오르는걸구경하는쪽으로날
    바꿔버렸어요.

    고맙습니다.   

  2. 호박댁

    2009년 6월 25일 at 2:55 오전

    에이괴산을가셧으면
    저한테연락을하시지요~~
    호박댁짜가오라바이네가든가서밥도같이묵었으면좋은데..ㅎㅎ   

  3. 박산

    2009년 6월 25일 at 7:15 오전

    결과적으로

    기상청태클이맞았네요

    카스톱님같으신분한테야

    초지일관이니

    안통하지요,,,   

  4. 와암(臥岩)

    2009년 7월 24일 at 8:13 오후

    도명산,
    그바위산을우중에나서기로했으니,
    "이비오는데…작작좀하시지~"라는사모님의핀잔들어마땅하다는생각해봤습니다.^^*^^*

    정말대단하신산사나이십니다.
    날씨가좋은날도힘드는바위길을우중에다녀오셨다니요.

    하긴우중산행의그맛,
    그걸모르면산꾼이라고할수없겠지만말예요.

    멋진산행기,
    추천올립니다.

       

  5. jh kim

    2013년 1월 23일 at 6:35 오전

    이곳이우리고향바로인근이랍니다   

  6. 유비

    2013년 6월 20일 at 7:25 오전

    멋진산행기잘보았습니다~

    좋은곳을다녀오셨군요~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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