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삼재
별빛쏟아져내리는성삼재로
밤잠설친산객들이꾸역꾸역몰려든다.
저마다설레임가득한얼굴을하고서.
생각만해도가슴벅차고설렌다.
몇해전,대원사를들머리로천왕봉올라벽소령산장에서1박,성삼재로걸었었다.
이번엔逆으로성삼재를들머리로세석산장에서1박,천왕봉을찍고중산리로간다.
초승달을길라잡이삼아노고단고개로향한다.
어둠이내려앉은밤,탐방지원센터를벗어나서늘한밤공기를호흡하며,
밤하늘가득한무수한별들에게安山을빌어가며,
잘다듬어진흙길을따라걷는다.
노고단대피소까지길은비교적완만하다.
반야봉너머로여명이설핏하다.
붉은기운이삽시간에주능선을타고번진다.
이어장엄한지리산連峰은천지기운을머금으며기지개를편다.
많은산객들은어둠이짙게깔린산마루에서상념한다.
무슨생각들을할까?지리산의女神인노고할미는알까?
오늘은8월15일,64년전일제로부터나라를되찾은날이다.
공교롭게도지리산에서광복절을…의미가각별하다.
쇠말뚝이속속발견되어뽑아버리기도했으나
아직도한반도의많은산들이쇠말뚝에신음하고
있다고하니분기탱천할일이다.
지리산은1909년일본군의대토벌작전이있기전까지
한강이남에서항일운동이가장치열했던곳이기도하다.
무명독립투사들의넋을기린다.
이렇듯지리산은우리민족의애환을고스란히보듬은채
오늘도여전히너른품으로산꾼들을껴안는다.
배낭에태극기를꼽고종주에나섰더라면…
샛노란원추리가무리지어아침인사를건넨다.
돼지령을지날즈음동이터와헤드랜턴을내렸다.
피아골삼거리(1,336m)를지난다.
걷기도힘든산길을달리는이들도있다.
지리산주능선에서광복절에맞춰’화대종주산악마라톤’이열리고있었다.
‘화대종주’란화엄사에서대원사까지46km의산악마라톤을일컫는다.
노고단고개에서임걸령까지는산길이평탄한편이어서
마라토너들은이구간에서시간을단축해볼욕심으로마구달린다.
추월하기쉽도록연방비껴서서길을내줘야만했다.
임걸령(1,320m) 산꾼들사이에서물맛좋기로소문난샘터가여기에있다. 반야봉은지리산주능선에서약간비껴나있어지리산에들때마다
숙제로남겨두었던반야봉,오늘에야홀가분한마음으로오른다.
高嶺인데도차가운물이콸콸쏟아진다.
물만난김에양껏들이키고,수통도가득채운다음,
임걸령과노루목삼거리를지나반야봉갈림길에닿았다.
시간에쫓겨(실은더딘걸음탓에민폐안끼치려고)
그냥지나쳐버려늘아쉬움이컸던봉우리다.
해질녘까지세석산장에들면되니서두를일도없다.
철계단을오르고너덜지대를지나암릉을딛고올라섰다.
반야봉을오르지않고서는지리산의진면목을이야기할수없다.
아침햇살이반야봉에긴그림자를드리운다.
운해저너머로지리의주봉,천왕봉이아스라하다.
하늘엔구름한점없다.아침부터이글거리는태양은
능선종주내내뜨겁게따라붙을기세다.
시시각각변화무쌍하게조화를부리기때문이다.
일망무제의장쾌한산자락은일순간운해고도로돌변하기도하고
산에들때건넌계류도날땐천지를집어삼킬듯불어나있기도한다.
산신의심기를불편하게해서는안된다.^^
산에서쓰레기버리고,화기다루고,흡연하는것모두,
산신을노하게하는것들이다.(순전히혼자생각^^)
봉긋솟은두봉우리가여인의둔부를절묘하게빼닮아서일까,
절대로다른산봉과헷갈리지않는다.
마음을비우고오랜시간을기다리기일쑤다.
카메라도주인을닮아서일까?
속을비운채구름바다를응시하고있다.<계속>
반야봉의새소리백무동의물소리지친영혼어루만져주는,
그대이름지리산,아~그대이름지리산
한걸음또한걸음작은돌맹이하나도쓰다듬고싶구나
달궁의별빛따라반달곰울음따라너의사랑찾아헤맨다,
그대이름지리산,아~그대이름지리산
풀꽃들의미소뿐고난의역사에도흔들리지않았구나
노고단구름바다피아골단풍바다너를보면가슴이뛴다,
그대이름지리산,아~그대이름지리산
데레사
2009년 8월 20일 at 10:13 오전
지리산노래아주좋습니다.처음들어봅니다만노랫말도곡도
다좋아요.
임걸령피아골성삼재반야봉의낯익은지명들을읽어가면서
지리산에얽힌민족의아픔도한번생각해봅니다.
저는피아골에만가면생각이참많아요.
이제는천왕봉까지는못가겠지만성삼재까지자돋차로가서
노고단에라도올라보고싶네요.
고맙습니다.
풀잎피리
2009년 8월 21일 at 12:40 오전
지리능선의실루엣에뿅갑니다.
한국의 美
2009년 8월 21일 at 1:39 오후
노고단에서천왕봉까지하루에주파한다는진주에있다는처녀산악꾼의전설같은이야기가들려오던옛날의지리산이생각나는군요.유일하게천왕봉에서내려다보면농토가봉지않았던곳으로기억합니다.이제느느결코오를수없는가슴벅찬지리산이되고말았습니다…세월때문에겁이나서…,
박산
2009년 8월 24일 at 4:21 오전
여름지리산에드셨군요
새벽장면장면
눈에보이는듯합니다!
와암(臥岩)
2009년 8월 25일 at 9:12 오전
‘한여름,지리산너른품에…지리종주(1)’,
이포슽읽고보면서많은걸느끼게합니다.
첫째,해드렌턴의불빛을말하고싶답니다.
저가종주산행할때만해도이런불빛을비춰주는기구가없었거던요.
손에든목침렌턴의밧테리는얼마나무거웠는지요?
둘째,성삼재~천왕봉구간을28.1km로바꿨군요.
그땐이런시그널도없었지만40km가넘는것으로알고있었지요.^^*
셋째,반야봉오르는철제사다리입니다.
넷째,야간등반산객들이수없이늘었다는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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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도많이변한세태를잘보여주었습니다.
언제나처럼멋진글과사진,
푹빠져들게만듭니다.
추천올립니다.
박원
2009년 8월 29일 at 1:38 오전
어쩜저와같은시각같은공간에있었군요.
알아보지못해유감입니다.
그날산꾼들이너무많아알아보기도힘들었겠습니다만..
늘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