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지리산 너른 품에…지리종주(2)

멀리반야봉이…

반야봉(07:47)
아침햇살은준족이다.
숨한번고르지않고태산준령을타고넘으니.
초목들이아침햇살에반짝인다.
기지개를켠초목들은왕성한광합성을위해해바라기에들어가고.

골골마다만물생성의원기가스미는지리산의아침,
싱그러움을폐부깊숙이양껏들이킨다.무한정공짜다.

등로를따라세워놓은목책이주변경관과썩잘어울린다.

저멀리아스라이펼쳐진선경에걸음멈춰넋놓고있는데,
구름바다건너천왕봉마고할미께서어서오라손짓한다.

‘마고할미’라?

天神의딸인마고할미는지리산의女神이다.
‘마고’는지리산에서수행중이던’반야’와눈이맞아
천왕봉에둥지를틀고’여보당신’하는사이가됐다.
여덟딸을둔걸로보아생산능력도출중했던모양이다.

그러던어느날,깨우침에목말라하던반야는
처자식을남겨둔채홀연히천왕봉을등진다.
구름바다건너둔부를닮은산마루로향했다.

그렇게떠난반야는무심하게도마고가백발이다되도록돌아오지않았으니.

마고는나무껍질로반야의옷을만들며그리움을달랬다.
야속한마음도때때로고개를쳐들었다.
기다림에지친마고는여덟딸모두를산아래팔도로내려보낸뒤
천지간에홀로되어반야의옷을품에안고
눈물짓다가쓰러져꿈속을헤매기일쑤였다.

반야가저멀리서손짓하며다가왔다.
마고는초목을헤쳐달려나가손을내밀었다.
오매불망그리워했던님이아니던가?
그런데한걸음다가서면두걸음씩물러나니이무슨?

그녀손에잡힌것은교교한달빛아래살랑이는쇠별꽃이었으니.
하얀쇠별꽃이반야모습으로보였던것.

꿈속에서조차반야는마고의내민손에서멀어져만갔으니
사무친그리움은결국증오심으로변해갔다.

끝내마고는쇠별꽃이다시는피지못하게씨를말려없애버렸다.
나무껍질로만든반야의옷도갈기갈기찢어바람에날려버렸다.
마고는결국,그리움에지쳐명줄마저놓고만다.

나무껍질옷은바람에실려반야가수행중인산자락이곳저곳에흩어졌다.
마고의애틋함때문일까,바람에날려온나무껍질은풍란으로변신하여
지금도반야봉산기슭에자생하고있다는데…보진못했다^^

지리종주길에서약간비켜있는반야봉에올랐다가
너스레가길어졌다.각설하자.

三道峰(08:20)
반야봉을가장가까이서볼수있는산봉,三道峰(1,550m)이다.
구름한점없는하늘,태양은더욱기세등등하다.
왼종일걸어야하는데,지레주눅이든다.


그늘없는三道峰의바위면도이미후끈달아올라있다.
그러나햇빛이강할수록골바람은뚜렷한법,
골바람이간간히목덜미를훌치고지나그나마좀낫다.

전라남북과경남이등을맞댄삼도봉에올라
쌍계사로이어지는길고깊은계곡을굽어보며잠시상념한다.
아픈역사가켜켜이쌓여있는지리산,
사람들기억속에선많은것이망각되어지고희미해져가는데
모든걸또렷하게알고있을지리산은말이없다.

화개재(08:45)
삼도봉을지나가파른계단을따라내려서면
너른터가펼쳐진다.화개재다.
옛날경남과전북보부상들이물물교환하던장터,
너른터로보아한때번성했겠으나지금은생태계복원을위해
둘러쳐놓은목책과잡풀만이무성할뿐.

진행방향에서왼쪽은뱀사골계곡으로내려서는길이다.
이곳화개재에서계곡이끝나는반선까지9.2km,
작년7월,걸음했던길고긴계곡길이다.
계곡길로탈출하고싶은마음굴뚝같지만,마음다잡는다.
다시팍팍한숲속오름길로들어선다.

토끼봉?,헬리포트


토끼봉(1,534m)명선봉(1586.3m)
휴대한지도를펼쳐보지않고선다음봉우리가어딘지알수없었다.
안내팻말은지리능선상의모든봉우리를알려주진않는다.
고도계와지도,그리고感으로판단할수밖에.

목구멍이팍팍해질정도로힘겹게올라선토끼봉(1,534m)도,
삼각점을확인후지도펼쳐감잡은명선봉(1586.3m)도그랬다.
魔의목계단을따라연하천산장으로내려선다.

연하천대피소(11:12)
‘구름속에물줄기가흐른다’는연하천(烟霞泉)
사시사철샘물이마르지않을정도로수량이넘쳐나는곳이다.
산꾼도넘쳐났다.그늘없는너른터에도발디딜틈없다.


잔뜩허기진배,채워야하는데도무지디밀고앉을틈바구니가없다.
줄을서수통에물만겨우채운다음,좀더걸어
연하천대피소를조금벗어난숲속적당한곳에배낭을내렸다.
간편식으로허기를채운다음,잠시나무에등을기댄다.


배낭무게에짓눌린어깻죽지가비로소녹아내린다.
천근만근이던몸도이내상쾌해진다.숲의힘이다.

인디언들은힘들고피곤해지면숲으로들어가자신의친구인
나무에등을기댄다고한다.그리고그나무로부터원기를되돌려받는다고한다.

숲속이곳저곳에선지친종주산꾼들이드러눕거나나무에등을기댄채
쪽잠을자고있다.마치연료를보충하듯.

저멀리벽소령대피소가…

벽소령대피소까지2.4㎞남았다는팻말을지나
산모롱이를돌아,산비탈을오르내리길십수번,
도무지다가설것같지않던벽소령대피소가형제바위저너머로
새둥지처럼포근하게모습을드러낸다.

형제봉(1,452m)(12:56)
거대한돌기둥,형제바위는당간지주를빼닮았다.
그냥지나치려는데,바위에오른산꾼들의탄성이장난아니다.
엉금엉금네발로기어올라보니무릉도원이이러할까.
발아래펼쳐진울울창창지리산경에홀려정신이아득해온다.

몸을던져광대무변의산자락에안기고싶은…
훨훨날아사뿐히안착할것만같은…
그러나바위벼랑에서몸을날리면그것으로끝이다.
발칙한상상을거두고벽소령대피소를향해걸음을서두른다.<계속>

……………………………………………………….

2회로종칠까했는데지리하게늘어놓다보니…한계입니다요^^*
한꼭지로깔끔하게마무리짓지못하고3회까지끌고가게생겼으니

식상하더라도너그럽게양해바랍니다.

5 Comments

  1. 데레사

    2009년 8월 31일 at 11:17 오전

    지리산노래가참좋네요.처음들어봅니다만…..

    산행하다가저렇게누워보는것도피로회복에아주좋겠네요.
    저는못해봤거든요.지금은힘든산은안가지만옛날에많이
    다닐때는저폼은못해봤어요.아,아쉬워라~~

    다음얘기도기대할게요.   

  2. 한국의 美

    2009년 9월 1일 at 12:20 오후

    지리산,이제는엄두가안나서못가겠군요..이성계에게순종을않았닿여붙여진이름이라고엣날에갔을때주민들이이야기해주는것이기억이납니다   

  3. 와암(臥岩)

    2009년 9월 2일 at 2:21 오전

    "아침햇살은준족이다./
    숨한번고르지않고태산준령을타고넘으니./
    초목들이아침햇살에반짝인다./
    기지개를켠초목들은왕성한광합성을위해해바라기에들어가고.//",

    이들머리몇줄의문장,
    참명문이라고느꼈습니다.

    언제나마찬가지지만’카스톱’님의산행기그자체가명문이니깐요.
    글에빠지다보면영상이나음악은뒷전이되고말지요.^^*^^*

    종줏길에목책을세웠군요.
    오래동안지리산접근을않았다는얘기입니다.

    ‘화개재’의생태복원,
    참잘한일이죠.
    국립공원이기에이런멋진일들을벌일수있겠죠.

    벽소령대피소,
    피곤을풀려고마신저녁의술이과했던지,
    새벽녘에오줌이마려워바깥으로나왔다가용변을보면서처다본반달,
    너무나생생해아직도잊지못한답니다.

    3회아니몇십회라도무슨상관입니까?

    멋진산행기에추천올립니다.

       

  4. 曉淨

    2009년 9월 3일 at 2:40 오전

    여전하신글…
    참오랜만에들렸습니다.
    점점멋있어가는산하풍경…..
    낮으막한골짝만돌아다니는저랑
    호연지기가다름을알수있습니다!   

  5. 풀잎피리

    2009년 9월 3일 at 4:36 오후

    반야봉과마고할미전설이있었군요.
    반야봉의잣,벽소령의바람…..
    30여년전의추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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