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서북능선, 귀때기청봉

이렇게맑은날을어느시인은이렇게노래했습니다.

이렇게맑은날에는/
그대와손을맞잡고/
높은산에오르고싶습니다/
산을오르는동안/
따뜻한체온으로사랑을/
느껴보고싶습니다/
.
.
.

오늘이딱그런날입니다.
드높아진하늘은눈이시리도록파랗습니다.
바야흐로가슴시린계절의문턱이지요.

한계령[10:27]

한계령고갯마루절개지사면에구절초가떼지어반깁니다.
9월되면줄기가아홉마디가된다하여구절초라한다지요.

한계령휴게소뒤,108계단을올라2.3km를진행하면서북능선삼거리가나옵니다.
삼거리팻말은대청봉6km,귀때기청봉1.6km를가리킵니다.
중청으로향하는서북능선은가끔걸음했었으나
귀때기청봉방면은이번이처음걸음입니다.

서북능선은대청,중청,끝청,귀때기청봉,대승령을거쳐
안산으로장쾌하게이어집니다.

서북능선삼거리[11:40]
갈림길에서서잠시숨고르며공룡능선을조망합니다.
공룡의등뼈와용의잇빨이거칠게유혹하지요.

너덜지대시작[12:03]
드디어엄청난크기의돌덩이가어지러이널려있는너덜지대가펼쳐집니다.
어느방향에서든귀때기청봉을오르려면너덜지대는통과의례이지요.
긴장을늦출수없는’장애물통과구간’과다름없습니다.
풍상에깎인바위들이서로어긋나게걸쳐져있어
행여실족이라도하면빈공간으로몸이…신경바짝쓰이는구간입니다.


온신경을집중해,딛기편해보이는바위면을골라
지그재그로건너뛰다보니온몸은금새땀범벅이됩니다.

바위지대가워낙넓어등로구분또한쉽지않습니다.
가느다란밧줄을늘어뜨려놓거나,바위면에간간이페인트로
진행방향을표시해놓아잘살펴가며진행해야합니다.

거듭되는고빗사위를지나,귀때기청봉에다다랐습니다.

별의별산이름이많은데’귀때기청봉’도튀는산이름중하나지요.

설악산산봉중에서지가제일봉이라며주접을떨다가
대청,중청,소청삼형제로부터귀때기를제대로한방맞아
이곳까지날아와생긴이름이라전하는데,글쎄요.
대한민국산봉마다전설도참다양합니다.


귀때기청봉(1,577m)[12:54]
설악조망이더할나위없이좋다고귀따갑게들은귀때기청봉인데
이게어찌된일입니까?
날벌레(누군하늘개미라하고)가습격해귀때기청봉을완전점령해버렸습니다.
눈과코,입속으로빨려들어잠시도머물수가없을정도였지요.

조망은무슨,겨우정상표시팻말만카메라에담고서쫓기듯후딱내려섰습니다.
조망좋다는말,귀따갑게들은귀때기청봉에서
귀때기만따갑게물린채쫓기듯철수했습니다.

산봉을조금내려서서기운찬설악능선에시선을고정합니다.
대청,중청,소청,공룡능선이한눈에들어옵니다.
시야가얼마나좋은지,용아장성암릉에들어선봉정암이선명하게보일정도였지요.

산중오찬[13:06]~[13:52]
귀때기청봉을내려와산중오찬을위해자릴펼치는데…

"119좀불러주세요"라는다급한여자목소리가들려왔습니다.
"119좀불러주세요"또다시또렷하게들렸습니다.

한사람이소리나는방향을향해용수철처럼튀어나가며외칩니다.
"많이다쳤나요?기다리세요.금방올라갑니다."
그런데이게웬일입니까?어떤일행들이장난친것이라나요.
뛰어오르다말고혈압치솟은이사람,그들에게된통한방먹입니다.

"산에서누가그따위장난짓거리를합니까?제정신입니까?"

얼굴벌개진여성분,잰걸음으로사라지더군요.
걱정되어뛰어간이사람은우리일행을안내한등반대장이었구요.


[14:10]
귀때기청봉에서상투바위로이어지는산자락과저멀리점봉산으로뻗친
산능선은부드러우면서도기운차보입니다.
설악의산색은아직은짙푸른여름입니다.
어쩌면지금,저초목들은제각각가을옷을챙기느라분주히
숲밑작업중일지도모르겠습니다.

발판에코가닿을듯곧추선계단을아슬아슬오릅니다.
계단이라기보다고가사다리에가깝지요.
몇해전까지만해도로프에매달려안간힘을쏟던구간이라던데
계단이설치되어구간통과는한결쉬워졌으나
많은산꾼들은흉물스런구조물로여기던데…글쎄요?

어느산이든등로계단설치를두고갑론을박이잦지요.
‘자연생태계보전을위해필요하다’에맞서
‘자연환경파괴’라는주장도만만치않습니다.

여러분은어떤생각을갖고계십니까?

1408.2m봉[15:26]
이고가사다리를올라서면1408봉입니다.
지나온길을돌아보고,다시시선을서북방향으로돌립니다.

귀때기청봉산비탈로굴러내린돌무더기를보며
생뚱맞게도스키장의상급자코스를떠올립니다.
불끈솟은주걱봉과가리봉의산세는탱탱한근육질의
보디빌더가연상되기도하구요.

힘겹게올라선곳에서숨을고르며지나온길을돌아봅니다.
죽어라앞만보고가는건’산행’이아니라’산악훈련’이지요.
많은것을놓치고다니는것입니다.
빠른KTX에서간이역의정취를느낄수없듯말입니다.

대승령(1,210m)[16:55]
한계령휴게소를출발,9.9km를6시간반이나걸어대승령에닿았습니다.
물론주저앉아노닥거린시간도있지만그만큼너덜지대와
가파른계단구간때문에걸음이더뎠던겁니다.

대승령에서곧장8.6km를진행하면12선녀탕계곡지나남교리가나오지요.
이구간은다음으로미루고장수대방면으로내려섭니다.
날머리로정한장수대까지는남사면내리막길을따라2.7km나내려가야합니다.

대승폭포[17:48]
대승령에서1.8km를내려선곳에그유명한대승폭포가
발길을묶고눈길을끌어당깁니다.
현기증이일정도로斷崖가아찔합니다.

높이가88m나되는설악산대승폭포는금강산의구룡폭포,
개성의박연폭포와함께한반도3대폭포로알려져있지요.

폭포를둘러싼단애의위용에비해물줄기는영시원찮습니다.
수량이풍부할때찍어놓은안내판사진을보며
아쉬움을달랬습니다.

장수대입구까지남은거리는900m,해발고도는780m를가리킵니다.
장수대가해발500m이니아직도280m를낮춰야합니다.
수치상으로엄청내리막이란결론이나오지요.
장수대입구를빤히내려다보면서한계단한계단,
고도를낮춰날머리에이르렀습니다.

장수대입구[18:14]
일행중준족몇몇은이미두시간전에내려왔다더군요.
무슨날다람쥐들도아니고…^^

돌아오는길,소양강가에서’옹심이’를만났지요.
왜다들’감자’하면강원도를떠올리는지,알았습니다.

**2009년9월5일토요산행기록입니다.

5 Comments

  1. 와암(臥岩)

    2009년 9월 15일 at 1:22 오전

    이코스,
    처음봅니다.

    너덜지대,
    곧추선계단,
    깎아지른단애,
    멋스런대승폭포,
    .
    .
    .
    .
    .

    어느하나눈뗄수없는명코스라고느껴졌습니다.

    이가을,
    더멋진산행이어지시길빌며,
    추천올립니다.   

  2. 海雲

    2009년 9월 15일 at 4:22 오전

    지리산산행대신바래봉과지리산길로대신해서
    서운한김에설악산종주를계획하고있긴하지만
    하필10월달엔한창바뻐질것같아심란하던차에
    카스톱님산행기가갈증을달래주는군요

    늘즐산과안산하시길   

  3. 데레사

    2009년 9월 15일 at 8:53 오전

    아직은단풍의모습은없네요.곧설악도울긋불긋물들텐데
    잠깐설악을그리워해봅니다.

    지금여기남쪽광주는한여름같습니다.
    억지춘향이라드니집수리핑계로방랑삼천리하니까좋긴하네요.
    ㅋㅋ   

  4. 박산

    2009년 9월 19일 at 4:21 오전

    시인의체온처럼

    따뜻한체온을느낄

    그런산행은절대아니라는

    생각입니다

    ㅎㅎㅎ

    구경잘하고수고하셨습니다   

  5. 박원

    2009년 9월 23일 at 1:11 오전

    서북능선을다녀오셨군요.
    작년6월저도똑같은코스로다녀왔습니다.
    좋은곳이지요..

    10월에는용아장성을가볼까합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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