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에 오른 김천 황악산

황악산정상에서…멀리구미금오산이하늘금을이루고.

1111은빼빼로데이,그럼해발1111m는빼빼로峰?

1111m는큰가람,직지사를품은황악산의高度다.
100대명산에속한황악산은빼빼마르지않은,두루뭉술유순한육산이다.

버스는예상보다조금늦게들머리에멈춰섰다.
추석앞두고벌초행렬이늘어난탓이다.
들머리괘방령은충북영동매곡면과경북김천대항면이경계를이루는고갯마루다.

대간꾼들이무수히드나들었을괘방령(掛榜嶺).
옛날옛적선비들이한양으로과거보러넘나들던고갯마루.

이고개를넘은선비들은급제하여이름이방(榜)에걸렸는데(掛)반해
인근추풍령(秋風嶺)을넘은선비들은하나같이추풍낙엽이되었다고…

이런상서로운유래가있는고갯마루를관광상품화한다면?
전국의입시생,취업준비생이이고개의의미를부여잡고자
구름떼처럼몰려들지도모를일아닌가.

실제이곳지자체에서는그러한발상에입맛이당기는지
이고갯마루를관광상품화하려고목하궁리중이란다.
머지않아급제기원순례지가될지도모를일이다.

괘방령에자리한산장

백두대간이잠시숨을고르느라몸을낮춘곳,해발300m괘방령.
다시힘차게허리를치켜세워황악산을일으킨다.

둔덕에올라서기무섭게’부드럽고깨끗한맛…’이발목을잡는다.
주렁주렁열린리본들조차숲속여인의윙크에녹아났나?
나뭇가지가휘도록광고속여인에게로빨려든다.
외지인들에겐브랜드가낯선지역産소주,
홍보도좋지만산들머리에소주광고판은?글쎄다.

완만하던둔덕길은얼마간산허리를끼고돌면서
조금씩가팔라지더니이내까칠하게곧추선다.

한줄기소슬바람이짙푸른잎새사이로스쳐지난다.
가을을실어나르는소슬바람은때때로심장을관통하기도한다.
증상은가슴속이헛헛해오면서시리도록저민다.
성미급한잎새는그새떨어져발밑에서서걱이고.

여시골산(620m).
표시석이없었더라면그냥지나쳤을평범한봉우리다.

인적이드물고산세가험해여우출몰이잦았던곳을
예전부터여시골,즉여우고개라하였다.
그렇다면이곳여시골산에도혹여시?들이…

그러나여시찾겠다고두리번거리지말라.함정이도사리고있다.
바로여시골산표시석에서10분만더걷다보면등로바로옆,
바닥에안전바도없이마치뚜껑열린맨홀처럼
아가리를벌리고있는수직굴이나타난다.
(여시들소굴은아니었을까?실족하면…여시밥?)

운수봉(668m)에이르자,주변이시끌시끌하다.

"꿀밤이쌔비릿따,천지삐까리다아이가"
"보소아지매,꿀밤봉다리쫌잘챙기거래이"
"바라바라,이바구는고마지끼고마카다주서담으라카이"

경상도아지매群團-산행은잠시접고도토리삼매경에푹빠졌다.
구수한사투리의’아지매들의수다’가정겹다.
그나저나죄다줏어담으면다람쥐는무얼먹고사나?


산길군데군데’쉬어가라”힘내라’는안내판이눈이띈다.
배려와자상함은돋보이나필요이상안내판이많다.
그래,’쉬어가라’는곳에서한번쯤은쉬었다가자.
누군가"산에서속도는필요없다"라고하지않았나.

쉼터나무의자에걸터앉아사과를한입베어문다.
달콤한과즙이입안가득퍼진다.가을맛이다.
잎새를비집고나온햇살이바닥에점점이번진다.가을빛이다.

황악산정상을610m남겨둔지점,비로소사방이트이며
억새풀가득한산등성이가나타난다.
파란하늘아래우뚝선이정표는’가을로가는길’을가리킨다.

황악산(1111m)
쉬엄쉬엄서보(徐步)로올라선빼빼로峰.


오름길내내일던조망갈증은산정에서자,눈녹듯사라진다.
동남쪽이탁트였다.한겨울엔북서풍이매섭겠다.

김천시가지와더멀리구미금오산도鮮然하게눈에든다.
큰가람직지사를감싸안은산자락이발아래펼쳐진다.
시선을멀리두면백두대간의등줄기가남북으로힘차게요동치고…

장쾌한조망과는달리좁은공간의山頂은복잡하고어수선하다.
두개의정상표시석,헝클어진돌무더기,스테인레스재질의안내판이
제각각따로논다.도통어울리지않는조합이다.

한술더떠정상에자릴펴고앉아먹거리를펼친무리들,
정상석앞에서인증사진남기려는산꾼들이이들을피해
이리저리방향을잡아보다가포기하고내려선다.

"도움이필요하신분은119로신고하면신속히출동하여도와주겠다"

등로에내걸린안내문이다.

이런훼방꾼들을신고해도출동하여처리해줄까?

정상아래숲속에서연료(김말이주먹밥)를채운다음,
남쪽능선을따라걷다가형제봉(1040m)못미쳐
직지사로내려서는갈림길을택했다.

‘폐쇄통로(상수원보호구역)’안내문이길을막아선다.
누가폐쇄했을까?산림청아니면김천시?
아마도계곡물을사용하는직지사의작품?인듯싶다.
혹사찰편의대로설정한건아닐까.
대다수산꾼들은환경훼방꾼이아닌데…

아무튼넘지말라는선넘는건찝찝한일이다.

백두대간길을벗어나왼쪽산비탈로내려선다.
길은뚜렷했다.그러나잠시도긴장을늦출수가없다.

가파른비탈길에가득떨어진도토리가낙엽과뒤섞여
겨울산의빙판길은오히려저리가라다.
마치신발바닥에바퀴를달아놓은것과다름없다.
나뭇가지를부여잡아가며걸음마하듯걷는데도연신엉덩방아다.
족히열번은나뒹군것같다.

넘지말라는선을넘은죄값,톡톡히치렀다.

계곡을벗어나자직지사권역이다.담벼락이무지높다.
고관대작집담벼락을닮았다.
크고작은건축물역시웅장한규모로압도한다.
규모로보자면웬만한대학캠퍼스들저리가라다.
이곳에도승가대학이있으니대학캠퍼스이기도하겠다.

글쎄다.巨刹보다는나지막한토담너머로빗질잘된절마당과
절집추녀에매달린풍경이한눈에들어오는
고즈넉한산사에한층마음이이끌리니…

직지사입구주차장에이르자,차안(此岸)의세계에서
도무지피해갈수없는…먹거리촌이발목을잡는다.

오른쪽산능선끝,괘방령에서황악산올라형제봉못미쳐사진에서붉은점선(폐쇄로)따라직지사로하산.

3 Comments

  1. 데레사

    2009년 9월 30일 at 5:15 오후

    뻬뻬로데이니자장면데이니그런건장사치들이만들어낸것아닌가
    몰라요.
    직지사에도가을이무르익는풍경을보이네요도토리도보이고
    단풍든나무도보이고….

    몸은피곤한데잠이오지않아서…참.
       

  2. 와암(臥岩)

    2009년 10월 1일 at 12:03 오후

    모처럼고향가까운산찾으셨군요.

    황악산,
    팔공산보담100여m더높은,
    1.392m라고기억하고있는데,
    ‘빼빼로봉’이었군요.^^*^^*
    두어번올랐던산이거던요.
    물론그땐정상석도없었던시절이었지요.

    "완만하던둔덕길은얼마간산허리를끼고돌면서/
    조금씩가팔라지더니이내까칠하게곧추선다.//"

    카스톱님의산행기,
    명문들로가득찬멋진기록입니다.

    추천올립니다.   

  3. 양송이

    2009년 10월 2일 at 1:34 오전

    엔날?에직지사근처에친한친구네집이있었어요.
    당근자주갖죠.
    황악산올라본지도근40년됐나보네요.
    그때한시절엔공기총을들고가서황악산산까치를잡아다가박제해서선물을하기도했는데,그당시만해도산까치는황악산의명물이었지요.

    아무려나,어제좀힘든작업을마쳤드니지금허리가좀불편해서어려워요.
    하지만곧좋아질것이라고생각합니다.좋아져야하거든요,ㅎㅎ..

    근데여기서도’먹거리’란말이보이네요.
    내가<먹을거리>전도사란것모르셨지요?
    다음부턴반드시<먹을거리>라고좀표기해주셔요.아시겠죠?

    그건말에요,아주아주틀린말이거든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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