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 살아가기

집문을나서면서부터몸뚱어리는내것이아니다.

엘리베이터문이열리면서천정모서리에고정된방범용카메라가

아침댓바람부터몸뚱어리를내리훑는다.
잠자리눈을닮은까만볼록덮개안에숨어서사각폐쇄공간의

움직임을실시간경비실로전한다.


엘리베이터를나서면곧장아파트주출입문카메라가잽싸게바톤을이어받아

감시영역을벗어날때까지충실히제임무를다한다.
아파트를벗어나편의점과교회,은행앞을지나버스정류장에이르는동안

또다시곳곳에숨어있는카메라들이다양한각도에서몸뚱어리를나눠갖는다.

기다리던버스가멈춰서고,카드를꺼내요금단말기에갖다대며올라선다.
그순간을놓칠새라운전석위에장착된카메라가이번엔면상을어김없이스캐닝한다.

버스에서내려전철로환승하기위해역구내로들어서면이젠숫제몸을숨길곳이없다.
전후좌우로카메라가따라붙으며일거수일투족을놓치지않는다.

전철안으로들어서면서비로소잠시카메라에서해방된다.
그러나출근시간,복잡한전철안은또어떤가?
드라마를보고,영화를보고,통화를하고,게임을즐기고,문자를주고받고…
이른바디지털형소비자들은죄다디지털기기와목하열애중이다.

이들은손안의디지털기기에서잠시도눈을떼질않는다.

디지털세상에깊히갇혀버린광경,오늘의전철안풍속도다.


전철에서내려출구단말기를통과하면서버스와지하철을이용한이동흔적은

고스란히단말기에모셔놓고몸뚱어리만빠져나오게된다.
통과를알리는단말기의전자音은마치“니가엊그제오간곳을난다알고있지”라고
비웃는것처럼들린다.
이처럼디지털화된시스템으로대중교통이용이한결편리해진것은사실이나

그이면에는분명사생활노출위험도도사리고있는것이다.

대중교통이아닌승용차를이용해도이동흔적이백일하에드러나긴매한가지다.
일예로범인이차량을이용해도주했을경우예상도주로와인근곳곳에설치된

카메라를모니터링하면대개독안에든쥐꼴이되고만다.뛰어봤자벼룩이란얘기다.

오피스빌딩으로들어서면또다시잠자리눈카메라의감시영역안에갇히게된다.
건물전체에경비시스템이가동되고있기때문이다.
회사문앞에이르러지문인식을시킨후문을열고들어서면

비로소공공의눈으로부터얼마동안은해방이다.
지문인식단말기는출입통제와근태관리를위해최근들어많은회사들이도입했다.
뿐만아니라다양한생체인식출입통제시스템들도속속보급되고있어

네트웍회사들의관리책임또한막중해졌다.
관리실수내지는고의로한개인의정보가유출될수있다는사실또한간과할수없다.

감시카메라가없는사무실이라고마냥안전지대일까.그렇지않다.
인터넷을통해,1인미디어인블로그활동을통해관련된데이터들이축적되면될수록

사생활을침해당할소지가다분하다.
누군가내컴퓨터를해킹해상당기간메신저나이메일내용을보기라도한다면,

또그렇게취한정보를이용,수시로해꼬지를해온다면,
내용의경중에따라한개인은어이없이풍비박산을맞을수도있다.
이는감시카메라에의한노출과는비교가안될정도의파괴력을지니고있기때문이다.

이처럼우리는발가벗긴채명동한복판에나앉은꼴이다.

이미우리는인터넷이나신용카드,각종디지털기기없이는옴짝달싹할수없는,

그야말로디지털늪에푹빠진지오래다.

한때TV광고속에서생선가게할머니가“뭐~돼지털?”할때만해도무심히웃어넘겼다.
불과몇년전만해도‘디지털세상’은나와는상관없는딴세상일뿐이었는데
어느순간,디지털은온세상을삼켜버렸다.

영국인들의사생활침해사례를지적한‘감시사회보고서’에따르면,

영국인들은하루평균300번씩자신의사생활이감시카메라에녹화당한다는

사실을모른채살고있으며지하철역과버스에설치된단말기마다오이스터카드(OysterCard)를

이용한승하차기록이남기때문에경찰이나시당국이마음만먹으면언제든지

시민들의이동경로를추적할수있다는것이다.남의얘기가아니다.

이처럼디지털세상은편리한만큼복잡다난하다.

어찌보면디지털이란0과1로되어있는이진법의단순한것이기도한데…
모두가공감하는디지털세상,묘안은없을까?

5 Comments

  1. 데레사

    2009년 10월 7일 at 3:37 오전

    카스톱님.
    돼지털속에갇혀있는나를쳐다보면서한번웃어봅니다.
    그러고보니비밀글도비밀글이아니네요.묘안이사제머리로는
    상상도안돼고그저갇혀있는자신을생각하면서엄청나구나하는
    생각만해볼뿐입니다.

    이사한후아직인터넷연결이안되었는데도놑북으로이러고있는
    자신도참한심하지요?ㅎㅎㅎ

    재미있게잘읽었습니다.   

  2. 박원

    2009년 10월 7일 at 9:18 오전

    누가나를지켜본다..

    보는눈길이호의적이라면많을수록좋겠지요.
    그런데감시하거나사적인관심으로지켜본다면끔찍할것같습니다.
    길거리의모니터가경찰을대신하고,지역사회를보다안전하게지겨준다는것에는
    이보다더좋은장비도없는것같지요.   

  3. 와암(臥岩)

    2009년 10월 10일 at 3:23 오전

    요즘의삶,

    이렇게느끼지못하고살아가는실버세대로선경악할따름입니다.

    일거수,
    일투족하나도빠트리지않고디지털이라는문명의이기에의해감시되고있으니말예요.^^*

    이글읽으면서,
    참으로많은걸느끼게됐습니다.

    추천올립니다.   

  4. 양송이

    2009년 10월 10일 at 1:27 오후

    드러나면드러날수록더깊숙히숨는게있죠.
    원래노출증은관음증의발로라합니다.
    끊임없이누군가지켜보고있다는것을알기때문에
    모르는척의도를숨기고드러내보이기도하지않습니까.

    아무리그래도,
    기계가사람을보는것과
    사람이사람을보는것은다를수밖에없지않겠습니까.
    때문에,맞선을보는것이지요.
    사진을통해서보면요즈음포토샵이워낙정교해서리…ㅎㅎㅎ…

    추석명절잘보내셨겠지요?   

  5. 박산

    2009년 10월 19일 at 6:05 오전

    사실그래요

    이생각하면어디다니겠어요

    그러련하고다니니살지요

    그만큼살기갑갑한세상이란얘기지요

    산에는그래도없으니그리가시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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