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기인견(豊基人絹), 세상 밖으로!

풍기,하늘에서본…

바람,돌,여자가많은곳하면으레제주도를떠올리지만소백산아래풍요로운터,

豊基에도바람,돌,여자가많아한때는’뭍의三多島’로불려졌었다.
백두대간의큰줄기가서남으로힘차게뻗어내린소백산자락에서

나고자란터라바람은곧일상이었다.

그래서일까,한겨울소백산등줄기를훑는칼바람은매섭다기보다

오히려톡쏘는맛으로익숙하다.

풍기읍을끼고흐르는남원천바닥엔지금도온통돌무더기이지만신작로를걸어

통학하던시절,트럭엔진소리만들려도화들짝놀라미류나무뒤로몸을피해야만했다.

달리는바퀴에서튕겨져나오는돌을피하기위해서다.

이처럼문밖을나서면옷깃을스치는건바람이요,발길에채이는건돌멩이였다.
바람과돌은그렇다고치자.

나머지하나,여자가많다는대목에서대개고개를갸우뚱거리게된다.
본시풍기에는황씨성을가진이들이많아황씨를바람과돌과함께’풍기삼다(三多)’로꼽았었다.
하지만인견직공장에서일하는여성들이1천명을넘어서면서황씨대신여자를三多에넣었다.

그렇다면무슨연유로소백산아래소읍,풍기에직물공장이이처럼번성할수있었을까?
대부분섬유산업은원료산지나큰시장이인접한대도시근교에둥지를틀게마련이다.
이대목에서풍기인견은교과서적으로설명하기힘든독특한배경을갖고있음을알수있다.

풍기는거란이나몽고의침입때도,임진왜란때도,심지어6.25때도큰피해가없었다.
사람들은정감록의십승지중한곳이라덕을톡톡히본것이라굳게믿었다.
그리하여해방전후팔도에서온이들로북적거렸는데북한에서내려온사람들이특히많았다.

그중에서도명주(明紬)의본고장이었던평안도사람들이주를이루었다.
1930년대부터이들은’족답베틀기’한두대씩을가지고인견사를원료로

한복안감으로쓰이는인견직을짰다.이것이’풍기인견직’의시초다.

이후일제강점기를거쳐해방을맞으면서’풍기인견’은전국대도시로불티나게팔려나갔다.
1940년도에100대정도에불과했던베틀기가해방이듬해인1946년에는무려1,500대로늘었다.
풍기인견의인기를실감할수있는대목이다.
6.25를거치면서대도시의공장들은쑥대밭이되었지만,큰피해를입지않았던

풍기의인견직은다시한번날개를달았다.급증한인견직의수요를감당하느라

공장마다24시간3교대로풀가동해직기음은주야장천멈출줄몰랐다.

교대시간이되면조그만읍내는여직공들로넘쳐났다.
아마도이시기에女子가황씨姓과바톤터치하여三多에등극한것인지도모르겠다.

내기억속에도직물공장에관한편린이남아있다.

1969년쯤으로기억된다.
학교가파하면읍내에서직물공장을꾸려가던큰누님댁에들리길즐겼다.

철문을열고들어서면자지러질듯요란한직기음이와락달려들었다.
귀가먹먹했지만시골집엔전기가들어오지않던때라이곳에와야죽고못사는외화시리즈물,

‘사하라특공대’를볼수있어습관처럼문을열고들어섰던걸로기억된다.

1959년풍기직물공장

요즘들어곰곰히생각해보니이유는그것만은아니었던것도같다.
직기가여러대돌아가는제법규모있는공장이어서여직공(당시표현대로)들도많았다.
눈이부실정도로새하얀안감이직기앞에선여직공들의얼굴에투영돼

까까머리중학생눈에는이들모습이백옥같은천사로비춰졌을게다.

그래서였을까,행여눈이라도마주치면귓볼이달아올랐던기억또한

지금껏또렷한걸보니’사하라특공대’는빌미였고관심은엉뚱한데있었던게아니었나싶다.

각설하고,이처럼풍기인견은오랜역사적배경과애환을간직하고있다.
풍기인견은나무에서추출한요사(실)로만든식물성자연섬유로가볍고시원한것은물론

땀흡수가빠르고정전기가없어여름철옷감으로각광받아왔다.

그러나70년이넘는역사에도불구하고내수시장과계절상품에만맴돌았다.

이를극복하기위해2007년부터새로운원단제직기술을개발하고,제품디자인및

패턴을개발하여글로벌화하려는노력도곳곳에서감지된다.

지난해12월에는프랑스의류산업연맹「Jean-PierreMocho」회장이

경북풍기를찾아인견의우수성을직접확인,높이평가하기도했다.
장피에르모쇼회장은환경친화적이고지속가능한패션을유럽시장에서활성화시키기위해

민간,공공분야를아울러다양한친환경패션프로젝트를추진해온인물이다.
인견관계자들은그의이번방문이풍기인견의세계화에단초가될것으로기대하는눈치다.

현재의풍기인견공장

저탄소녹색성장이세계적인화두로떠오르면서섬유산업에서도

친환경소재에대한관심이높아지고있는것또한사실이다.
특히정부가2020년까지세계4위그린섬유강국으로도약하겠다는

비전과로드맵을마련한것과맥을같이하여천연소재’풍기인견’이대내외적으로

크게주목받고있다는사실은매우고무적인일이다.

‘풍기인견’의화려한부활을소망한다.

*사진은다음카페(풍우회)에서빌려왔습니다.

6 Comments

  1. Hi_story

    2010년 2월 26일 at 3:46 오후

    아름다운사람들이모여사는축복받은명승지
    풍기의무궁한발전을기원합니다.   

  2. 데레사

    2010년 2월 26일 at 7:46 오후

    인견은안감으로도쓰였지만사실은속옷을만들어입으면
    아주시원해요.
    그래서저도여름인견속옷을몇개갖고있어요.

    우리사위도그쪽출신인데황씨에요.

    어제는국민모두가너무너무행복한날이었지요.오늘도금메달
    소식이들려오길기다려볼려고합니다.ㅎ   

  3. 운정

    2010년 2월 27일 at 3:20 오전

    오늘처음알게된사실입니다.
    물론저도여름내인견으로된옷을즐겨입습니다.
    땀을많이흘리기때문에요…

    풍기엔인삼사러3번다녀온곳입니다.
    감사합니다.   

  4. 박산

    2010년 3월 2일 at 1:41 오전

    제주도가아닌풍기에도
    삼다가있다는얘기재미있습니다

    풍기인견들어본듯하고
    더발전있기를…   

  5. 박원

    2010년 3월 20일 at 7:02 오전

    인견이자연섬유였군요.
    풍기가섬유로알려진곳이라는것이새삼스럽습니다.
    좋은정보얻고갑니다.
    한동안뜸하시군요.   

  6. 와암(臥岩)

    2010년 4월 24일 at 10:08 오전

    ‘풍기인견’,
    이섬유는’풍기인삼’과어깨를나란히할정도의이곳의명산품이지요.
    인견외에일부직물공장에선한동안나일론다후다(태피터)를생산하기도했는데~.
    이곳에서생산한다후다가대구서문시장에서도인기가높았습니다.

    ‘풍기인견’의유래,
    아주흥미롭게읽었습니다.

    여느예쁜직수와의얽힌사연,
    혹숨겨두고지내시는건아닐테지요?^^*^^*

    저또한그곳에서얽히고설킨얘깃거리가많습니다만.

    추천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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