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여괴이한산이많아괴산은아닐까요?
충북괴산군엔잘생긴산들이하고많습니다.
희양산,군자산,대야산,도명산,백악산,칠보산,보개산,막장봉,신선봉,악휘봉…
"산아래에집짓고텃밭일구며살고싶다"고입버릇처럼되뇌이던친구(黃),
몇해전그는,결국기분좋은사고?를쳤답니다.
희양산자락,은티마을이내려다보이는언덕배기에
꿈의터를마련한것이지요.
직장다니며살금살금준비해온黃의산골생활밑그림이궁금했습니다.
그를꼬드겨땅구경하러길을나섰습니다.
물론백두대간의등뼈구간인희양산행이주목적이었지요.
이른아침,뻥뚫린고속도로를달려괴산은티마을로들어섰습니다.
괴산군연풍면은티마을은희양산의들머리로30여호의작은산간마을이지만
백두대간을도모하는산꾼들의발걸음이잦은곳이기도합니다.
풍수지리설에의하면은티마을은女宮穴에자리하고있어男根상징물을세워야
마을이번창하고주민들이아들을많이낳을수있다고하여
마을어귀송림안에男根石을세워놓고매년정월초이튿날,
마을의평안과동민의안녕을기원하는소지(燒紙)를올린다고합니다.
찌그러진주전자가처마밑에내걸린주막집엔대간꾼들의흔적이고스란히묻어나지요.
형형색색내걸린산행리본은흡사인간의소망을바람에실어
신에게전한다는오색의타르쵸를연상케합니다.
黃은주모와일면식이있는지주막안으로고개를디밀어인사를건넵니다.
"저위땅주인이시구만유.잘만났씨유.
땅을너무오래묵혀놓아멧돼지와고라니들놀이터가되었시유.
인근농작물에피해가많아마을분들원성이쬐금씩들리는데
서둘러집을짓든지해야할것이구만유."
하산길에들러대포한잔을기약하고서본격산행에앞서
말뚝을박아놓은(측량)黃의땅에이르렀습니다.
서로뒤엉켜산짐승들의놀이터?로더할나위없어보입니다.
파헤쳐진흙덩이와짐승들의배설흔적도뚜렷했습니다.
다음주부터땅고르기에들어간다고하니
주변농작물피해걱정은덜겠단생각이듭니다.
예년4월중순같으면봄색깔이완연했을터인데
초목은움틀생각을잊어버렸는지산색은여전히갈색입니다.
완만한숲길을20여분올라서면능선삼거리가나옵니다.
왼쪽으로구왕봉,오른쪽으로악휘봉을가리키는팻말이서있는
바로이곳이백두대간길목인호리골재이지요.
숨을고른뒤구왕봉방향백두대간능선길로접어듭니다.
호리골재에서구왕봉을오르는능선길왼편으로내려다보이는
은티마을은그림같은데건너편산자락은생채기가심합니다.
허옇게맨살을드러낸채파헤쳐진채석장이
그윽한산간마을에티가되고있습니다.
훼손하는건삽시간이나복구에는장구한세월을필요로하지요.
그렇다고석재를모조리수입해쓸수도없는노릇이겠지요.
응당채석허가를받고파헤치겠으나허옇게드러난산중턱절개면을
보고있자니답답한마음에괜스레울화통이치밉니다.
저멀리하늘금을긋고있는주흘산으로시선을옮깁니다.
답답하던가슴이한결개운해지는기분입니다.
골격이장대한黃이조금씩뒤로쳐지더니숫제보이질않습니다.
전망바위에걸터앉아땀을훔치며기다립니다.
저만치서가뿐숨을토해가며올라오길래한방먹였습니다.
"해병대나온거맞나몰라!그저질체력으로어떻게…"
약발을받았는지씩씩거리며내뱉습니다.
"머지않아이산자락은내뒷마당이될것이니두고보게나!"
전망바위를지나어느새구왕봉(877m)에닿았습니다.
구왕봉은곧죽어도백두대간의산봉인데…어엿한표시석하나없어아쉽습니다.
코앞의암봉인희양산(999m)의산세에가려진탓일겝니다.
구왕봉의유래는봉암사의창건설화에기인합니다.
지증대사가심충이란자의조언으로지금의봉암사터를잡았는데
당시그터에는큰못이있었다고합니다.
그연못에살고있던아홉마리용을지증대사가신통력을발휘해내쫓았는데
쫓겨난용들이멀리가지않고봉암사와희양산이잘내려다보이는
봉우리에자리를잡고서지증대사를향해그연못에살게해달라고
울부짖었다합니다.그봉우리가바로구왕봉이지요.
여기서고찰,봉암사를빼놓고는구왕봉도희양산도설명이안됩니다.
봉암사는신라헌덕왕5년(879년)지증대사가창건한고찰로학승을가르키는
구산선문중에하나이며많은고승들을배출한유서깊은사찰입니다.
3면이화강암암벽으로이루어진거대한돌산,희양산아래자리잡은봉암사경내에는
지증대사적조탑과부도등5점의보물과지방유형문화재들이있으며
현재건물대부분은1992년에중창된것입니다.
평소에는일반인의출입이금지되나사월초파일에는반짝개방됩니다.
그런연유로더욱세속의관심을끌게되었는지도모르겠습니다.
구왕봉정상에서지름티재로내려서다보면희양산이코앞에바짝다가서는
전망대가있습니다.고사목사이로희양산과산아래
봉암사가한눈에들어오는곳이지요.
전망대를내려서면곧장가파른암릉구간이이어집니다.
로프에매달려바둥거리길수차례,그제서야백두대간에걸맞는등로가
전개되나생각하면서용을써가며지름티재에내려섰는데…
절대로다리가후들거려못가겠단말은않습니다.
그렇습니다.대한민국해병출신,黃의존심은지켜줘야겠지요.
지름티재에서1km만올라서면희양산정상인데…
물론가파른암릉코스라녹록치는않겠지만.
아쉽지만발길을돌립니다.
욕심은화를부를수도있습니다.
지름티재에서백두대간길을벗어나은티마을로원점회귀합니다.
충북연풍과경북가은을넘나들던지름길이라하여지름티재로불리는
이곳은대간꾼들이빈번하게드나드는길목이기도합니다.
지름티재에서은티마을까지는2km.
찌그러진주전자와양은잔,막걸리,두부김치,그리고대간꾼들의흔적들,
거기다가제법걸쭉한주모의입담까지더하다보니…
신선놀음에도끼자루썩는줄모른다고했던가요?
마을의음기를누를요량으로세워놓은남근석을안주삼아
막걸리삼매경에푹빠지고말았습니다.
데레사
2010년 5월 11일 at 7:08 오전
군자산은딱한번올라본적이있어요.
은티마을,마을이름이넘예뻐서어디동화에라도나오는듯한
기분이듭니다.
저곳에터전을잡은친구분은참행복하시겠어요.
건강한5월보내시기바랍니다.
와암(臥岩)
2010년 6월 1일 at 2:07 오후
오랫만에’카스톱’님의멋진산행기를읽었습니다.
이산행기엔黃이란멋진친구가등장해두분의구수한얘깃거리가넘칩니다.
봉암사는초파일날두어번다녀왔지만,
막상희양산산행은아직하질못했지요.
한번은희양산산행에나섰다가중간에스님의’통행불가’라는엄중한경고를받고그냥되돌아온기억이납니다.
친구분께서그곳은티마을에터잡으면더발걸음이잦아지겠군요.^^*
멋진6월이되시길빌며,
추천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