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마테호른, 양평 백운봉으로

주말이른아침,중앙선전철왕십리역플랫홈은초만원이다.
전철안은콩나물시루처럼빈틈없이빼곡했다.
열에여덟은등산복차림이다.

중앙선전철은팔당을지나용문까지연결됐다.
예봉산,운길산,용문산,백운봉,연인산,명지산…
근교명산으로의접근성은정말이지굿이다.

예봉산오를산객들이팔당역에서우르르빠져나갔다.
전철안은비로소숨통이트인다.

다음운길산역에서또한무리의산객들이내렸다.
이제전철안은운신이자유로울만큼헐렁해졌다.

창밖저만치에한국의마테호른,백운봉이모습을드러낸다.
왕십리에서55분을달려양평역에닿았다.
양평의진산,백운봉을오르기위해양평역에내렸다.

양평군청앞에서옥천면용천리가는시내버스를탔다.
용천리행시내버스는하루열세번오간다.
읍내를벗어나20여분을달려용천2리에서하차했다.

용천2리에서사나사가는길에…

함왕혈표시석

햇볕쨍쨍내리쬐는포장된농로를따라걷는다.
라운드셔츠위로드러난목덜미가따갑다.
주차장을지나계곡초입에들면함왕혈을알리는표시석이있다.
계곡바위틈절구통만한구멍에서샘물이솟는데바로함씨시조인
함왕이이구멍에서났다하여함왕혈로불려지고있다.

사나사

오른쪽에사나계곡을두고송림이숲을이룬고즈넉한산길을따라
좀더진행하면산행들머리인사나사(舍那寺)가나온다.
절집에들면대웅전팔작지붕의선은유순한산세와조화를이루고
사나계곡의물소리는사바의온갖티를씻겨내릴듯청정하게귓전을울린다.
풍수에문외한이어도절로배산임수를떠올리게된다.

……………

사나사는신라경명왕7년(923)에고승인대경대사가제자용문과함께창건하고
5층석탑과노사나불상을조성하여봉안하고절이름을사나사로하였다.
순종원년(1907)에는일제의침략에항거하는의병들의근거지라하여
사찰을모두불태워없어졌고2년뒤인복구하였으며,1950년한국전쟁때
또다시전소된것을1956년에재건하여현재에이르고있다.
…………….

절마당을지나숲속으로들어섰다.
햇살에투영된여린이파리들이살랑대며내뿜는
연록의숲내음이꼬끝에와닿는다.

숲속갈림길에멋스런팻말이막아선다.
상원사와장군봉은왼쪽,백운봉은오른쪽을가리킨다.
맑은물소리에세상사시름을잠시내려놓고
싱그런숲내음에가슴을활짝열어제친다.

숲속은어둑하나등로는뚜렷했다.
산새가일정한거리를두고연신종알대며따라붙는다.
손님을맞는의식일까,침입자를경계하는소리일까?

11시,용천리주차장을출발해13시에주능선에닿았다.
팻말표시대로라면사나사로부터는2,310m를걸어온지점이다.
팻말은왼쪽으로장군봉2,130m,용문산3,640m를,
오른쪽으로백운봉650m를가리킨다.

능선갈림길에서잠시가쁜숨을가라앉힌다음,
백운봉방면으로2분걸었을까,또다른팻말이서있다.
이번엔백운봉0.7km를가리킨다.

고갤갸우뚱거리며15분을더걸었다.
또다른팻말이팔을벌려길을안내한다.
백운봉까지0.7km를가리킨다.

표시대로만보자면2분동안뒷걸음질치다가15분동안
제자리걸음한셈인데…
눈여겨보니세가지팻말모양이제각각이었다.
얼렁뚱땅,대충대충,’눈가리고아웅’이다.

남한강변로를달리며까칠하게솟구친백운봉을볼때마다
오름길이매우팍팍할거란예상은했으나그정도가생각보다빡세다.
그러나쓴만큼달다고했다.
가파르게솟구친봉우리일수록사위조망은후한법이다.

연록의숲길은잦아들고육중한철계단이막아선다.
철계단은산허리에박힌철심으로지탱한다.
자연에깊은상처를내가며세워놓은철계단을밟고오른다.
산꾼들은대체로인공계단을싫어하는편이다.

‘숲을보호하기위해계단을설치하는것’이라는주장에
‘계단설치는자연경관을훼손하는일’이라며맞선다.
등로에설치된계단은양날의칼인지도모르겠다.
날씨는끄물끄물한데다가습하기까지하여몸뚱어리는물먹은스펀지같다.

철계단을오르며뒤돌아본용문산은옅은안개로인해
실루엣처럼흐릿하게물러나있으나
용문산으로이어진능선은펄펄살아꿈틀거린다.
용문산에올려진군시설물은산기운을찍어누르기라도하듯
대침을꽂아둔형상으로눈에들어온다.

어쩐지파란하늘에흰구름이두둥실산봉우리를휘감고있어야
어울릴것같은산이름,白雲峰(940m).

13시50분,산봉우리에올라섰다.사방이탁트였으나흐릿하다.
용문산을관장하는산신께서욕심부리지말고오늘은요만큼에만족하라신다.
흰구름형상의정상표시석도산객의실망을눈치챈듯멋적어한다.
시원한바람이라도불어주었면좋으련만…
벼랑에설치해놓은사각전망데크에올라흐릿한사위를둘러본후
한줌아쉬움을산봉에내려놓고날머리로정한새수골방면으로내려선다.

백운봉은어느방향에서보아도쇠뿔처럼뾰족하다.
이는어느방향으로내려서도가파르긴매한가지란얘기다.
목계단난간을잡고발끝에힘을실어고도를낮춘다.

30분가량등로를따라내려서면백년약수터가나온다.
비를피할수있는정자와나무벤치가있는쉼터다.
배낭을내려꽁꽁얼려온막걸리를꺼내들었다.
마시기딱좋을만큼녹은것은쉬어가란신호다.
빈속이라두어잔들이키니금새불콰해지며졸음이밀려든다.

"여보,여기백년약수마시고백년건강챙깁시다"
"지난번광교산에서천년약수마셨는데,여기서백년약수를마시면
구백년은어쩔참이오.그러니난됐소"

쉼터를지나던어느부부의주고받는대화에
요즘말로빵터졌다.

간유리를통해보는것처럼희뿌옇던산색은
백년약수터를벗어나산행이거의끝나갈무렵에이르러서야
조금씩제모습을찾기시작했다.
숲을비집고든햇살은초하의숲을애무하며
광합성을부추긴다.

팬션지구에이른시간은15시20분,여기가끝이아니다.
새수골을지나백안3리까지걷고또걸었다.
바짝달궈진아스팔트소로를따라1시간을더걸어
대로에닿았고,간신히택시세워지친삭신을맡겼다.

새수골에서양평역까지의접근성이좋아진다면몰라도
지금대로라면절대강추할코스가못된다.
등로중간중간새수골을가리키는팻말을모조리돌려놓고싶은심정이었다.

……용천2리-사나사-정상-백년약수-새수골코스(12km,4시간20분)

4 Comments

  1. 와암(臥岩)

    2010년 6월 24일 at 1:30 오전

    ‘양평백운봉’,

    새수골코스가여름산행으론너무힘들어하셨다는걸알수있는산행기입니다.
    여름산행은뭐니뭐니해도햇살을가려주는그늘이있어야만피로가덜쌓이니깐요.

    "새수골을지나백안3리까지걷고또걸었다./
    바짝달궈진아스팔트소로를따라1시간을더걸어/
    대로에닿았고,간신히택시세워지친삭신을맡겼다.//

    새수골에서양평역까지의접근성이좋아진다면몰라도/
    지금대로라면절대강추할코스가못된다./
    등로중간중간새수골을가리키는팻말을모조리돌려놓고싶은심정이었다.//",

    훌륭하신산꾼(?)’카스톰’님께서이런결론을내리신걸보면하산길이너무힘드셨다는걸알수있는대목이죠.

    "남한강변로를달리며까칠하게솟구친백운봉을볼때마다/
    오름길이매우팍팍할거란예상은했으나그정도가생각보다빡세다./
    그러나쓴만큼달다고했다./
    가파르게솟구친봉우리일수록사위조망은후한법이다.//",

    너무멋지신표현력이라고느꼈습니다.

    멋진산행기,
    추천은물론이죠.

       

  2. 이영혜

    2010년 6월 28일 at 7:24 오전

    산행기는이정도로쓰야산행기죠.^^
    카스톱의님글과사진따라가는저는눈과마음이상쾌합니다~고맙습니다.   

  3. 박원

    2010년 7월 3일 at 2:28 오후

    여전하시군요.
    참좋은계절이었는데장마로접어드나봅니다.
    지난겨울전철을타고나가예봉산은올랐지만그인근에도오를산이많군요.
    인근산이해발높이에비해시작지점이낮아꽤나가파르게느껴지더군요.
    검단산도그렇고요.

    내일은저도가리왕산을계획하고있는데비는오지않을지모르겠습니다.
    보병소총수출신이라비를맞은며행군하던기억을되새기며오를까합니다.
    건강하십시오.요즘짬이나면트위터니뭐니하느라산만합니다.   

  4. 박산

    2010년 7월 19일 at 2:29 오전

    이러다산행기책내시겠습니다!

    중앙선저도산객이되어몇번타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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