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고치령에서 국망봉, 초암사로 우중산행

국망봉에서서…


쏟아붓는빗소리에잠이깼다.
알람시계를더듬어집었다.分時針은어슴푸레’ㄴ’을…,새벽3시다.
알람은05시에맞춰놓았는데…

알토란같은2시간을세찬빗소리에뒤척이다가
새벽5시에몸을일으켜습관적으로TV를켰다.
"우~웅~"
그림이나올리만무하다.

번개가새벽하늘을가르고,천둥은새벽정적을깨우고,
새벽어스름은창을타고흐르는빗물에번진다.

휴대전화로날씨정보를검색했다.
"남쪽장마전선이북상하면서중부지방은국지성호우가능성이높으니~"
오늘걸을소백산백두대간길이중부권에속해있다.
그렇다면우중산행은피할수없단얘긴데,피할수없다면까짓거즐기는거다.
비내리는심산유곡의그로테스크한분위기도굿이다.

두건의문자메시지도확인했다.

하나,"비가퍼붓는데…가는거맞죠?"
둘,"지금약속장소로이동중인데,설마취소된건아니죠?"

주말산행떠올리며한주를열심히버텨내는데
비온다고,눈온다고,덥다고,춥다고공칠순없는일아닌가.

"당근이쥐go!"

B,A,C….

한때모산악회총무로,산객들을전국명산으로열과성을다해안내하던진정女傑A,
소백의氣를모아,연작중인에세이’풍기아리랑’에녹여내겠다는당찬후배作家B
내로라하는엔지니어링社중역이면서늘’노가다’라고박박우기는절친山友C
맨날산다닌다요란만떨었지,정작산에만들면언제나버벅대는我D

이렇게ABCD가雨中소백을도모키위해뭉쳤다.

밤새쏟아붓던장맛비는잠시소강상태다.
그러나낮게내려앉은잿빛하늘은비를잔뜩머금고있다.
마치맘만먹으면언제라도쏟아부을것처럼.

도심을벗어나자,비에젖은산야는더욱더푸르다.
차창을한뼘내렸다.
신록의내음이일순어퍼컷을날린다.
개운한한방이다.일상의스트레스가확사라지는기분이다.
축축한포도위로미끄러지는타이어의마찰음조차리드미컬하다.

핸들을잡은B가올드팝송을띄운다.
비틀즈의’HeyJude’.

HeyJude,don’tmakeitbad,
takeasadsongandmakeitbetter~

세월은흘러도가슴한켠에남아있는’HeyJude~’

6월19일,비로사-국망봉-초암사산행시.

지난6월19일,비로사에서비로봉,국망봉을거쳐
초암사로내려왔었다.(13.6km)

그때B와C와D는국망봉에서서고치령방면대간길을굽어보며의기투합했었다.
"조만간다시내려와고치령길을함께걷자"고.
한달여만인7월17일,약속대로다시내려온것이다.

오늘은초암사마당에차를두고다른차량을이용해고치령으로이동한다음,
역으로대간길을걸어국망봉올라초암사로하산키로했다.
그러기위해서는초암사에서고치령까지이동할차량이필요했다.
이곳이어디인가,바로나고자란내고향땅이아니던가?

소백산아래서카페’조은하루’를운영하는소꿉친구K에게전화했다.
염치불구하고전후사정을얘기하자,흔쾌히오케이!


초암사에서K의차량에옮겨타고고치령으로향했다.

울울창창숲길을굽이굽이돌고돌아고치령을오른다.
다섯명의무게가버거운지,산비탈이까칠한지,
승용차는가쁘게엔진음을토해낸다.

고치령오르막길은멀고도팍팍하다.
고치령오르막길은다잃어버리면서도
또꾸역꾸역살아가야하는고단한삶속으로뻗어갔다.
고치령오르막길은굽이굽이멀었다.
고개너머내리막길을아예잊어버려야만자전거는
기나긴오르막을오를수있다.

-김훈의’자전거여행’중에서-

요며칠장맛비에거목이맥없이길섶에드러누웠다.
고맙게도누군가차량이오갈수있도록잽싸게가지치기를해놓았다.
고치령을다올라서는동안오가는차량은단한대도보이질않았다.
고치령의고요를깨는이방인은우리일행뿐이었다.

고치령(古峙嶺,760m).
영주단산면좌석리와마락리를잇는고개이다.

고갯마루에서왼쪽으로오르면국망봉,비로봉,연화봉,죽령으로,
오른쪽으로는마구령,박달령으로이어지는백두대간의길목이다.
또한고치령은한강수계와낙동강수계를나누는고개이기도하다.
고치령에떨어진빗물이좌석리로흘러내리면낙동강으로,
마락리로흘러내리면한강으로흘러든다는얘기다.

고치령정상길섶에는금성대군과단종을모신산신각이있다.
단종의혼백은태백산으로들어태백산신이되었고
금성대군은소백의산신이되어제각각양백을호령하니
사람들은혼령이되어만나는조카와삼촌(단종은금성대군의조카)을위해
양백지간인고치령에산신각를짓고매년정월열나흘날어김없이제를올리고있다.

산신각을향해잠시두손을모았다.

"궂은날씨불구하고예까지걸음한걸어여삐여기시어
무탈산행이될수있도록길을열어주시옵소서"

산신께올린기도빨이제대로먹혀들지않았나?
정수리에닿을듯내려앉은먹구름은급기야빗방울을흩뿌리기시작했다.
나뭇잎들이부대끼며서걱이더니산신께서나타나일갈하신다.

"일기불순한장마철엔곱게들어앉아빈대떡이나부쳐먹을일이지,
뭣하러예까지와서소란을떠는게냐,미친넘들!"

"?!!?"

"네놈들은보아하니고향산을찾아온게로구나.기왕지사예까지왔으니
내오늘만큼은너희에게소백산을통째로렌트해줄터이니
방정떨지말고조용히들었다나거라~"

"명심하겠사옵니다ㅋㅋ"

11:30
이곳까지옮겨다준K를배웅한뒤본격산행에나섰다.
고치령에서국망봉을찍고초암사까지도상거리는15.5km이다.

소백의산세는대체로유순하나소백의날씨는늘변화무쌍하다.
간간이내리던빗방울은2.8km를걸어마당치에이르자,
세찬빗줄기로돌변했다.

초목무성한소로를걷다보니옷은이미빗물머금은풀잎과나뭇잎에쓸려
물에빠진생쥐꼴인지라새삼스레우의를입는건무의미했다.
내리는비에온전히몸뚱어리를내맡겼다.
생각같아선거추장스런옷가지들을모조리벗어던진채
비안개자욱한숲속을룰루랄라걷고싶은데…

A와C는어느새보이질않는다.대단한준족들이다.
마치경기하듯내달리는데,저현란한운무의향연엔관심도없나?
B는濃淡이조화로운수묵화에도취되어연방감탄사를빵빵터트리는데말이다.

골이깊고숲이울창해태고의기운이감도는소백은
영화’아바타’의장면을빼닮았다.
원시림의기운을좀더감싸안을욕심에더디게더디게걷는다.
사바세계와아득히멀어진느낌,무아지경이다.

기능성뛰어나다는등산화도억수앞엔대책없다.
걸음을옮길때마다저벅거린다.’레인스패츠’생각이간절했다.

14:40
앞서가던A와C가연화동갈림길팻말앞에서기다리고있다.
국망봉을5km남겨둔지점이다.

비가잦아들길기다리다간지쳐쓰러질지도모르겠다며
누가먼저랄것도없이배낭을내렸고
3단우산3개를펴나뭇가지에어설프게걸친다음,
그아래쪼그리고앉아먹을거리를펼쳤다.
산아래서챙겨넣어온’소백산’막걸리가두어순배돌즈음,
小白은보너스로바람의變奏와雲舞의향연을선사한다.
소백산신의하해와같은배려는아니었을까.


가관인몰골로특별한산상오찬을즐긴후다시힘을내
대간길을이어간다.

질경이가지천인늦은맥이고개

연화동갈림길(1,015m)에서늦은맥이고개(1,272m)에이르는동안
빗줄기는잦아들줄몰랐다.

신발과옷,배낭이흠뻑젖어그무게가고스란히
장딴지에전달되어서인지어느때보다뻐근하다.


국망봉까지는2.1km,상월봉(1,394m)에올라서면국망봉이모습을드러낼것이다.
연화동갈림길에서부터늦은맥이고개까지2.9km걸어해발고도를257m높혔다.
이제2.1km를걸어149m만높이면국망봉(1,451m)이다.
긴능선을걸을때팻말표시와고도계,그리고등산지도를봐가며
시간과거리,등로의고저를통박굴리는재미또한쏠쏠하다.

비는그쳤으나잿빛구름은여전히심술보를주렁주렁달고있다.
이능선,저골짝으로옮겨다니며심술보하나씩터트린다.
전문용어로’국지성호우’다.


물먹은바지가랭이가다리에척척감긴다.
상월봉오르막길은그래서더더욱팍팍하게느껴진다.
모든산이대개그러하다.
등로가완만하다가도봉우리라이름붙은곳은필시
숨이턱끝까지차오른후에야비로소자리를내어준다.

16:35
상월봉에오르자,초목이키를낮추며시야가탁트인다.
국망봉이손에잡힐듯바짝다가섰다.
四圍가훤해날만들면백두대갈길이뚜렷할텐데…
소백산은자주찾는편인데조망을쉬내주질않는다.
德을쌓지못해서일게다.

국망봉까지는등로가완만하다.
철쭉과야생화가군락을이룬드넓은초원이다.

16:52
국망봉(國望峰,1,451m)
충북단양가곡면과경북영주순흥면을경계하는봉우리로
산봉이름에서짐작할수있듯슬픈역사가녹아있다.
신라의마지막왕인경순왕이나라를고려에바치자,
아들마의태자는이곳에올라동쪽경주를향해서서망국의한을달래며
눈물지었다고한다.

운무는산자락을골골샅샅훑으며채움과비움을반복하고있다.
소잔등처럼부드러운주능선을휘감은변화무쌍한운무의춤사위는가히장관이다.
마의태자의한숨도저운무에실려중천을맴도는건아닐까.

국망봉바위에올라인증샷한방날리고하산걸음을서둘렀다.
차를두고온초암사까지는4.4km,폭우로불어난계곡물이걱정스럽다.
한달전,비로봉거쳐국망봉올랐을때날씨도오늘처럼무겁게가라앉았었다.
운무에갖힌유장한소백능선을뒤로하고초암사방면으로내려섰다.

가파른내리막길을30분정도내려선곳,
잘생긴돼지바위가싱긋이객을반긴다.
소백산아래풍기읍내식당에들면십중팔구는
바로저돼지바위사진이걸려있다.

돌연A가돼지바위주둥이로다가서더니속삭였다.
"무탈산행을하게해줘서감사했다"고.
그런데이게웬일!

초암사를2.7km남겨둔지점에서A의발목이바위틈이낀채꺾였다.
비명을지르며그자리에거꾸러졌다.
순식간에발목이부어올랐고,스프레이파스를뿌려상태를살폈다.
다행히도부러진건아니었으나통증으로인해
하산속도는더딜수밖에.

소백산신을제쳐두고돼지바위에감사를표한게
혹산신의노여움을산건아니었을까.

계곡물은폭우로많이불어났으나계곡을가로지르는
목교가곳곳에놓여있어염려없다.

초암사도착예정시간은18:00,
실제초암사에닿은시간은19:03,
한시간이나지체됐다.

젖은신발은슬리퍼로,젖은옷은여벌옷으로갈아입었다.
A와B는초암사해우소에서,C와D는길바닥에서.

초암사에서배점리까지계곡을따라난소로를달려
고치령까지태워다준소꿉친구K네카페,’조은하루’로향한다.

핸들잡은B는좁은길을사륜바이크몰듯아슬아슬내달린다.


불어난물은죽계구곡을따라콸콸흘러내리는데….

아죽계수여!
너는예나지금이나흐르는구나.
주변에서일어났던많은일들을아는지모르는지
변함없이흐르는구나.
한가락죽계별곡도듣는둥마는둥,
청다리밑에서죽은수많은사람의피가죽계수에실려
흘러흘러멈춘그곳이어디란말인가.
죽계수여!
너는오늘도말없이흐르는구나.

조선세조2년순흥에있던금성대군은단종복위를위해거병을계획했으나
사전에모의사실이누설되어안동에서교살되었다.
모의에가담했던대쪽선비들과가족들은순흥청다리아래서
처형을당했는데그들이흘린피가영주안정면’피끝마을’까지흘러내렸다.

단종복위를둘러싼비극적인사건으로순흥도호부는폐지됐고
풍기에서순흥까지처마만따라가면비를맞지않을정도로빼곡하던
집들은모조리불타버렸으니…

우중소백의감동,오랫동안기억될것같다.

2010.07.17

6 Comments

  1. 海雲

    2010년 7월 28일 at 10:11 오전

    고생하셨습니다
    우중산행이나름그윽한맛이있지만장거리라
    마냥그렇기만하지는않겠지요
    즐감하고갑니다
    순풍에돛단듯이써나가시는산행기도늘부럽기만하네요   

  2. 데레사

    2010년 7월 28일 at 2:48 오후

    비내리는날산,힘드셨겠지만경치는끝내주네요.

    등산기를읽는게아니고한편의아름다운수필을읽는기분입니다.
    일행들의모습도그려집니다.

    저도어느핸가빗속에월출산천황봉을오른적이있었는데그날
    정말감격스러워서정상에서크게소리한번쳐보고내려왔었지요.
    지금은다지나간얘기입니다만.

    늘건강하십시요.
       

  3. 와암(臥岩)

    2010년 7월 29일 at 11:42 오전

    "산아래서챙겨넣어온’소백산’막걸리가두어순배돌즈음,/
    小白은보너스로바람의變奏와雲舞의향연을선사한다./
    소백산신의하해와같은배려는아니었을까.//",

    이대목에서가슴이찡해왔습니다.
    ‘바람의變奏’,
    ‘雲舞의향연’,
    .
    .
    .

    눈에선하니깐요.^^*

    "긴능선을걸을때팻말표시와고도계,그리고등산지도를봐가며/
    시간과거리,등로의고저를통박굴리는재미또한쏠쏠하다.//",

    멋지게어우러진악우,
    그리고고향친구의도움,
    고향산천을누비신임,
    .
    .
    .
    .
    .

    너무나운치넘친우중산행이었다고느꼈습니다.
    멋진악우들이없었다면정말힘겹기도한산행이었을테지니깐요.

    A씨의발목,
    이젠회복되셨는지궁금할뿐입니다.

    언제읽어도정말멋진산행기란생각떨쳐버릴수없으니,
    추천은너무나당연하죠.   

  4. 曉淨

    2010년 7월 31일 at 2:14 오전

    여전한산행~~!
    참으로멋집니다!
    옛날홀로풍기희방사에서소백산을올라
    단양으로내려온기억이있습죠^^*..
    육포징긍질긍씹어가면서.
    언제선배가간길을따라한번도전해볼랍니다!

    반갑습니다^^*..
    쐬주한잔기울이고싶은데…   

  5. 명문

    2010년 8월 5일 at 10:30 오전

    한편의수필같은산행기잘보구갑니다..고생많으셨고오래오래추억으로간직되실것같습나다..항상행복하시고안산하셈^^**좋은글만읽고나가는게미안시러워어렵게회원가입하고글냉기고감니다   

  6. 박원

    2010년 8월 13일 at 7:58 오전

    올해는아직소백산을오르지못했네요.
    매년두번은오르는산인데
    멋진산행기제가함께다녀온듯읽었습니다.
    오랜만에들리니낮설어보입니다.

    요즘일이바빠블로그에들어올기회가없네요.
    아니회사일로트윗을하느라엉뚱한데관심이쏠린탓도있습니다.
    늘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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