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함그자체였다.
거대한자연의위력앞에인간의힘은한없이미약했다.
공포의쓰나미는시꺼먼혓바닥을날름거리며닥치는대로집어삼켰고
삽시간에東일본은아비규환의상태에빠져들었다.
급박했던순간의장면들이밤새머릿속을난타했다.
밤잠을설쳤다.
머리가무겁고가슴이답답했다.
오늘은먼산가야하는데…
신선한아침공기가답답한가슴을어르고나서야
밤새뇌리에똬리를틀고있던공포의쓰나미가물러났다.
상쾌한아침을맞는다는사실,오늘따라더욱고맙고감사하다.
지리산남부능선끝자락,성제봉으로향하는버스안,
눈덩이처럼불어나는일본의지진피해상황속보에
산객들의마음과표정은한결같이무겁고어두워보였다.
차창을스치는들녘언저리엔여태겨울이웅크리고있다.
이처럼겨울은봄을시샘해꼬리를쉬거두질않다가도
봄기운이스멀스멀번지기시작하면이내꼬릴감추고만다.
스마트폰은더없이좋은친구다.
소설을읽기도하고트위터나페이스북으로세상과소통하다보면
너댓시간은금방지나간다.지루할틈이없다.
작가공지영이자신의트위터에올린내용이다.
자연앞에얼마나겸허해야하는지,
쓰나미가올때모든동물은이를알고도망갔는데
오직인간들만이먹고마시고천년을살것처럼욕심을부리고있었다죠?
연약한인간이살길은하나,힘을합치는것입니다"
버스는어느새고속도로를벗어나섬진강변을내달린다.
차창밖으로익숙한안내표지판이스쳐지난다.
피아골..쌍계사..화개장터..최참판댁…
산행들머리가가까와졌다는징표다.
평사리들녘으로들어선버스는구불구불가팔진산길을숨가쁘게올라
산행들머리로잡은조그만절집(한산사)입구에일행을토해냈다.
성제봉능선은지리산남부능선맨끝자락이어서일까,
걸음을서둘렀다.
철쭉이만개하면장관일듯,드넓은산자락은대부분철쭉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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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푹하다.
챙겨입은겉옷을벗어배낭에넣었다.
육수꽤나쏟아내야할듯바람한점없이노곤하다.
악양면평사리들녘은옅은안개로인해침침했지만
공교롭게도최근’토지’를다시읽는중이라최참판댁이있는
평사리와너른악양벌,그리고섬진강일대는
안개와무관하게머릿속에서만큼은또렷하다.
겨울가뭄이었나?산길엔흙먼지가풀풀인다.
섬진강이내려다보이는툭터진남향이어서일까?
산길주변으로봉분이여러기눈에띈다.
들머리에서20여분정도팍팍하게올라서면하동고소성(姑蘇城)이길을막아선다.
석성은근래새롭게축성한듯세월의흔적은미미하다.
그렇다고실망하기엔이르다.
성곽에올라유장하고도도한섬진강물줄기를굽어보면서
악양벌을두팔벌려끌어안노라면고소성의또다른맛에푹빠져들게된다.
지리산에서뻗어내린산줄기는바로이곳,고소성에서숨을고른다음,
잠시섬진강으로자맥질했다가강건너백운산을일으켜세운다.
고소성을지나면서부터간간이바위들이보이는가싶더니
이내집채만한바위가길을막아섰다.
길은바위와바위사이로좁디좁게나있다.
몸을뒤틀어가며비스듬한틈새를통과해야하는데
체격이비만인분들은배낭을벗어던지고낮은포복을해야
통과할수있는굴욕?의코스이다.
지리산국립공원권역에서벗어나하동군’군립공원’으로지정되어있다.
국립이아닌군립이라서?지자체의예산부족아니면무신경?
오름길곳곳에안전시설이훼손된채방치되어있다.
잡목사이로언뜻언뜻모습을드러내던암봉은
봉화대터에올라서자,비로소선연하게다가선다.
바로신선대(903m)다.
신선대뒤로보이는성제봉역시어서오라손짓한다.
소모된체력을’보충’하기위함인데여럿무리지어걷다가
자리를펴게되면’보충’을넘어늘’오버’다.
오늘역시예외가아니다.
대여섯명이십시일반꺼내놓으니그대로山中뷔페다.
거기다酒種또한다양하니…
"맨날산다닌다는놈이뱃살은늘그모양이냐?"
고백컨데,사정이이러하니관리될리만무하지않은가.
이렇게여유부리다간성제봉을찍지도못하고하산해야할지모른다.
16시30분까지날머리에닿아야한다.
여유부릴계제가아닌데도먹을거리앞에선늘…
철계단을딛고오르면다시암릉구간이,
암릉을만나버벅대다보면또다시가파른오름길이다.
온몸구석구석에서육수?가줄줄샌다.
한번더숨을고른후너덜지대와암벽협곡을끼고돌아
기진맥진,신선대(903m)에올라섰다.
신선대에올라사방을조망한다.
전남광양과경남하동을가로지르는섬진강물줄기를굽어보며
섬진강시인김용택을떠올린다.
섬진강을따라가며보라
섬진강물이어디몇놈이달려들어
퍼낸다고마를강물이더냐고~
섬진강물빛은그어느때보다곱고물줄기는넉넉하다.
산자락은아직겨울빛이역력하나뿌리와줄기는이미
산상화원을꿈꾸며꿈틀대기시작했을게다.
순간,지진을떠올렸다.안전바를잡지않고걸어봤다.
이정도의흔들림은진도몇이나될까?
구름다리를건너깎아지른바위벼랑에설치된긴철계단을
따라안부로내려섰다가다시올라서니갈림길이다.
직진하면형(성)제봉,오른쪽은강선암방향하산길이다.
정상에가더라도이곳까지되돌아와하산해야한다.
정상인성제봉은여기서1.4km거리에있다.
빠른걸음을위해배낭은팻말아래내려놓고서정상으로향했다.
철쭉능선은완만했으나오버페이스하다보니숨이턱끝까지차오른다.
드디어성제봉정상이저만치에우뚝모습을드러냈다.
용을쓰고기를써가며올라선성제봉(聖帝峰1,115m).
遠景은여전히박무에가려희뿌옇다.
지리산주능선전체와남해바다까지시야에들어온다는데곳인데..
적어도삼세번은더오른다음에야욕심내자.
천왕봉일출은3대에걸쳐덕을쌓아야볼수있다고했다.
단번에모든걸바라는건도둑놈심뽀아니겠나.
형제처럼다정해보여형제봉으로도불린다.
미리하산하여기다릴일행을생각하니조바심이인다.
정상표시석에서인증샷만날리고서둘러내려섰다.
정상에서두어걸음만내려서면길섶에봉분이또있다.
자자손손체력단련을위해이높은곳에모셨을까?
갈림길에서배낭지킴이를자처한山友와함께
지체없이또다시걸음을재촉했다.
적어도민폐는끼치지않아야한다는일념으로…
산길을막벗어나자오른쪽으로강선암,왼쪽은마을로내려가는
포장로가이어진다.
16시30분까지버스대기장소에닿아야기에뛰듯걸었다.
과연마을길을얼마나더내려가야하는지,도무지끝이보이질않는다.
막피어나기시작한매화꽃이반갑게손을내미는데도
손사래치며내달렸는데..
일행을15분씩이나기다리게만들었으니…결국은민폐였다.
철쭉제단-성제봉(1,115m)-강선암갈림길-악양면사무소
대재앙을의연하게견뎌내고있는일본국민께응원을보냅니다.
데레사
2011년 3월 18일 at 5:11 오전
하동의악양들판을최치수가말을타고느릿느릿걸어가고있는
모습을상상해봅니다.
저곳이다자기땅인걸얼마나자랑스러워했을까하면서요.
그러나그런그도비명에가고,물론소설이지만인생살이란게다
그런거아닌가하는생각이듭니다.
지리산,언제나슬픈감정으로닥아오는산이지요.
뱀사골에있는경찰충혼탑참배를갈때마다바로그앞에있는빨치산
기념관도들려보면서쫓던자와쫓기던자의슬픔을생각하고
민족의비극을생각하곤마음아파하거든요.
진달래필때성삼재까지라고한번가보고싶어요.
박산
2011년 3월 21일 at 7:05 오전
쓰나미스트레스를등산으로풀으시는군요
역시카스톱님답습니다
와암(臥岩)
2011년 3월 23일 at 8:23 오후
‘성제봉(聖帝峰)’,
‘형제봉’,
이름만으로도멋진산입니다.
백운산엔두번이나올랐는데,
이성제봉은’아직도’입니다.^^*
‘카스톱’님의멋진산행기읽곤한번가봐야겠다고다짐합니다.
기력이될까?걱정이앞서지만이뤄낼수있다는자신감이중요하겠지요.
‘민폐’,
이를끼칠분이아니신데,
역시산꾼의정상정복욕심은버릴수없나봅니다.^^*
반구보의걸음,
매화가반기는데도제대로처다보지도못하고잰걸음놓으신그마음,
이해하고도남습니다.
덕분에멋진산행한것같은감잡았습니다.
추천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