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그이름만떠올려도가슴이설렌다.방랑벽이동한다.
지리주능선이가슴팍에꽂히면종주를도모하지않을재간이없다.
징검다리연휴를이용,1박2일종주계획을짰다.
인터넷통해산행정보를수집하고승차권도예매했다.
오랜만의지리종주인지라이것저것꼼꼼하게챙기다보니
35L용배낭으론어림없어짱박아뒀던45/55L용배낭을꺼내꾸렸다.
여직멀쩡하던하늘도소풍날받아놓으면먹장구름밀려오듯,
하필이면9일과10일,천둥번개를동반한비바람이거셀거란다.
그래서일까,역대합실엔산꾼들이뜸했다.
용산발여수착무궁화호열차에몸을실었다.
추억의’비둘기’를대신하여산천을누비는’무궁화’다.
굼뜨긴하나연일체면구기는KTX보다더믿음이간다.
혹시나기상상황이좀나아지지않았을까,
스마트폰을꺼내지리산날씨를검색했다.
기대와는달리날씨는더욱역방향이다.
구례구역도착을알리는안내멘트가여윈잠을깨웠다.
산꾼들이잰걸음으로역을빠져나간다.
역앞에대기중인성삼재행버스를타기위해서다.
버스는구례터미널들러성삼재로향하는데요금은4,200원.
택시기사들도저마다’성삼재’를외친다.
두당1만원씩,4명이면출발한단다.
일행이넷인지라십시일반,택시로고고씽~
택시기사안내로구례읍내설렁탕집들러뚝딱한그릇해치우고
밤안개자욱한성삼재오름길로들어섰다.
세찬바람소리가귓전에서윙윙거린다.사방은칠흙같다.
랜턴을점검하고신발끈을조여맸다.
팻말에표시된이동거리를보며어금니한번꽉깨문뒤
밤안개로축축해진임도를따라노고단으로향했다.
랜턴불빛에비친안개입자는무량의은하수가되어
발아래로눈부시게부서져내린다.
노고단대피소에이르자,이곳서1박했던단체산객들이
본격산행채비를갖추느라움직임이분주했다.
고갯마루에올라서니새벽어스름이걷히고있었다.
그러나금방이라도쏟아부을듯산마루를휘감은비구름이
새벽의지리산경을통째로갈무리해버렸다.
아쉬우나,잠깐보이지않을뿐사라진것은아니다.
지리산은지금변화무쌍을위해숨고르기중이다.
돼지령을지날즈음,산자락을골골샅샅이훑으며
능선을탐하는희뿌연비안개의내밀한몸짓을보았다.
노고단고개에서임걸령까지는숲길이완만하다.호젓하다.
노란제비꽃과얼레지꽃이길동무를자청한다.
주능선의나뭇가지들은이제막움트기시작했다.
피아골삼거리지나물맛좋은임걸령샘터에서배낭을내렸다.
차디찬샘물로퍽퍽한입안을가셔낸다음,더지치기전에
초콜릿으로열량을보충했다.
반야봉갈림길인노루목까지는제법팍팍한된비알길이다.
노루목삼거리에이르러대다수종주산꾼들은지리주능선에서조금
비껴나있는반야봉을,찍고가느냐그냥내달리느냐를놓고갈등한다.
노루목(1,498m)에서반야봉(1,732m)까지1km이나
234m를치고올라야하기에그러하다.
더우기지금처럼가시거리가채50m도안되는날,
반야봉에서의조망은불보듯실망이다.그래서그냥지나쳤다.
거센비바람으로돌변했다.
지척분간이어려울정도로순식간에쏟아붓는바람에
미처우의를챙겨입을,배낭커버를덮어씌울틈도없었다.
뒤늦게바위틈으로피신해,입고씌웠지만이미…
화개재(1,360m)가시야에들어온다.
마치간유리를통해보이는것처럼뿌옇다.
화개재는지리주능선상에서해발고도가가장낮다.
먼옛날경남하동과전북남원의봇짐장수들이양방향에서
특산물을지고올라와물물교환을했던곳이란다.
잠시나무데크에앉아숨고르기를하며그옛날
봇짐장수들의고단했을삶을머릿속에떠올려본다.
이름모를새가울음운다.
다시배낭을멨다.
식사는연하천대피소에서하기로했다.
연하천까지는4.2km를더걸어가야한다.
화개재에서토끼봉((1,534m)까지또지리한오름길이이어진다.
그러나즐거운상상을하며걷다보면4.2km는420m가되고
천근만근발걸음도새털처럼가벼워진다.
몸소체득한산길걷기노하우다.
산꾼들의웅성거림이희미하게들려온다.
계단을다내려선안부에아담한산장,연하천대피소가있다.
평소같았으면발디딜틈없이붐볐을대피소뜰이다.
날씨때문에취사장도샘터도널널하다.
셋이서木데크에자리를마련,버너에물을올렸다.
그런데먹을거리라곤달랑컵라면에김치,햇반이전부다.
요란스레배낭을채웠으나정작먹을거리준비엔인색했다.
서로들표정에서’어이없음’이역력했다.
부실한건이뿐만이아니다.
컵도,숟가락도,밥그릇도각각하나뿐.
넉넉하게준비한건오로지팩소주뿐!
완벽한것보다때로는어설픈게퍽인간적이긴하다.
지리산을걷다보면’곰출현주의’현수막을종종맞닥뜨린다.
거기에그려진반달곰은맹수로묘사되어있다.
금방이라도달려들듯표독스럽다.
야간산행때랜턴불빛에비친이곰그림에화들짝놀라
그자리에주저앉아버린적있었다는산우얘기도공감이간다.
그림을’태디베어’로바꾸면…주의실종?
연하천대피소를벗어나면서부터광풍폭우가몰아친다.
우의안은땀에,밖은비에,안팎이흥건하다.
흠뻑젖은등산화는이미본연의기능성을포기했다.
연하천에서부터3.6km를걸어닿은벽소령대피소는말그대로’대피소’였다.
앞서거니뒷서거니,함께산행중인단체산객들도
대피소로들어와폭우가잦아들길기다리고있어시끌벅적하다.
지친기색이라곤없다.천진난만한표정의이아이들은지금,
그무엇과도바꿀수없는값진경험을쌓고있다.
우선신발을벗어뒤집어놓고물먹은양말을벗어쥐어짰다.
비닐봉지에넣어둔습기찬카메라를꺼내대피소내스팀박스위에올렸다.
등을벽면에기대고앉아다리를쭈욱폈다.
실내온기가전신을노곤하게감싼다.
바깥을살펴보니바람소리는더욱거세다.
사선을긋는세찬빗줄기는쉬잦아들것같지가않다.
몸을가누기조차힘들만큼광풍이몰아쳤다.
1박을예약해놓은세석대피소까지는6.3km.
3시간에걸친비바람과의사투끝에16:00분,세석대피소에도착했다.
세석대피소의잠자리는널널했다.
기상악화로예약취소가많았기때문이다.
맨손으로전장에나와총빌려달라는꼴과다름없다.
부실한먹을거리를몽땅코펠에털어넣고끓였다.
김치,참치캔,라면,햇반까지…전문용어로’개죽’이라하던가.
여기에소주를더하니,천상천하에둘도없는그런맛,
이보다더행복할수는없다.
늦게입실한산객은잠자리를펴느라,
일찍길나서는산객은침상정리하느라,
자다깨다를거듭하다가05:00,날씨상황이궁금했다.
몽롱한상태로바깥에나왔는데,이런!
억수같은비가무섭게퍼붓고있었다.
‘밤새이렇게비가왔다면,산행이통제될수도있겠는데…’
"세석산장을찾아주신~(중략)~
지리산일대호우주의보가발령되었습니다.
천왕봉,장터목,백무동,중산리방향은산행이통제되었으므로
이곳에서곧장거림방향으로하산해주시기바랍니다."
서둘러어제먹다남은’별식’을데워말끔히해치운다음,
산객들이이용한400장이넘는담요개기작업에투입됐다.
이곳근무직원두세명이매일아침마다하는일이다.
버너와코펠을빌려준직원에대한고마움을담요개기봉사로대신했다.
계곡은이미급류가넘쳐나고있었다.
애초천왕봉찍고유턴하여장터목으로내려와
백무동으로빠져나오기로했는데,
예정에없었던거림으로내려왔으니…
마침서울서내려온산악회버스에빈좌석이있었고
두당2만원에흥정?하여탑승한것까진좋았는데…
이버스를전세내어온산객들은동일업종모임의회원들이었으니,
귀경내내차안은그야말로!@#$%&*~~휴~
어제새벽,택시기사의얘기가새삼되새김되었다.
"나가소싯쩍부터구례에쭈욱살았는디,
지리산날씨는시시때때로솔찬히변덕이심했뿌러.
다노고할매의심술때문이라안허요"
데레사
2011년 5월 17일 at 8:26 오후
버스안에서고생하셨겠습니다.저도어쩌다가그런차를만나면
정말귀도막고싶고뛰어내리고싶기도하고그러거든요.
알프스산록의몽블랑의2,000미터지점을산악열차로올랐는데
그곳도노고할매가따라왔는지심술이심하더군요.그러나운좋게도
우리가올랐을때는하늘이쨍쨍했습니다만.
지리산,지금철쭉이한창아닌가요?
海雲
2011년 5월 18일 at 4:42 오전
노고할매심술이라ㅎㅎ
고생하셨네요.올라오시는길도만만치않으셨겠네요
저도종주를계획중이긴한데엄두가안나네요
반야봉까지갔다가돌아오는코스로도힘들었는데1박2일로는무리일것같고
2박3일로하자니먹거리가장난아닐것같고요
박원
2011년 5월 18일 at 12:59 오후
올해는일찍다녀오셨군요.ㅎㅎ
종주를못했으니늦여름다시한번오르시지요.
지금보다는날씨가안정적일것같더군요.
와암(臥岩)
2011년 5월 20일 at 7:41 오전
‘노고할미’의심술,
모처럼의종주산행을망쳐놓고말았군요.ㅠㅠㅠ
그래도그악천후에세석산장까지진군했으니,
정말대단하신일행들이었습니다.
천왕봉길이출입통제가되지않았다면어떤상황에서도오르고말았을분들이었겠지요.
거림에서서울까지의귀갓길,
정말이만저만한’고통의길’이아니었을것이라짐작이됩니다.
추천올립니다.
박산
2011년 5월 23일 at 5:08 오전
ㅎㅎ그심술
그래도담담히써내려가시는카스톱님의산행에동참해봅니다
식량보단팩소줄,,,개죽,버스이만원얻어타기
하루이틀다닌솜씨가아니시니
빗날산행기도읽고보기좋습니다
명문
2011년 6월 7일 at 9:56 오전
개죽!!생각보다맛있을것같은데요,..언제기회되면저도맛좀.해장엔그런게최고!!!힘든산행그래도그런산행이추억으로오랫동안남아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