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삼봉산 올라 산나물 체험

산행중채취한취나물을배낭에서꺼내집식탁위에올렸다.
비닐봉지에가득담긴산나물을보더니한마디’훅’던진다.

"거,살다보니이런날도다있네.별일이네~"

‘산나물체험오지산행’
구미가확당기는테마산행이다.그러나선뜻따라나서기가좀그랬다.
산주의동의없이산나물을채취하는건위법이다.
게다가무엇이산나물이고무엇이독초인지도모르는,
한마디로산나물에관한한완전맹탕이었기에.

그런이유로뭉그적거리다가’오지산행’이라는
산방의꼬드김에결국따라나섰다.

산나물이지천이라는제천삼봉산,정보를검색했다.
강원원주와충북제천을경계짓는백운산(1,078m)이母山인해발910m의삼봉산은
구학산,주론산,시랑산,천등산,오청산,옥녀봉,십자봉으로
이어지는능선이주위를둘러싸첩첩산중의그야말로오지산이다.

광복직전까지만해도산속에호랑이가살았다고한다.
이를증명하듯실제로호랑이에게잡아먹힌사람의돌무덤인호식총(虎食塚)의흔적이
대호지마을뒤너럭골부근에군데군데남아있다고한다.

호식총(虎食塚)관련팁!…………………………………………………

호랑이에게잡혀가죽은사람의무덤이다.
산간오지사람들의원초적인삶의이면을보여주는것이며
거기에는처절하다못해숭고한삶의철학이베어있다.

주검을화장해돌을쌓아그위에시루를엎고시루구멍에물레에쓰는쇠가락을꽂았다.
돌을쌓은것은신성한곳이라는표시이기도하지만창귀의발호를막기위함이다.
돌로무덤을쌓아이귀신을꼼짝못하게하는동시에무덤에풀이자라지않도록해
벌초하려다창귀에걸리는피해를막자는것이다.
이처럼끈질기고무섭다는데서호식총이라는특이한형태의분묘가유래했다.

시루는’철옹성’임을뜻하는동시에솥위에올라앉는형국으로,
뚫린구멍과함께하늘을상징한다.
사악함과불결함,모든것을삶아죽이는시루를엎어놓으면
창귀도그안에서꼼짝못하리라여겼던것이다.
아홉개의시루구멍으로귀신이빠져나갈수없도록벼락을의미하는
쇠꼬챙이도꽂았다.

그러면이처럼왜사람들은호랑이의밥이되길마다않고깊은산속에서살았을까?
공자가이르기를"가혹한정치는범보다무섭다"라고했다.
태백산맥안으로들어와살던화전민중에는관리의횡포와
과중한세금부역등에신물이나이를피해온사람들이많았다고한다.
그래서차라리호랑이에게잡혀먹히더라도숙명으로알고묵묵히화전을일구며
마음의평정을구했을지도모르겠다.

………………………………………………………………..

호랑이가공포의대상이긴했지만사악한인간보다는나았다는것인데
작금의하고많은정치인들이똑똑히새겨야할대목이아닌가싶다.


버스는박달재지나평동교차로에서402번도로로들어섰다.
구학산로를따라진행하다가402번도로를벗어나왼쪽으로꺾어
화당교를건너다시한번좌회전하여화당로로접어들었다.
덩치큰버스가공사로파헤쳐진좁은비포장로를간신히나아간다.
연신덜컹대는통에산객들은단잠을접었다.
화당초등학교와화당2리새마을회관을지나삼거리에서
오른쪽방향은너럭골로,곧장삼봉산을오르는길로이어진다.
버스는왼쪽으로틀어대호지교를지나구불구불산구비를돌아올라
산행들머리인배재에산객들을내려놓았다.

배재(拜領)에는두가지설이있다.
신라마지막왕인경순왕은왕위에오른지9년만에왕건에게신라천년사직을
물려주고각지의명산을찾아다니다가이곳에이궁(離宮)을짓고머물렀다.
원주용화산황산사뒤암벽에미륵을조각케한경순왕은
매일조석으로황산사의스님을시켜종을치게했다.
원주로넘어가는이고갯마루를지나다가종소리가나면경순왕은
미륵불을향해亡國의왕으로천년사직과백성에게속죄의절을올렸다고하여
지금껏배재(拜領)로불리고있다는것이고,

또다른설은단종에얽힌내용이다.
1457년숙부인수양대군에의해노산군으로격하된단종이영월로
유배를가던중에단종을배웅하던마을주민들이
모두이힘든고갯마루까지따라와큰절을했다하여배재(拜領)라불린다는데
글쎄다.시공을넘나들며신라경순왕과조선단종을모셔서
대면시켜옳고그름을가릴수도없는노릇…
설은그낭설일뿐,이런들어떠하며저런들어떠하리~

배재에내려간단하게스트레칭한후왼발은강원,오른발은충북땅을밟으며
十字峰(985m)에서뻗어나온능선을따라올랐다.
발길뜸한오지산답게초입서부터등로가흐릿하다.
골이깊고숲은짙다.원시림에들어온듯사방이울울창창하다.

배재에서뒷산(745m)까지1.4km,등로는비교적완만하다.
십자봉갈림길조금못미처능선에자릴폈다.
산나물체험을위해산비탈을오르내리려면허기져선안된다.
허기져도힘들지만과식해도힘들긴매한가지다.
맛난먹을거리앞에서수위조절은결코쉽지않다.

식탐으로빵빵해진몸을일으켜산비탈숲속으로들어섰다.
다행히도일행가운데삼봉산아래대호지마을이고향인분이있어
산주로부터산나물채취양해를구해놓은터라마음은홀가분했다.
현장에서취나물잎사귀모양을속성으로익힌뒤
산비탈을식식거리며오르내렸으나겨우한웅큼정도,
딱해보였나?보다못한한분이채취한취나물한아름을내게건넨다.

"이렇게나많이…"

"금방그만큼뜯을수있으니받으세요"

"이거,집에가져가면주말마다산나물뜯어오라며내쫓을텐데…"

그렇게산나물체험으로망중한을즐겼다.
알짜배기산행보너스인셈이다.

배재에서부터3.4km,십자봉삼거리다.
팻말은십자봉0.7km,삼봉산3.7km를가리킨다.
배낭을내려두고십자봉을갔다올까싶었으나
산나물망중한즐기느라시간이너무지체되었다며곧장삼봉산방향으로
진행하자는대세에따르기로했다.

십자봉갈림길을벗어나삼봉산방향으로1km정도걸었을까,
산더덕특유의강한향이코끝을자극해왔다.
몇몇이걸음을멈춰코를벌름거리며킁킁댔다.
아니나다를까,군데군데산더덕이무리지어자생하고있었다.
뿌리가그리실하지않아아쉽지만다음을기약하고지나치기로했다.

정도를넘어선무분별한산나물채취는반대한다.
마구뽑거나성장순까지뜯는등상식을저버린채
채취한다면더이상자랄수없게됨은물론이고
개체수의감소로’산나물망중한’도끝이다.

일행과거리를둬가며혼자숲길을걷는재미또한쏠쏠하다.
오름길이버거우면멈춰서서숲향에취해보고
완만한내림길을만나면휘파람도불곤한다.

828봉을지나능선길삼거리나무의자에걸터앉아지도를폈다.
배재에서북쪽으로,십자봉삼거리에서다시동쪽으로걸었다.
삼봉산은이곳삼거리에서다시남쪽으로방향을틀어야한다.
지도상나들머리를이으니등로는말발굽모양이다.

배재에서삼봉산정상까지거리는7.1km,
09:45분에산에들어정상에닿은시각은15:25분.
숲내음에취해몽롱한상태로숲속을헤맸나보다.
그렇지않고선도무지…

제천삼봉산은처음올랐지만정상표시석은낯설지않다.
충청도산정상표시석은찍어낸듯똑같다.
산마다산세가다르듯이정상표시도작고소박하게
개성을살려세웠으면하는게개인적생각이다.

정상에서임도까지1.5km,임도에서마을까지다시1.2km.
임도를걷다만난개울에서세족을한후마을회관에대기중인버스에
배낭을던져놓고서회관마당에자리를폈다.
금쪽같은삼겹살을노릇노릇구워내막뜯어온취나물로큼직하게쌈을쌌다.
귀경할생각도잊은채삼겹살삼매경에푹빠졌으니…

임도에서만난…


..산행코스:화당리(배재)-뒷산-십자봉삼거리-823봉-능선삼거리-삼봉산정상-대호지마을..

4 Comments

  1. 데레사

    2011년 6월 16일 at 10:28 오전

    나물을잎만뜯으면괜찮은데뿌리채뽑아오니까어떤마을에서는
    노인분들이가방조사도하더라구요.
    자기네마당에심는다고뿌리채뽑아가는그런짓만안하면잎뜯는거야
    내년에또올라오는것이니아무상관없지요.

    저도어릴적에는산나물뜯으러많이다녔는데이제기억하는건몇가지
    되지않아요.
    그래서선뜻뜯지를못하겠더라구요.혹시먹고아까운목숨비명에갈까
    싶어서요.ㅎㅎㅎ

    좋은나날보내세요.   

  2. 명문

    2011년 6월 17일 at 9:18 오전

    너무좋은산행이었는데…저땜시흑!흑!   

  3. 박원

    2011년 6월 20일 at 8:31 오전

    산행과산나물뜯기,좋은거두가지를한번에하는여행이었군요.
    내려와서갖띁은산나물곁들여한잔하는맛군침돕니다.

    늘즐거운시간되십시오.   

  4. 와암(臥岩)

    2011년 8월 2일 at 12:32 오전

    삼봉산골짜기,
    정말울울창창한원시림을방불케했습니다.

    도시에서찌든육신,
    산나물이아니더라도이렇게놀며쉬며얘기하며하루종일보낼수있다는건행복한일이겠지요.

    "거,살다보니이런날도다있네.별일이네~"/,
    사모님,
    너무유머가넘치는분이시군요.^^*^^*

    ‘호식총(虎食塚)’,
    말만들었는데,
    이렇게귀한사진이라도대할수있어의미가컸습니다.

    추천은물론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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