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 최고봉, 가지산에서 밀양 백운산까지

‘염창동세남자’의좌충우돌가을산행(上)

새벽공기가알싸한게완연한가을이다.
산좋아하는’염창동의세남자’가秋色으로물들기시작한가을산을
도모키위해머릴맞대고작당모의한즉,
10월2일은밀양가지산,3일은부산금정산으로낙점했다.
이틀동안널널한산행과함께옵션으로맛기행까지.

10월2일,07시40분서울발KTX에몸을얹었다.

구름한점없는코발트빛하늘은눈이시리게청명했고
가을햇살듬뿍머금은들녘이시시각각황금빛으로물들고있을즈음,
KTX는가을의심장을관통하여밀양역에닿았다.

‘세남자’의좌충우돌,가을산행은이제부터시작이다.
여러날머릴맞대가며결정한것이라곤두곳山이전부다.
즉,달랑하드웨어뿐,소프트웨어는全無랄까.

이처럼非섬세의표상인세남자,
실은산행계획을빙자하여여러날사랑방?에죽쳐가며호프삼매경에
빠져있었으니디테일하게준비되었을리만무했다.
두루뭉술얼버무려,얼렁뚱땅길을나선것이다.
밀양역을나서면서부터준비소홀을실감해야했다.
이동수단은?이동거리는?먹을거리?..잠자리?..등등

닥치는것부터하나씩고민하기로했다.
역광장관광안내소에들러개략적인이동거리,교통수단을확인했다.
가지산들머리까지버스로4~50분소요된다고했다.
하지만버스는자주다니지않는편이란다.
택시를세워물었다.가지산석남터널까지얼마면갈수있냐고.

"메타요금대로간다아임니까,3만6~7천원쯤나올꺼라예"

택시뒷트렁크에배낭3개를구겨넣었다.
예상에없던지출이다.이는시작에불과했다.이후에도
예정에없던산이추가되고,맛집찾아이리저리움직이다보니
시시때때로지갑을열어야했다.
개념상실혹은호사스런산행?뭐가끔이런일탈도필요하다.

석남터널입구엔이미여러대의승용차가줄지어서있다.
이곳에서가지산정상까지는3.3km.
걷기엔더없이좋은선듯한날씨다.

나뭇가지사이로비집고든햇살이반가우리만치산속가을은깊다.
너덜길을따라800m올라서면네갈래길이나온다.석남고개다.
팻말은능동산3.5km,가지산2.5km,석남터널(밀양)0.8km,
석남터널(울산)0.8km를가리킨다.
몇해전여름,울산쪽석남터널을들머리로가지산을오른적있어
이곳갈림길에서부터는산세가그리낯설지않다.
여기서부터영남알프스산군을잇는낙동정맥능선을따라걷게된다.
가지산방면능선길은595계단시작점까지완만한편이다.

595계단시작점왼편으로’가지산석남재대피소’란간판을내건
간이매점이눈에들어온다.판자를얼기설기덧대어만든집이다.
연통에선흰연기가피어오른다.

…..
깊은산속판잣집,누가와서먹나요~
오가는산꾼이헉헉대며올라와~
허기진배채우고목젖적셔가지요~
…..

허기도채워주고,목젖도적셔주는순기능도있겠으나
자연경관훼손또한생각해볼일이다.

한남자가꼬드긴다.
"우리도탁배기한사발하고갑시다"
또한남자가받아친다.
"여기서부터마시면퍼져못올라가!"

마른침만꿀꺽삼키고서595계단에올라붙었다.

계단이까마득할땐,올려다보지않는게심장박동에도움된다.
올려다보는순간,다리는후덜덜,눈앞은노래지기때문이다.

가지산중봉(1,160m)에올라사위를굽어본다.
‘호박소’로이어지는용수골계곡이남서쪽산아래로내려다보이고
산사면끝자락에불끈솟구친백운산도존재감을드러낸다.
북쪽으로가지산정상과쌀바위능선또한위풍당당하다.
이곳중봉에서가지산정상까지는30여분정도.
중봉에서고도를낮춰내려서면안부갈림길이다.
팻말은왼쪽으로제일농원3.4km,오른쪽으로석남고개2.6km,
정상까지는350m남았음을가리킨다.

안부에서잠시숨을고른뒤,각진돌부리를잡고서
바위면을기어오르니주변산군이발아래엎드린다.
드디어영남알프스의최고봉,가지산이다.

가지산정상(1,240m)
암봉으로이루어져있어서사방이탁트인산정에올라서면
백운산과운문산이손에잡힐듯다가서고,
능동산에서사자봉으로이어지는소잔등을닮은능선이부드럽게조망되고,
멀리경북청도와언양방면까지아스라이시야에들어온다.

한줌바람에실려온달큰한냄새가코를자극한다.
정상부바위벽아래간이매점이주범?이다.
허기를달래야할시간…
문앞에서’犬公’이꼬리를살랑이며반갑게객을맞는다.
눈썹이근사한누렁이의이름은’지산’이며가지산의명물로통한다.

매점내부의낮은천장과벽면,창문,탁자까지온통낙서판이다.
흔적을남겨추억을되새기고싶은이들의메시지로빼곡하다.
5년전이곳을찾았을때나도어딘가분명흔적을남겼는데…찾을수가없다.
막걸리와생수그리고라면과어묵을끓여파는곳,산꾼들의쉼터다.

일단막걸리세잔을청했다.
철철넘칠만큼양은잔에가득부어왔다.
가지산지킴이의넉넉함이묻어나는대목이다.

세남자는염치불구,입을뗐다.
"컵라면을가지고왔는데물을좀끓일수있을까요?"
"그카이소.끓는물과가져온물을필요한양만큼맞바꾸입시더"

물물교환이다.
미안한마음에어묵을주문했으나벌써동났다고했다.

허기를채운세남자,하산코스를정하기위해지도를펼쳤다.

남자1:"운문산을넘어석골사까지길게갑시다"
남자2:"거리나시간상,중간쯤에서탈출하는게…"
나:"정하는대로따를랍니다."

운문산까지는5.4km,운문산에서석골사까지는4.2km거리다.
게다가해발1,240m인이곳에서아랫재(720m)까지고도를팍낮췄다가
다시476m를쳐올려야운문산정상(1,196m)이다.

내일또부산금정산을올라야한다.
그러자면오늘은오버하지말아야한다.
하여,일단아랫재까지이동해체력과시간을다시체크키로한
세남자는낙동정맥에서서쪽으로분기한운문지맥으로향했다.

헬기장주변,은빛물결일렁이는억새밭을지나왼쪽산아래,
호박소를내려다보며걷는추색의산길이여유롭다.

백운산갈림길에이르러세남자는다시머릴맞댔다.
남자1:"운문산으로계속진행합시다"
남자2:"아랫재까지갔다가호박소로내려갑시다"
나:"이곳에서백운산을넘어24번국도로떨어집시다"

결국,남자1,2의의견을믹스한백운산코스로정하고방향을틀었다.
애초일정엔가지산뿐이었는데졸지에예정에없던백운산이더해진셈이다.

운문지맥능선에서내려다볼땐만만해보였던백운산(891m)이
정작가까이다가서자,산봉의골격이예사롭지않다.
까마귀떼가암봉주위를맴돈다.

화강암산봉이마치흰구름처럼보여白雲山이라고한다.
남사면은거대화강암면으로이루어진裸山이며등로는대부분너덜길이다.
여인의속살처럼하얀암벽은산악등반훈련장으로이용되고있다.
그래서산꾼들은이곳백운산을’작지만큰산’으로대접한다.

가지산에서4.3km를걸어닿은백운산정상(891m).
이정표팻말이정상한켠풀섶에누워있다.
하산방향을가늠키어려워쓰러져있는팻말을화살표방향대로
두남자가용을써가며일으켜세웠다.
설치만해놓고유지보수엔이렇게무신경이어서야어찌…

건너편부드러운얼음골능선위에혹?이올라앉았다.
영남알프스천황산봉우리에한창건설중인케이블카상부건물모습이다.
올연말까지는완공,내년부터본격운행할것이라는데
다수산꾼들의메아리없는외침의현장이기도하다.

하산길,식은땀을흘려야했다.
사전정보없이올랐기에산세에대한감이없었다.
곳곳에아슬아슬밧줄구간과아찔한철난간이도사리고있다.

드문드문매달린리본을따라내려서다보니엉뚱한길로들어선듯하다.
예상하산지점인’호박소’와점점방향이어긋났다.
산그림자가길게드리우기시작했다.
운문산-석골사로향했더라면시간상밤산행을피할수없었을게다.
백운산갈림길에서의선택은옳았다.

이쯤에서오전에밀양역에서들머리까지이용했던택시를콜했다.

세남자가내려선곳은절개지붕괴를막기위해설치해놓은
옹벽과낙석방지를위한철제펜스사이빈틈이었다.
펜스에리본이많이내걸린걸로보아백운산의여러나들머리중
한곳은분명한데옹색하기짝이없다.
하산지점주변을설명할방법이없어택시기사와여러번교신끝에
어렵게조우해밀양역으로…

택시에서내리자마자,2분후출발한다는부산행무궁화열차가있었다.
매표소로부리나케달려가입석표를건네받아열차칸과칸을잇는
출입계단에쭈그리고앉았다.
모처럼타본무궁화,그리고추억이묻어나는칸과칸사이…
부산구포역에서지하철로환승해수영역에내렸다.
다시육상으로올라와택시로광안리로이동했으니…바쁘다바뻐!

……………………………………………………..
부산백양산,금정산겉핥기산행은다음편에소개토록하겠습니다.

3 Comments

  1. 데레사

    2011년 10월 11일 at 1:05 오전

    가지산,억산,운문산….이렇게이어지는영남알프스를무척좋아했었지요.
    부산에서학교를다녔기때문에많이다녔던산입니다.
    그런데그때우리가억산으로불렀던산은지금은무슨산으로이름이바뀌
    었는지모르겠네요.
    세월흐르면서보니까산도이름도더러바뀌어버리더라구요.

    지금쯤영취산의억새도아주좋을텐데요.
    백양산과금정산을가시는군요.

    그냥무작정가보고싶은데지금은아마끝까지못갈것같거든요.

    학교뒷편에있던금정산,한번씩교실에서내빼야만잘난학생인줄
    알았던시절,학교뒤로살짝빠져나와산성의막걸리마을에들려점심먹고
    술한잔은못했지만금정산을넘어,구포쪽으로내려왔던기억들이
    먼추억으로떠오릅니다.

    고맙습니다.
    백양산과금정산도기대하겠습니다.   

  2. 양송이

    2011년 10월 11일 at 6:22 오전

    반갑습니다.밀양이야기가나와서얼른클릭했드니차선생글이군요.ㅎㅎ…가지산석남사…금정산,백양산,어느산이름하나낯선이름이없군요.
    그정처없던70년대말,암울했지만결코희망이없던것도아니었던시절…부산근교의모든산.아니전국의모든산을미친인간들처럼돌아다녔지요.광목에진흙입혀만든배낭과항구,그리고공갈반도…ㅎㅎ…

    모처럼여전하신모습뵙고가니기분이좋습니다.

       

  3. 와암(臥岩)

    2011년 11월 8일 at 9:02 오후

    ‘좌충우돌,염창동세남자’,

    정말못말릴분들이시군요.^^*^^*

    KTX로밀양역에내려셨다니어쩔꼬?
    백양산까지선택하셨다니어쩔꼬?
    .
    .
    .
    .
    .

    어쩔꼬?의연속으로마음걱정했답니다.

    그러나워낙’큰산사나이’시니깐어려움없이24번국도로내려오셨습니다.

    "뭐가끔이런일탈도필요하다.",
    그렇고말고요.^^*^^*
    젊음이있을때까진이런일탈이스트레스해소위해반드시필요하다고느꼈습니다.

    너무재미있게꾸민산행기,
    추천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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