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무병무탈과더불어나름송구영신의의식을위해대표로…’라고
어설프게둘러대긴했지만뒷통수가따가운건어찌할수없다.
45인승버스는금새낯익은산꾼들로채워졌다.
예약취소한명없이만석출발이다.
버스안에서누군가한마디를훅내뱉는다.
오늘같은날,아내를집에두고혼자나섰다면’간큰남자’이고
반대로남편을집에두고나왔다면’간이배밖으로나온여자’다.
변명의여지없이’나는간큰남자다’
새해를5분여앞둔시각,기사는센스있게차를휴게소한켠에세우더니
차내TV볼륨을높였다.’석별의정’이울려퍼진다.
일행들은미리준비한와인을종이컵에나눠들고다함께카운트다운,
쓰리~투~원~제로!아듀~2011!
다사다난했던신묘년은그렇게역사속으로사라지고
설레는마음으로2012년의문지방을넘어섰다.
A;용문사방향으로틀었다가곧장오른쪽으로올라붙는길이있을것도같은데… 지도위에나침반을올려동서남북을대입했더니용문사방향이맞다. 그런데왜또’호구산’이아니고’원산’인가? 알쏭달쏭헷갈리게산이름을붙여놓은것은혹시, 해돋이광경은애당초글렀다고생각했지만미련은남아 발걸음이무겁고숨소리가가빠온다. 잘관리된묘지에이르자,약속이나한듯배낭을내려재킷과방한모를벗어젖힌다. 여명의시간,흐릿하게사위가드러나기시작했다. 앵강만과노도가그림같이내려다보인다는호구산정상이지만 노도는서포김만중의귀양지로’구운몽’을집필한뒤생을마친곳이기도하다. 호구산봉수대를뒤로하고서쪽능선을따라송등산으로향한다. 이산에들어만난안내팻말은하나같이km앞숫자부분을비워놓았다. 이곳에서건너다보이는호구산의자태는늠름했다.
이번산행의날머리로정한한우혈통단지가잡목사이로내려다보인다.
칠흑어둠이내려앉은산간의밤은괴괴하다.
헤드랜턴에의지해가며앵강고개에서임도를따라2km를걸어오르니
불빛에하얗게반사된안내팻말이반갑게객을맞는다.
그런데팻말어디에도호구산을가리키는글씨는없다.
걸음을멈춰선채,머릴맞대고산지도를펼쳐호구산방향을가늠해본다.
너나없이이곳산은초행인지라의견이분분하다.
B;아니,석평리방향으로가다가왼쪽으로올라붙는게옳을듯싶다.
C;그러지말고손바닥에침을뱉어침이튀는쪽으로가는게어때?
나침반이,분분하던의견들을일시에평정한것이다.
용문사쪽으로200m를들어서니거짓말처럼오른쪽산비탈로산길이뚜렷하게나있다.
원산2.1km를가리키는팻말도서있다.
그게그거다.사전에산정보를검색해봤더니호구산은
원산또는납산으로불리기도한다.
등산지도에는호구산,안내팻말엔원산,정상표시석엔납산이다.
멀쩡한사람을호구?로만들기위함은아닌지?
산길을걸으며이따금고갤들어하늘을쳐다본다.여전히별빛은없다.
산속의어둠은빨리오기도하지만구름이뒤덮히면더욱깊고짙다.
해발619m라고얕잡아봤다간큰코다친다.
들머리앵강고개의해발고도가90m이니해발6~700m를들머리로하는
강원산간지역의1천m넘는산봉과다름없다.
돌부리가발끝에채이는가싶더니너덜길이이어진다.
바위벼랑을딛고암벽을더듬으며암릉을타고넘는재미가그만이다.
얼굴은땀으로번질거리고머리에선김이모락모락난다.
여명의푸른빛은어디에도없고잿빛하늘만두텁다.
앵강만에서기어오르는갯바람이목덜미속으로파고든다.차디차다.
하염없이동쪽을응시했다.
오메가일출을바란것도아니다.
그저온전하진않더라도동편하늘에붉은기운만이라도감돌았으면했는데
태양을집어삼킨심술구름은그마저도허락치않았다.
그러나저마다새해소망을담아불원천리마다않고여기까지달려온
산꾼들의가슴속에뜨는태양만큼은심술구름도막질못했다.
오늘은뿌연간유리에가로막혀온통잿빛천지일뿐이다.
북쪽으로남해읍과망운산이,서쪽으로송등산과괴음산이흐릿하게눈에들어올뿐.
아쉽지만갈매기흔적으로얼룩진조망안내판사진으로주변경관을갈음한다.
가파른암벽홈을따라내려서면안부사거리가나온다.
왼쪽으로염불암,오른쪽으로다정저수지,곧장가면송등산이다.
그런데몇km를가야하는지,’그것이궁금하다’
간혹누군가유성펜으로숫자를써넣은곳도있는데,
과연이걸믿어도되는건지,아리송하다.
조그만정상표시석이놓여져있다.
이번종주의마지막산봉인괴음산이바짝다가와손을내민다.
잡목의잔가지들을헤쳐가며,울퉁불퉁너덜길을오르내리길거듭한끝에
드디어괴음산정상에닿았다.
날머리로정해놓은한우혈통단지방향표시는없다.
다시지도를펼쳐방향을확인한후희미한산길로내려섰다.
응달진산비탈이라낙엽아래흙이얼어제법미끄럽다.
저기어디쯤서울까지이동시켜줄애마가기다리고있겠지…
박원
2012년 1월 11일 at 9:04 오전
새해에간큰남자가되셨군요.
가족모두무병무탈하십시오.
뜻하는일에는행운이따르길빕니다.
날풀리면고운길거리,지나는사람들내려보이는곳에서뵙겠습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