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아래서태어나같은학년에같은교가를부르던 첫날은선자령을한바퀴돌아내려와속초아바이마을로이동, 대개모임이그러하듯우리모임역시만날때마다 대관령이이르자,희뿌연농무濃霧가사위를접수했다. "이길이선자령가는방향맞나요?" "여긴능경봉이나제왕산오르는길이래요. 선자령,제왕산,능경봉을이곳대관령에서올랐었는데 허둥대는내모습이한심했던지낄낄대며한마디씩던진다. "전국산을휑하니꿰는줄알았더니그것도아니네" 이런된장!산행안내를자처했는데,면다구겨지고망신살까지ㅠㅠ 도로를가로질러간신히선자령방향을가리키는팻말을찾았다. 주말이면산꾼들의행렬이끝없이이어지는곳인데 왼쪽산비탈아래서굿판이벌어진모양이다. 안개가조금은옅어지는가싶더니전망대에이르자, 키를낮춘능선의나무들은겨우내모진북서풍에시달린탓에 후미대여섯일행을기다리기위해멈춰배낭을내렸다. 멀찍이자릴옮긴녀석들머리위로연기가솔솔피어오른다. "산에서만큼은안면몰수다.이제부터알짤없다. "으이그,웬수가따로없네" 궁시렁대면서도말은알아들으니,이쯤에서훈방?으로마무리. ‘쉬이익~쉬익~’바람을가르는소리다. 대관령에서대간길을따라5km를걸어선자령(1,157m)에닿자, 청명한주말이었으면문전성시를이뤘을정상석포토존이 열넷모두포토존에자릴잡고서주위산객에게인증샷을부탁했다. 내려가는길,나보고선두에서라한다. 눈이녹아내려계류가제법도도하다. 계곡을벗어나완만한둔덕을올라서자,울타리너머로 방법은하나,월담하여양떼목장으로들어가는수밖에. 아니나다를까,20여분뒤도착한녀석들의입이댓발은나와있다. "선두를맡겨놓았더니그래,혼자내빼냐" 툴툴대는녀석들에게한마디했다. "잘헤쳐왔다.어떠한악조건에서도살아남을수있는 괜히시건방떨며깝죽거렸다가욕만바가지로얻어먹어가며,
순대를채우러속초아바이마을로향했다.
열네놈이모처럼1박2일의아웃도어일탈을자행키로했다.
입소문자자한아바이순대로순대?를채운뒤1박하고,
둘째날은황태해장국으로쓰린?속을달랜후오대산아래로이동,
월정사에서상원사까지옛길을따라유유자적걸음한다음,
산채밥에동동주로마무리,그리고서울제자리로…
뭐이만하면담백하면서도밀도있는스케줄이아닌가.
으레’퍼마시고질러대는’그이상도이하도아니다.
어느날,한녀석이말했다.다음모임은아웃도어가어떠냐고.
다좋다고했다.
그리하여즉석에서얼렁뚱땅날잡고,행선지를정했었다.
그날이바로오늘이다.
모임총원열여덟중넷빠져열네놈이길을나섰다.
농무는대관령휴게소에우뚝선거대바람개비는물론,
형태를갖춘모든사물들을일거에삼켜버렸다.
사방四方또한가늠할수가없다.
선자령들머리를찾기위해이리저리더듬거렸다.
한치앞이보이지않으니말그대로눈뜬장님다를바없다.
희미한불빛을좇아갔다.바짝다가서니어묵파는곳이다.
매점뒤로눈길이다져져있길래,어묵주인장께물었다.
저기반대쪽도로건너…어라!아무것도안보이네"
설마들머리를몰라이리헤매게될줄이야…
"산행안내하겠다더니산들머리도못찾고헤매냐"
"이거일찌감치조난신고해야하는거아닌가몰라"
이모든게농무탓?아니다.만의하나에대비못한내탓이다.
요며칠날씨가푹해,쌓인눈이녹아내려길이철버덕거린다.
남녘의봄꽃소식을아는지모르는지,눈속에뿌리박은
나무들은여전히묵언수행중이다.
일기가불순해선지오늘은산길이널널하다.
꽹과리소리가눅진한안개에섞여산자락에퍼진다.
가뭄과홍수,풍작,풍어등을보살펴주는영험한신을모신
사당인대관령국사성황당이산비탈아래자리하고있다.
언제그랬냐는듯농무가심술을또다시발동했다.
공덕이부족한사바세계의인간들이시끌벅적들이닥치자,
산신께서농무를불러들여일침을가하신게틀림없다.
전망대데크에기대선일행들은산신의깊은뜻을헤아렸나?
마치무엇엔가홀린듯자리를뜰줄모른다.
한결같이동쪽으로비스듬히누워자란다.
모진바람에맞서지않고제몸을맡겨순응하는것,
산길걸으며나무에서풀뿌리에서지혜를얻는다.
질퍽한눈밭에박힌뽀송한바위에걸터앉아
컵라면과김치,그리고막걸리를꺼냈다.
몇몇녀석이슬그머니눈을찡긋하더니일어선다.
나도눈치가백단이다.
‘흐음~누구말대로,이쯤되면막가자는거지’
놈들에게슬쩍다가가디카를들이댔다.
지금부터네놈들을현장범으로…"
긴장감을불러오는스릴러물의효과음처럼으스스한
소리의발생체는농무에가려종내보이지않다가
어느순간,거대한실루엣이되어길을막아섰다.
선자령의명물,풍력발전기가그제서야몸체를드러낸것이다.
능선을자유로이넘나드는바람은인간들이쳐놓은
저바람의그물에걸려오늘도울음운다.
‘쉬이익~쉬익~’
희뿌연하늘에서싸락눈이흩날린다.
덩치큰’토루소’모양의정상표시석앞면에는
‘백두대간선자령’이예서체로음각되어있고
뒷면에는1대간,1정간,13정맥을표시한산경표가
어깨?들등짝의문신처럼새겨져있다.
오늘은궂은날씨탓에개점휴업마냥썰렁하다.
어릴적,팔랑개비돌리며논바닥을뛰놀던악동들이
오늘,바람개비돌아가는선자령에함께섰다.
소백산아래서나고자란촌놈들이대처에나와각분야에서
일가를이루었으니참으로가상치아니한가.^^
선자령에서유턴해양떼목장방향으로코스를잡았다.
양떼목장까지역시완만한외길이다.간간이안내팻말도꽂혀있다.
설원을미끄러지듯내달려계곡초입에닿았다.
계류는허겁지겁내달리는나그네를잡아세우더니
봄의왈츠를들려준다.
그제서야앗차싶어뒤돌아봤다.후미가보이질않는다.
십여분을기다려도…감감하다.
‘초딩들도아닌데..팻말도있는데..설마길모르겠어..’
환상의설원이드넓게펼쳐진다.대관령양떼목장이다.
이국적풍광에홀딱반해넋을놓고바라보다가길을놓쳤다.
목장울타리가끝나는지점눈길에서발자국이사라진것.
나즈막한철조망을타고넘어목장산책로로들어섰다.
양떼목장은입구에서건초(양먹이)를구입(대인3,500원)해야
들어올수있다.건초가입장권인셈이다.
본의아니게유료영업장을무단침입했으니..
찝찝한마음으로목장을벗어나대관령휴게소로
무탈하게원점회귀했지만,개운치만은않다.
"양떼목장담넘다가들켜되돌아나가라는통에싹싹빌었다"
이른바’리얼야생’을보여주기위해서였다.
봉황의깊은뜻을참새들이어찌알겠는가"
데레사
2012년 3월 21일 at 12:13 오후
초등학교나중고등학교동창들을만나면정말재미있지요.
서로흉허물없는얘기도나누고,그러다가다투기도하고요.ㅎㅎ
저도잘난척한번해볼려다가망신했던적이몇번있답니다.그래서
이제는절대로앞장서는일은안하거든요.
원수의안개,무찌르러가야겠습니다.
신동진
2012년 3월 22일 at 1:54 오전
오랜만의아웃도어행사,
만나면철없던초등학생,중학생으로돌아가는여전히철없는50중반의아저씨들.
가끔씩은건강하게철없는짓들해보세
정종호
2012년 3월 26일 at 10:15 오전
읽고있으니입에미소가…제가다즐겁네요우정변치마시고건강하고행복하게쭈~~욱가셔용^^**
와암(臥岩)
2012년 3월 30일 at 9:14 오전
<허둥대는내모습이한심했던지낄낄대며한마디씩던진다./
"전국산을휑하니꿰는줄알았더니그것도아니네"/
"산행안내하겠다더니산들머리도못찾고헤매냐"/
"이거일찌감치조난신고해야하는거아닌가몰라"//>,
이대목에서웃음이솟았습니다.
짙은농무에천하장사도없다는걸알면서도괜히농거는불알친구들!!!!!!!!!!!!!
너무정겹게느껴졌기때문이랍니다.^^*
소백산아래서자란14용사들!
한분도낙오하지않고10.8km의산행을무사히마감했다니놀라울따름입니다.
물론’카스톱’님처럼최고의산꾼께서리드하셨으니탈날일이있을리만무하지만서도요.^^*
각분야에서일가를이루셨다니,
더욱더자랑스러울따름입니다.
이세상에서가장소중한자산입니다.
14용사님,
모두에게행운이넘치길빌면서,
추천올립니다.
이런된장!산행안내를자처했는데,면다구겨지고망신살까지ㅠㅠ
이모든게농무탓?아니다.만의하나에대비못한내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