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고산행을포기할순없는노릇,따스한이불속유혹을뿌리치기위해
강원산간심설산행을머릿속에떠올렸다.즉효다.
05:30분,도둑고양이마냥슬그머니안방을빠져나와
현관앞에미리챙겨놓은옷가지와배낭을입고메고집문을나섰다.
밤사이매서운바람은잦아들었으나뼈속까지파고드는한기는
절로종종걸음을치게한다.
새벽어스름이채걷히지않은시각,완전무장?한산객들틈에섞여허연입김을
내뿜으며대기중인산방버스에올랐다.마치전장으로향하는전사처럼…
오늘산행메뉴는강원도평창보래봉과회령봉이다.
한강기맥에속한보래봉(1,324m)과회령봉(1,309m)은능선으로이어져있다.
보래봉을품고있는평창군봉평은해발600~800m의고냉지대이다.
지대가높고추운데다적설량또한넘쳐나심설산행을즐기기엔그만이다.
봉평은이효석의’메밀꽃필무렵’의배경으로도유명하다.
여름에는천지가메밀꽃이고,겨울에는산야가온통눈꽃천지다.
보래봉은운두령(1,089m)을들머리로하여오르는것이일반적이나 난방히터를빵빵하게틀어놓아차내공기가후텁지근했다.
횡성휴게소를20여킬로미터앞둔영동고속도로상에서하마터면초대형교통사고로 우리일행이탄40인승버스를추월하려끼어들던승용차가버스바로앞에서 모두들놀란가슴을쓸어내렸다. 평창과홍천을잇는보래령터널입구에버스는멈춰섰다. 오른쪽임도로올라섰다.눈속에철제차단막이묻혀있다.
임도가끝난건지,어디서부터산이시작되는지, 걸음을멈춰배낭을내렸다.보온통에담아온생강차로목젖을적셨다. 코발트빛하늘과눈부신설산에푹빠져멍때리다보니 다시왼쪽으로방향을틀어보래봉으로이어진능선으로올라붙었다.
그렇게기진맥진,보래봉(1,324m)에닿았다. 뜨끈한어묵국물,이어진산중일배… 산에서내려오는길,너나없이동심으로돌아간듯마냥신났다.
이코스는생태보존을위해서현재입산통제중이다.
그런이유로보래령터널을들머리로하여보래봉,회령봉을올랐다가
세계정교방향으로하산하는것으로코스를정했다.
얼추4시간반정도소요되는코스이나심설산행인경우엔어림없다.
적설량에따라두세배더걸릴수도있고,러셀여부에따라산행자체가어려울수도있다.
설산마니아들의입을빌리면’눈이무릎아래까지쌓였을때평소보다두배,
허벅지까지빠질때는세배이상체력이소진된다’고한다.
차창엔뿌옇게성에가내려앉아바깥풍경을차단했다.
눈꺼풀이잠길수밖에.재킷을벗어무릎에올려놓은채단잠에빠져들었다.
눈을떴다.단말마도들렸다.그리고안도의한숨소리…
이어질뻔했던아찔한상황을,휴게소에도착해앞좌석에앉았던
산객몇몇으로부터소상히들을수있었다.
중앙분리대를들이받고2차선쪽으로튕겨져나오는찰나,2차선을달리던버스기사는
급브레이크대신,반사적으로핸들을1차선으로틀어간발의차이로충돌을면했던것.
다시차에오른산객들은앉기무섭게안전벨트부터채운다.
이런게바로학습효과인가?
산간공기는차가우나바람이없어푹한느낌이다.
스패츠와아이젠을착장하고,스틱길이를조절하고,고글을착용했다.
생각외로적설량이많다.계획대로산행이될까,염려될정도다.
등산지도상에는철제차단막을넘어진행하는것으로되어있으나
발자국은좌측으로우회하여나있다.
눈속에묻힌등로를찾아러셀하며오르기란고도의설산노하우와
엄청난체력이요구된다.괜히까불다간낭패볼수도있다.
이럴땐얌전하게드문드문찍힌발자국을따르는게상책이다.
산세로보아계곡에들어선것도같은데…
산전체가온통눈으로뒤덮여있어지형도계곡도분간이안된다.
뭉쳐지질않고모래처럼부스러지는건설(乾雪)이라
한걸음내디디면반걸음미끄러지고…
그렇게눈과씨름해가며야금야금능선에올라섰다.보래령이다.
그러다가인근운두령에찻길이생기면서이용하지않게되었다.
매콤한생강내음이입안가득따습게번진다.
고갤들어하늘을올려다보았다.하늘은시리도록푸르렀다.
햇살에노출된설산은백옥처럼눈부셨다.
나뭇가지사이로고랭지채소밭고랑도눈에들어왔다.
땀범벅이던몸뚱어리가식어으슬으슬해왔다.
흘린땀이식어체온을빼앗고있기때문이다.
몸자체발열보다손실되는열이많을때체온은떨어질수밖에없다.
손에쥐고있던핫팩을목덜미에갖다대고머플러로고정했다.
목덜미의뜨끈함이등줄기로전이되는느낌이다.한기가좀가신다.
체온보존을위해마냥쉴수만은없다.
발자국으로보아아마도대여섯명정도가앞서걸어간듯싶다.
그들이디뎌놓은발자국구덩이에발을높이들어조심조심
넣었다뺐다를반복해야만했다.
스텝이꼬여발자국구덩이가무너져내리면후미산객들은
모래더미를걸어오르는것처럼줄줄미끄러지져곱으로힘이든다.
보래봉은이웃해있는계방산의유명세에가려잘알려지지않았으나
최근한강기맥을종주하는산객들로인해조금씩알려지기시작했다.
보래봉에주저앉아있었다.’더는못가겠다’고했다.
안부너머회령봉은손에잡힐듯만만해보였으나러셀을하며진행한다는건
체력적으로나시간상으로도저히무리라고들했다.
욕심을버리는마음도중요하다.결론은,유턴.왔던길되돌아가기로했다.
산봉우리는가뜩이나좁은데다쌓인눈이워낙많아눈을다지기엔무리다.
여럿이달려들어산비탈로눈을쳐내겨우둘러앉을자리를마련했다.
적당한긴장감은녹아내리고설산의달뜬마음에
얼굴은불콰해지고삭신은노곤해져온다.
다큰?어른들이엎어지고자빠지며연신눈밭을뒹군다.
일상의스트레스를확날려버리는,심설산행의실속보너스다.
데레사
2013년 1월 11일 at 5:39 오후
요즘길도미끄러운데왜끼어들기를했을까요?
그사람도많이안다쳤으면하는마음입니다만.
요즘은가까운산도다눈에덮혀있어서엄두가안납니다.
저는꽤오랜동안방콕중이거든요.ㅎㅎ
건강하십시요.
와암(臥岩)
2013년 2월 22일 at 8:27 오전
정말대단하신체력입니다.
심설산행,
남쪽에선말만했었지사진속의그런많은눈이쌓인곳은드물지요.
러셀로길을뚫어내신분들은물론이고,
동행하신모든분들도보통의메니아는아니군요.
그나저나큰일날뻔했습니다.
만약대형교통사고가일어났다면~아찔한순간이었습니다.
심설산행의실속보너스,
충만한행복감이넘치는표정입니다.
추천은물론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