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와달랑둘,산행을약속했지요.
딱히어느산으로가야할지는정하지않았습니다.
‘승용차로한두시간내닿을수있는서울근교원점회귀가능한산’
이조건에맞는산을각자한군데씩생각했다가山요일아침08시,
동서와만나즉석에서최종산행지를정할것입니다.
이처럼가끔은출발전까지도어디로튈지모르게하여
적당한긴장감을유지하기도한답니다.
동서와는한아파트같은동에살며산행취미도같다보니
금요일저녁이면이렇듯함께습관처럼배낭을챙깁니다.
山요일08시,아파트주차장에서만나준비해온산을꺼내놓습니다.
나는두물머리인근부용산을,동서는포천백운산을내놓았지요.
포천백운산은서울근교산이아니라경기강원권이라
애초에설정한가이드라인을벗어난,엄청먼지역인데…
뭐..손윗동서인지라끝발?에밀려,포천백운산에힘을보탰습니다.
날씨는찌뿌둥,간헐적으로눈발이흩날립니다.
시동을켜고내비양에게안내를부탁했습니다.
93.9km,1시간40분정도소요될것같답니다.
먼길달려백운계곡입구,흥룡사주차장에들어섰습니다. 백운산등산로안내도앞에서서걸을길을어림잡아봅니다. 흥룡사담벼락을따라산모롱이로이어진길을걷습니다. 찬공기가폐부깊숙히파고듭니다. 이정표를놓치게되면조금전기억해뒀던코스와반대로걷게됩니다. 역방향이든순방향이든걷는거리는공히9.7km이지만 왼쪽으로난산길로들어서면,이내가파른계단길이시작됩니다. 눈이얼어붙은밧줄을당겨잡아가며힘겹게첫조망터에올라섰습니다. 재킷안에껴입은폴라텍셔츠가그새땀으로후줄근해졌습니다. 고도를높일수록적설량은더욱많습니다.그만큼걸음은더뎌지지만 백운산오름길엔필요이상으로이정표가많다는생각이듭니다. 가파른암릉길곳곳에주황색쇠발판을도드라지게박아놓아 정상이가까워지자,상고대가보이기시작합니다. 바람이지나는능선엔어김없이눈더미가얼어붙어눈처마를이루고있습니다. 백운산정상(903.1km) 풍류를아는선조들이산봉우리에걸린흰구름을보며 산봉의칼바람은,’어여냉큼내려가라’며등을떠밉니다. 정상을뒤로하고삼각봉방면으로걸음을옮깁니다. 정상에서삼각봉까지거리는930m밖에안되지만워낙적설량이많아 삼각봉아래에자릴펴고앉아컵라면을안주삼아양주두어잔으로 안내지도에는도마치봉까지1.15km,45분으로표시되어있으나 전방에위치한산이라그런지곳곳에군작전용참호가눈에들어옵니다. 이곳도마치봉에서잠깐방심한게이후엄청난’알바’로이어질줄이야…. 도마치봉에서서쪽향적봉방향으로꺾었어야했는데 도마치봉을지나면서부터이정표가보이지않아의아했지만 산능선을걸으며철조망뭉텅이가잔뜩보관된군창고도지나치고, 얼마나버벅대며걸었을까,저만치’대전차방호벽’이눈에들어왔고 결국앞선몇몇이헤맨흔적을,길이라믿고따르다보니예까지온겁니다. 산속을헤매느라방향감각을잃어버려스맛폰을꺼내위치부터확인했지요. 그때능선절개면위에서한무리산객들의웅성거림이들려왔습니다. 踏雪野中去不須胡亂行
인근도마치재에있는쉼터(휴게소)를찾아들어가콜택시를청했습니다. 심설산행시,앞선발자국을맹신했다간제대로혼쭐난다는사실과
‘동장군축제’기간이라이른시간인데도주차된차량이많았습니다.
동장군이무색하리만치날씨는푹한느낌입니다.
흥룡사를지나백운산정상,삼각봉,도마치봉,향적봉거쳐
흥룡사주차장으로돌아내려오는코스를택했습니다.
적설량이상당할것같아탈출로도눈여겨봐뒀구요.
쌓인눈은길가장자리로잘치워져있습니다.
이른아침부터누군가부지런을떤흔적이지요.
잘쓸어놓은길위로또눈이내려앉습니다.
눈길에찍힌발자국으로보아두세명이앞서걸어간듯합니다.
무심코걷다간,백운2교를지나세워진이정표를놓치기쉽습니다.
백운산정상으로곧장올라붙으려면이정표가가리키는대로
잘쓸어놓은길을버리고왼쪽으로방향을틀어
산길로들어서야합니다.
즉,향적봉,도마치봉을거쳐백운산정상에이르게되겠지요.
기억담당대뇌를헷갈리게하여화를자초해선안되겠지요.
계단에쌓인눈은산객들의발길에다져져울툴불퉁얼어붙어
딛고오르기가여간거북스러운게아닙니다.
아이젠없이좀더올라붙을생각이었는데여의치않네요.
이런대책없는자신감은대체어디서튀어나오는지…
어디까지가산이고하늘인지알수가없습니다.그저천지가잿빛입니다.
한꺼풀을벗어배낭속에집어넣으니한결가뿐합니다.
적막한순백의겨울산에깊이몰입할수있어좋습니다.
딱히표시해야할갈림길도,헷갈릴만한지형이아닌곳에도
1km내에이정표가두세군데씩세워져있기도합니다.
산객을위한배려는고마우나’과유불급’이란생각도드네요.
초보산객들도안전하게딛고오를수있도록해놓았는데
이역시필요이상촘촘히박아놓은곳이있는가하면
같은조건인데도아예설치되어있지않은곳도있지요.
좀더섬세함이요구되는대목입니다.괜한시비인가요?
홀로하산중인산객이교행하며묻습니다.
"도마치봉은아직멀었습니까?"
"예?저희가지금도마치봉방향으로가고있는데…"
"?!…."
그는잠시고갤갸우뚱거리더니그냥지나쳐가버리더군요.
어쩌면우리가방향을잘못알고있다고생각을했거나,
왔던길되돌아오르기가부담스러웠거나,둘중하나일겁니다.
한쪽은완만하고또한쪽은처마를이룬,눈과바람의예술이지요.
그러나장미에가시가있듯눈처마에도함정이있습니다.
눈처마의깊이나지형을속단했다가는화를부를수있지요.
앞선산객들도눈처마를우회해발자국을남겨놓았습니다.
잿빛무채색공간에둥둥떠있는느낌입니다.
우리나라姓氏중엔金李朴이,우리나라山名중엔白雲山이많습니다.
포천,광양,의왕,정선,밀양,원주에…아마도더있을겁니다.
시를읇고노래하고또화폭에담으며자연스레붙여진이름이
아니었을까…이건순전히혼자생각입니다.
동서는주위분에게스맛폰건네며인증샷을부탁하네요.
둘은정상표시석앞에포즈를취했지요…그런데아뿔싸!
그분은장갑을낀채버튼을누르고있었습니다.
혹한의산봉에서장갑을벗게해차가운스맛폰을손에쥐여주는것,
가뜩이나손시려동동거리는데두번죽이는?겁니다.^^
흐릿한날씨때문일까요?주말인데도백운산은한적합니다.
적막한겨울풍광을호젓하게만끽하기엔더없이좋습니다.
곱배기로체력이소모되어삭신은이미파김치상태입니다.
방전된체력을충전하라는신호이지요.
몸속을데웠습니다.땀범벅되어벗어놓은비니(니트모)는
잠깐사이얼어붙어동태마냥뻣뻣해져버렸습니다.
여벌로넣어온다운점퍼를꺼내입고서도마치봉으로걸음을서두릅니다.
눈더미를헤쳐나가자면족히1시간은걸리겠지요.
순백의눈을뒤집어쓴참호를딛고올라도마치봉에섰습니다.
도마치봉(937m)은백운산정상(903.1m)보다오히려높습니다.
(여기서’알바’란,산에서길을잘못들어엄청헤맨다는뜻의산꾼들은어)
남쪽방향으로난발자국만믿고곧장진행했습니다.
이정표만제대로봤어도방향을놓지지않았을겁니다.
들머리에서개략적인등로를대뇌에기억시켜뒀는데이조차작동이멈췄던가,
아니면,적당한긴장감을유지하라는산신의가르침을흘려버린걸까요.
道界나郡界가갈리는산능선에서흔히보아온터라그러려니했습니다.
러셀흔적으로보아서너명정도가앞서간것같습니다.
능선을걷다가눈처마를만나면덤불진산비탈로우회해가면서
새롭게길을내가며진행하느라애쓴흔적이역력해보였구요.
바람방향표시기가펄럭이는헬기장도지나쳤습니다.
바람이지나는능선엔발자국흔적마저사라져생짜로눈더미를헤쳐야했습니다.
조난이라는게멀리있는게아닌,방심하면누구에게나닥칠수있겠단생각이
들었습니다.이러다가날저물면꼼짝없이조난상태에이르겠지요.
그아래로아스팔트길이보였습니다.정말반가웠지요.
경기가평에서도마치고개를너머강원화천으로이어지는75번국도였습니다.
이렇게알바하며걸어온능선은도마치재에서도로에의해잘려나갔습니다.
까칠한절개면을따라도로로내려서니그제서야맥이탁풀리더군요.
차를세워둔백운계곡주차장과는25km나벗어나있었습니다.
올려다보았지요.아뿔싸!이게또웬일입니까?
우리둘의족적을따라온것입니다.
발걸음을함부로어지러이하지마라
오늘내가걸어간발자국은
뒷사람의이정표가될것이다.
今日我行跡遂作後人程
택시를기다리는동안,동서와나는칡막걸리로목젖을축이며
서산대사의한시를떠올렸지요.새삼와닿았습니다.
함부로족적을남기면뒤따르는사람들이혼쭐난다는사실을
온몸으로학습한산행이었습니다.
데레사
2013년 1월 20일 at 8:21 오전
고생하셨습니다.
어쨌던무사히돌아오셨으니그또한즐겁지요?
백운산이란산,정말많긴해요.
우리동네서조금만가면또하나의백운산이있고전남광양에
있는백운산을다녀온적도있거든요.우리동네가까운백운산은
의왕백운산입니다.
절대로족적남길일없으니저는빼주셔야겠습니다.ㅎㅎ
아바단
2013년 1월 22일 at 4:15 오전
사진으로봐도멋진겨울산이네요.
그쪽에사시는분들과몇번은가봤지만..
지금은생각뿐이네요
겨울산행잘봤고..발자국도조심하지요….
정종호
2013년 2월 13일 at 10:40 오전
무더위가기승을부리던작년여름도마치제밑에있는계곡에서정말션~~~~하게멱감던기억이새롭네요…수고하셨습니다
와암(臥岩)
2013년 2월 22일 at 8:46 오전
대단하신등산인이면서도이런실수를저지를때가있긴있군요.
무릎이눈속에푹푹빠지는산행,
이상황에서길을잃어버린다면~정말난감했겠습니다.
동서간의산행이라누굴원망할수도없고…
댁으로돌아와서도아무소리할수도꺼낼수도없으니…^^*
암튼올겨울엔눈과마음껏동무했으니여한도없겠다는느낌받았습니다.
무사히귀가축하드리며,
추천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