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령을넘어온삭풍이늘매섭게몰아쳤기때문이다.
혹한의겨울밤,거친바람소리는흡사귀신울음소리와같았던걸로기억된다.
어스름새벽녘,이빨을덜덜떨며뒷간에나앉아볼일이라도볼라치면
뼈속까지한기가스며들었던기억,그리고양철지붕은금새떨어져나갈듯
어찌나쿵쾅거렸던지..문고리에손이쩍쩍들러붙을만큼독하게추웠다.
시골마을서쪽으로백두대간능선이하늘금을그으며병풍처럼펼쳐져있다.
바깥마당에서바라다보이는도솔봉,연화봉,비로봉으로이어지는소백고봉들은
늦가을부터이른봄까지하얀고깔모를뒤집어쓰고있었다.
삭풍은소백능선의눈을만나명품?’칼바람’으로변신했다.
눈알갱이를탑재한거친바람이몰아치면정신을차릴수가없다. 소백산연화봉에서도솔봉으로이어지는대간길목에말안장처럼 그바람의문,죽령을찾았다.도솔봉구간대간길을걷기위해서다. 죽령은충북단양과,경북풍기를경계하고있는소백산의허리이자, 도솔봉방향등로는목조누각인’죽령루’우측산허리를끼고나있다. 초입이라산객들의복장은둔중하다.한결같이중무장한탓이다. 가뿐숨몰아쉬며고도를높이자,잔가지사이로서서히기운찬소백준령이 삼형제봉에올라뒤돌아보니연화봉,비로봉,국망봉이의젓하다. 삼형제봉을뒤로하고까칠한나무계단을내려섰다. 5.4km를걸어왔고도솔봉까지700m를남겨놓은너른안부에자릴폈다. 정상을쉬허락하는산은없다.山頂은늘이런저런통과의례를요구한다. 백두대간도솔봉(兜率峰,1,314.2m) 도솔봉정상은펑퍼짐하게너른,다른소백산봉에비해협소한암봉이다. 암봉을내려서면곧바로헬리포트다.이곳에도정상표시석을올려놓았다. 앞서걸어간산행대장으로부터무전이왔다. 선택의여지가없다. 소백산국립공원최남단을지키고있는妙積峰은산이름대로라면 묘적봉정상에서내려다보이는동쪽발아래풍광이매우낯익다. 심설산이어도대간길은언제나뚜렷하다.대간꾼들발품덕분이다. 묘적령에서내려서는길은얼어붙은급사면이라
죽령-삼형제봉-도솔봉(1314.2m)-묘적봉(1,148m)-묘적령-단양사동리……….총12.5km,6시간30분
볼살을에는느낌에더해아예툭툭터져나가는느낌이다.
눈은뜰수가없고중심을잡고서있기조차힘들다.
바로이런것이오리지널소백칼바람의매력이기도하다.
1년에한두번은칼바람의진수를맛봐야겨울을난것같은느낌이들기에
매년겨울,소백능선을찾는다.
잘록하게안부를이룬곳,’죽령’이다.
어릴적나는이곳을’바람의문’이라믿었다.
그런데이게어찌된일인가?기대했던바람이실종됐다.
소백산의존재감,칼바람은꼭꼭숨어버렸다.
칼바람과의맞짱을위해중무장을하고찾아왔더니지레겁먹고꼬릴내렸나!
칼바람없는겨울소백은안꼬없는찐빵인데…
구절양장을닮은오르막30리,내리막30리길의쉼터이기도하다.
그러한연유로예로부터무수한길손들의발길이끊이지않았었다.
그러나4분만에죽령을관통하는중앙고속도로가뚫리면서부터상황은달라졌다.
국도를이용해죽령을거쳐가는차량은가뭄에콩나듯해졌다.
고갯마루는의구한데길손은간데없다고나할까.
길건너주막에서흘러나오는늘어진노랫가락을뒤로하고산으로든다.
죽령루아래로난오솔길은,산아래소백산역까지이어진다.이름하여’죽령옛길’이다.
도솔봉방면은쌓인눈이발걸음에다져져길이또렷하나’죽령옛길’은눈밭그대로다.
1km도채못가한꺼풀씩벗어젖히게될테지만…
눈이얼어붙은산허리를따라줄지어걷는산객들의모습이비장하다.
마치’혹한기행군’에나선장병들처럼.
아이젠의뾰족날이얼음눈에박힐때마다’사각사각’거린다.
아이젠의쇠사슬도얼음바닥에끌리며’촤알촤알’소리낸다.
줄지은산객들의아이젠소리가차디찬겨울숲을깨운다.
어쩌면미물들의겨울잠을방해하는천둥소리일수도있다.
모습을드러낸다.흐린날씨인데도가시거리는좋다.
저멀리구름바다위로산봉우리들이두둥실떠다니고…
두터운방한재킷을벗었다.너나없이한꺼풀씩벗느라멈춰섰다.
여기저기서탄성이새어나온다.
"결코실망시키지않아,겨울설산은역시소백능선이야"
"칼바람없어도소백산,살아~있네~"
어릴적,저고봉들을올려다보며호연지기를품었었다.
초,중,고교가에도늘등장했던’소백산’이라감회가남다르다.
죽령에서예까지오는동안처음만난나무계단이다.
계단은암릉의협소한공간에옹색하게설치되어져있다.
무척가파른데다가층계마저높아등에멘배낭하부가뒷계단에걸려
앞으로꼬꾸라질질것만같다.바닥면또한야박스레좁다.
커브진계단의바닥면은11자로딛질못하고一자로디뎌야할정도.
십시일반먹을거리를꺼내놓으니산중뷔페나다름없다.
소진된원기를충분히충전한후,걸음을서둘렀다.
날머리로잡은단양절골(사동리)까지는7km나남았다.
도솔봉도예외없다.도솔봉은육산이지만정상부는암봉이다.
막바지계단을기진맥진한상태로올라서자,산은보답이라도하듯
황홀경을펼쳐놓았다.
‘兜率峰’이음각된정상표시석앞에서,사바세계를구원하기위해찾아올미래불,
미륵이머물고있다는’兜率天’을떠올리며잠시상념에젖는다.
주변산군을호령하는소백고봉의기세등등함에그위용이느껴진다.
구름바다위를유영하는산봉은그대로가그림이다.
소백산을찾는산객대부분은연화봉,비로봉,국망봉을오른다.
도솔봉은소백산의서자마냥변방에외로이우뚝서있다.
그러나도솔봉에올라장쾌한소백능선의품에안겨보지않고,
또첩첩산군의일망무제에빠져보지않고서감히소백산을이야기할순없다.
누군가그랬다.’도솔봉은소백산의완결편’이라고.절대공감!
추락방지를위해나무난간도설치되어있으나고르지않은
바닥암면에눈이얼어붙어방심은금물이다.
이정표는죽령6km,사동리6.3km를가리킨다.
절반을걸어온이곳에서다시절반을조금더걸어야한다.
남은절반은하산길이긴하나얼어붙은눈길이라긴장을늦출순없다.
애초계획했던코스가통제되어그냥직진하라는전갈이다.
도솔봉과묘적봉사이안부에서우측사동리방향으로꺾어내려가야하는데
대나무울타리로출입자체를봉쇄해놓았다.
묘적봉(1,148m)을올랐다가그너머묘적령에서사동리로빠질수밖에.
다시봉우리하나를더넘어야한다는부담감에맥이풀린다.
‘피할수없는거라면즐겨라’했다.
묘적봉을향해막바지숨을토해냈다.
묘(妙)한무엇인가가켜켜이쌓여(積)있을것만같다.
어릴적소꿉친구들과뛰어놀던시골들판이다.
지금도폐가와사과밭터가그대로남아있는데…가슴이먹먹했다.
묘(妙)한기분이가슴한켠에쌓여(積)묘적봉(妙積峰)인가?
죽령에서부터대간꾼들발자국을따라8.8km를걸어묘적령에닿았다.
묘적령에서저수령,벌재로이어지는대간길은다음으로기약하고
오늘은묘적령에서대간길을벗어나우측사동리방면으로내려선다.
아이젠만믿었다간낭패보기십상이다.
잔가지휘어잡아가며15분가량을엉금엉금기다시피내려서니
계곡물소리가졸졸거린다.사동계곡의계류가발원되는곳이다.
두터운얼음장아래로아직은이르지만,봄이흐르고있었다.
데레사
2013년 2월 8일 at 11:03 오전
풍기가면서사진속의저정자에서잠깐쉰적이있어요.
그리고그정자아래로산길이이어지던데좀걸어보기도했고요.
정자건너음식점에서곤드레밥도먹었습니다.ㅎ
고향산에가시면마음이많이다르지요?
저도옛날에토함산엘가면다른산보다더정답고애착이가던데요.
설명절,잘보내세요.
정종호
2013년 2월 13일 at 10:24 오전
도솔봉!!형님의글을읽으니다시금눈앞에설경이아른거리네요..정말좋은고향을가지셨어요
청솔닭갈비
2013년 2월 25일 at 7:47 오후
멋진사진과좋은글,잘보구감니다.
항상건강하고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