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빨’ 세다는 남해 금산 보리암에 올라

12월31일22시20분,탈서울을위해버스에올랐습니다.
100分후면2013년도역사속으로사라지고맙니다.

버스앞쪽TV화면에선매년이시간대고정물인’연기대상시상’장면이흘러나옵니다.
아쉬움과설렘이교차하는특별한시간대에방송사종무식과도같은시상식이
전파를타고전국방방곡곡으로퍼져나갑니다.
수상남발에지리한수상소감은매년판박이처럼되풀이됩니다.
짜증난시청자들의’전파낭비’란질책에도아랑곳않을만큼
공중파들의배짱은두둑한가봅니다.

자정10초전,시끌벅적왁자지껄한화면은카운트다운모드로바뀝니다.

"~오,사,삼,이,일~Adieu2013,Welcome2014"

가고오는해의경계는무심합니다.
도로의속도방지턱과같은구분도없습니다.
버스는무심한해의경계를넘어미끄러지듯내달립니다.

많은사람들이바다와접한곳중,일출명소로이런곳을꼽습니다.
동해에는강릉정동진,동해추암,울산간절곶
남해에는남해금산보리암,여수돌산향일암
서해에는당진왜목마을등이지요.

갑오년첫해오름기운을받기위해택한곳은’금산보리암’입니다.
보리암은,강화도보문사,양양낙산사홍련암,여수향일암과함께천년이넘은
4대해수관음사찰중한곳이랍니다.

서울을출발해해를바꿔가며천리길을달려남해금산탐방센터주차장에닿았습니다.
주차공간이협소한지,해돋이인파가엄청많이몰린탓인지
어둠이가시지않은새벽5시인데도,차도사람도넘쳐납니다.
산길역시이마에불을밝힌산객들로장사진을이루고있습니다.
새해첫날꼭두새벽의대한민국은이렇듯信心이절절합니다.
다행히도날씨가푹한데다맑기까지해,오롯한해돋이가기대되네요.

완만하던산길이조금씩가팔라지면서여기저기서가쁜숨을토해냅니다.
랜턴불빛에의지해된비알을오르는데두개의바위굴이어스름사이로드러납니다.
‘쌍홍문’입니다.신라초기,원효대사가“두굴이마치쌍무지개같다”하여지금껏
‘쌍홍문(雙虹門)’으로불리어지고있답니다.

열반의경지에이른원효대사의눈에는아름다운쌍무지개로보였겠으나
사바의미혹한중생눈에는뻥뚫린해골처럼괴이쩍게만보입니다.

쌍홍문을통과해보리암에이르니그야말로인산인해입니다.
절마당,난간,바위벼랑…어디에도발디딜곳은없습니다.
도저히비집고들틈이없어보리암뒤편산비탈에겨우자릴잡았습니다.

07시00분,어스름이걷히며푸른새벽기운이사방으로번집니다.
제석봉,일월봉,화엄봉,대장봉이보리암을호위하듯기립해있고
해수관음상에선상서로운기운이느껴집니다.
주변풍광이예사롭지않습니다.기도빨(?)이좋다는게괜한말은아닌듯싶네요.

07시37분,동쪽하늘에붉은기운이뻗치는가싶더니구름층을뚫고
갑오년첫해가장엄하게솟아오르자,여기저기서탄성이터져나옵니다.
순간,해오름모습은수많은스마트폰속으로저장됩니다.
또한수많은이들의가슴속에도깊이저장되었습니다.

보리암마당에우뚝서있는해수관음상은태양의기운을흡입하며다도해를껴안습니다.
이처럼유명한관음사찰들이바닷가에자리잡고있는것은‘소리(音)를본(觀)다’는
의미의‘관음(觀音)’즉,바닷가의파도소리(海潮音)를듣기위해서라고합니다.
사람이잠을자면서도해조음에집중하고있으면깨달음을얻는다고도하지요.
귀로소리를들어서깨달음을얻어도를통하면곧해수관음보살인것입니다.

조선시대를열기전,태조이성계는지리산으로,계룡산으로들어가
임금이되길바라며치성을올렸지만답이없자,이곳보리암을찾았습니다.
태조는“이곳에서내소원이이루어진다면이산을비단으로감싸겠다”고약속했지요.
그리고선100일동안머물며정성을다해임금이되길소원하며제를올렸습니다.
그런데용케도조선의임금이되었습니다.태조는난감했습니다.
‘무슨수로이산전체를비단으로감쌀것인가’
한번뱉은말을체통없이주워담을수도없는노릇이라고민에빠졌습니다.
그때한신하가나서묘책을일러주었습니다.

“어명을내려산이름을비단금(錦),뫼산(山)자를써錦山이라하십시오.
그러면훗날사람들도실제비단을두른것이나다름없다생각할것입니다.”

이에태조가매우흡족했다는설이전해져오고있는데,어쩌면
‘눈가리고아옹’이란말도이때부터나오지않았나싶은대목입니다.

저마다무엇을소원했을까요?
모두들새해첫태양의기운을듬뿍받아서인지표정들이환합니다.
다시금산의정상으로향합니다.정상에서일출을본산객들이쏟아져내려옵니다.
교행이힘들정도로번잡했지만날이날인지라양보와배려가돋보이네요.

암봉으로이루어진정상에섰습니다.
그사이아침햇살은산자락을온통붉게물들여놓았습니다.
금빛비단을펼쳐놓은것입니다.제대로錦山입니다.
정상표시석에음각된‘錦山’의서체가금산의산세만큼이나매력적입니다.
여느산정상석에무심히새겨진명조체나고딕체가아닌,
둥글둥글부드러우면서도아름다운‘소전체’라느낌이참좋습니다.
도장서체로널리활용되고있어그리낯설지않지요.

세상살이또한고딕체나명조체처럼각지고모나고정형화되면무미하지요.
‘소전체’를닮아둥글둥글부드럽고아름다웠으면좋겠습니다.

동쪽을향해두팔을벌렸습니다.다도해가가슴가득들어옵니다.
메워진가슴을활짝열었습니다.찬공기가폐부깊숙이스밉니다.

하산을서둘렀습니다.해돋이를보기위해함께내려온일행들과
산들머리에서09시에만나기로했지요.
정상주를홀짝거리다보니어느새약속30분전입니다.

금산구석구석을두루둘러보지못해아쉬움이많습니다.
시간여유를가지고다시찾아와금산을제대로품으렵니다.
지금은당장,산악마라톤모드로전환해일행들에게민폐는
끼치지않도록하는게우선일것같습니다.^^


2 Comments

  1. 데레사

    2014년 1월 4일 at 4:42 오후

    남해까지해돋이등산을가셨군요.
    저는아파트베란다에서겨우아침해를봤답니다.ㅎ

    부산서학교다닐때우리는추석날달맞이등산을자주갔습니다.
    휘영청밝은달빛속의산길을걸으면서도재잘재잘즐겁기만했었는데
    이제는모두가흘러간전설이되어버렸습니다.

    새해에는더욱건강하십시요.   

  2. 정종호

    2014년 1월 6일 at 4:13 오전

    장거리여정이부담이었는데2014년새롭게떠오르는태양을보며피곤이싹~~그기를받아선지순천만에선전망대까지구보!!로왕복했네요..어제태백산은잘다녀오셨는지?올한해도대한민국의명산많이찾아디니시면서아름다운추억많이만드시는한해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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