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힐링 트레킹…제5신, ‘유노쓰(溫泉津)’ 옛길을 걷다

호수를끼고있는일본식온천호텔에서개운하게아침을맞이했다.
커텐을젖혔다.간유리를통해보는것처럼창밖이뿌옇다.
호숫가에묶어둔쪽배가바람에이리저리흔들린다.
차라리눈(雪)이었으면…그런데…비(雨)다.
이번힐링트레킹의본게임(?)이오늘인데,날씨가협조않을모양이다.
어제저녁부터진눈개비날리더니오늘은바람까지거든다.
TV에서도눈비올확률70%라했다.예보가딱들어맞을거같다.

비를맞지않게끔호텔로비처마밑에버스를바짝붙여놓았다.
버스기사의배려가돋보이는대목이다.
체크아웃을마친일행들이속속탑승했다.

트레킹코스를안내할가이드도날씨때문인지걱정스런표정으로마이크를잡았다.

"지금가는세계자연유산’이와미긴잔’은이곳호텔에서40여분소요될겁니다.
지금은후줄근하게비가내리지만바람이찬걸로봐서곧눈으로바뀔거같습니다.
아무래도빗길걷기보다야눈길걷는게낫겠지요.
어제도진눈개비가오락가락했지만걸을땐다행히살짝멈춰줘서
무난히일정을소화했는데오늘도날씨가도와줄걸로믿습니다.

마부(갱도)만600개가넘을정도…

‘이와미긴잔’이란,’이와미(石見)’라는지역의긴잔(銀鑛,은광)이란뜻입니다.
일본의4군데지정된세계자연유산중한곳이지요.
지금은은을채광하지않으나16~17세기에은을많이캤던장소입니다.
마부(갱도)만600개가넘을정도로당시꽤나번성했던곳이랍니다.

에도시대때네덜란드동인도회사가일본과무역을많이했습니다.
일본은유럽인들에게사무라이나도자기로도유명했지만은이많이나는
동쪽의나라로인식되어져있을만큼이곳의은은알아주었지요.
당시일본전체에서채굴되는은의90%가바로이와미긴잔것이었답니다.

조선시대일본과무역을할때에도우리는인삼등을수출했지만
일본에서우리가받아들이는것은주로은이었습니다.
오늘우리는당시은을캐서운반하던산길,제련하던마을길을두루걷게됩니다."

설명도중,가이드의주머니속에서핸드폰수신음이들려왔다.
누군가와일본말로한참을통화하고난가이드의표정이심상치않다.
마이크를들더니’다소차질이생겼다’며차분하게이유를설명했다.

"저희가걷고자한길이은을채굴하여제련했던지역의옛길입니다.
옛은광마을에서시작해걸어서채굴했던마부(갱도)를지나산을넘어
온천과도자기마을로돌아오는것이예정된코스였는데변수가생겼습니다.
얼마전폭설로산길이군데군데망가졌답니다.대나무가많이쓰러지고길이패여서
중간중간길이막혀복구공사가진행되고있다하여예정했던대로걷지못하게됐습니다.
조금전시마네현담당공무원이전화로알려왔습니다.

그래서역(逆)으로도자기마을에서스타트하기로했습니다.
도자기마을을출발하여2시간반정도은을운반했던옛산길을걷다가
중간지점정도에있는마을회관에들러도시락으로점심식사를할것입니다.
시골마을할머니아주머니들이이지역농산물로직접만든도시락이지요.
그도시락을사서마을회관을제공받아식사를하게됩니다.

마을회관에서부터길이끊겨통과하지못하는산길이있는데이구간은
다시버스를타고산허리를돌아점프해은광마을까지이동하여
거기서다시걸어서은광마을옛길을걷게될것입니다.

처음부터끝까지쭈욱걸어야하는데중간에점프해다시걷게된점양해바랍니다.
사람들의왕래가빈번한도시라면빨리복구가되었겠는데여긴일반인들이왕래하지않고
걷는사람들이찾는자연속이라나무를치우고길을정비하는데시간이좀걸리는모양입니다.

총트레킹거리는13.5km인데아무래도4~5km는버스로점프하게될것같네요.
그래도은광길을걷는느낌만은충분할것이기에즐거운마음으로함께걷길바랍니다."

시마네현담당공무원(맨앞두여성)이마중나와안내를…

도자기마을(야끼모노노사토)입구,거대한가마앞에버스가멈춰섰다.
이번트레킹의날머리인이곳이돌발변수로들머리가된것이다.
시마네현담당공무원두명이환영현수막까지내걸어놓고일행을맞이했다.

도자기마을을출발해전통온천마을,유노쓰(溫泉津)로들어섰다.
차한대가겨우지날수있을만큼길이좁다.
걷는발자국소리가미안할만큼마을은조용했다.
양편으로늘어선전통가옥들,제대로일본스럽다.
붉은세키슈(石州)기와로만들어진목조건물들이늘어선거리엔당시의
모습들이고스란히남아있다.

이곳’유노쓰’는16세기초반에본격적으로개발된이후20세기까지조업된
긴잔(銀山)의핵심부이며이와미은광의생활을지탱해주던항구로번성했다.
은이많이채굴되었던17세기때이곳은최고의부자동네였다.
지금도료칸(여관)과온천을알리는간판들이다닥다닥내걸려있다.

전통료칸(여관)이많으나지금은일반도시의호텔보다도비싸다고한다.
음식점역시허름해보이나일본전통요리를제대로맛볼수있단다.
과거은광갑부들이놀던물좋은곳이라서그런가…

옛부터치유온천으로유명한,작지만따스한분위기가넘치는유노쓰온천가를
맹숭맹숭스쳐지나려니못내아쉽다.
전통여관에도들러다다미방의느낌도제대로체험하면서
여행의피로를풀며쉼표를찍어야하거늘…

아쉬움을뒤로하고골목을빠져나오자,옴팍한항구가눈에들어온다.
바로은광을선적했던유노쓰항구다.
과거의번성을아는지모르는지,자그마한목선들만
한가로이포구를지키고있다.

포구에접해있는유노쓰안내소에들러한글판안내지도를취한뒤
유노쓰외곽으로나있는아스팔트길을따라걸었다.

중간중간이정표엔’중국자연보도(中國自然步道)’라적혀있다.
중국과무슨연관이있는길일까?서울강남의테헤란로처럼?궁금했다.

단언컨대,일본의지명일뿐중국과는아무런관련이없다.
오사카에서규슈로이어지는서쪽지방을일컬어’주고쿠(中國)’라한다.
주고쿠지방은오히려한국과관련이깊은곳이다.
일본신화에등장하는신령인스사노오노미코토(須佐之男命)는고대신라의신,
우두천왕(牛頭天王)이라는설이있다.
이신령이신라에서건너와시마네현의이즈모(出雲)지역을다스렸다는것이다.
그렇다면’주고쿠(中國)’는신라의속국?이었을수도있겠다.ㅎ

마쓰야마이정표(松山の道標)에서비로소아스팔트길을버리고산길로접어든다.
일행중몇몇은입이댓발은나와있다.이국의호젓한산길을생각했는데
팍팍한포도를걸으려니부아가치민모양이다.

<계속>

빨갛게표시한길을따라걸어…

**뱀발:이야기가자꾸늘어져죄송^^다음편에서마무리짓도록하겠습니다^^


2 Comments

  1. 데레사

    2014년 3월 26일 at 12:24 오후

    별걱정을다하네요.
    많은설명이오히려고맙죠.
    그러고보니제가이쪽으로는통안가봤네요.

    재미있게읽었습니다.그리고언젠가한번쯤가볼까하는생각으로
    마음의수첩에다적어둡니다.   

  2. 정종호

    2014년 3월 28일 at 7:28 오전

    엤날우리외가예산읍내같은풍경과고즈넉한포구…그곳에서도눈때문에제대로트레킹못하셨네요..아쉽다ㅠㅠ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