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계절이 공존하는 3월의 ‘민주지산’

3월2일에다녀온민주지산그림을스무엿새만에펼쳐놓습니다.
그사이따스한봄햇살에겨울은꼬리를감춰버렸네요.

버스가엔진음을가쁘게토해냅니다.
구불구불도마령고갯길이힘겨운가봅니다.
도마령은충북영동군황간에서전북무주로넘어가는고개입니다.

버스는도마령고갯마루에멈춰서기무섭게산객들을부려놓습니다.
해발800m라그런지찬기운이엄습하네요.군데군데잔설도보입니다.
간밤에산아래는비가왔는데이곳도마령엔눈발이흩날린모양입니다.

지금은옅은구름사이로파란하늘이설핏드러납니다.
능선에올라서면시야가좋을것같습니다.

나무계단을딛고채5분이나올랐을까,팔각정자가눈에들어옵니다.
‘상용정(上龍亭)’이란현판이걸려있습니다.
난간이떨어져나가흉물스레방치되어있습니다.

도마령에서각호산에이르는구간은오르막이제법까칠했습니다.
해빙기인데다간밤에눈까지흩날려길은엄청질척거립니다.
등로주변은노송과굴참나무,산죽이군락을이루고있습니다.

도마령에서쉬엄쉬엄1시간,각호산(角虎山1,176m)에닿았습니다.
산이름은뿔달린호랑이가살았다는전설에서유래되었답니다.
정상은두개의암봉으로되어있습니다.

각호산정상에서민주지산방향으로내려서는길이무척가파릅니다.
얼기설기이어놓은밧줄에의지해야합니다.
그렇게암벽구간만나버벅대가며오르내림이반복되는
질척한능선길을애오라지나아갑니다.

민주지산정상을400m앞둔안부에작은쉼터(대피소)가보입니다.
대피소를보니문득생각이납니다.

벌써16년이란세월이흘렀네요.
1998년4월2일,천리행군중민주지산을넘던특전사대원들이갑자기
몰아닥친폭설과추위에탈진하여6명이목숨을잃은안타까운
사건이있었습니다.
해발1천미터가넘는산위에선갑작스런온도변화에대비해야합니다.
초봄에일어난이사고는날씨가많이풀린상태라방한장비없이
곧바로고지에올라행군을하다가갑자기떨어진기온과불어닥친눈보라에
미처적응을못했던겁니다.그때저런대피소만있었더라면…

뒤늦게이들젊은청춘들을기려이곳에무인대피소를지었다고합니다.
잠시걸음을멈춰묵념으로넋을위로하였습니다.

민주지산(岷周之山)정상(1,241m)에섰습니다.
사방이탁트여三道(충북·전북·경북)를두루조망하기그만입니다.
그래서산이름에두루’周’자가박혀있는건아닌지모르겠습니다.
북으로는각호산,동으로는석기봉과삼도봉을거느린민주지산은
산림청선정,100대명산에그이름을올려놓고있습니다.

두팔벌려첩첩산군을양껏품었다가내려놓습니다.
청량한공기도욕심껏들이켰다가뿜어내길거듭해봅니다.
산에들면이처럼산아래에서의복잡다단함을잊고
단순해질수있어좋습니다.

문득어디선가찜해뒀던글귀가뇌리를노크하네요.

"얻었다한들원래있던것이요,잃었다한들원래없던것인데…"

그렇습니다.세상사격하게아등바등할것없습니다.
오로지채우기위해전전긍긍할것도없습니다.
세상의일원으로한주열심히일하고,주말엔산을찾아
마음의곳간을채우는일,푹빠져볼만합니다.

앙상한나뭇가지들사이로봄을부르는한줌바람이지납니다.

능선을따라곧장진행하면석기봉과삼도봉입니다.
미끄러운바위벼랑을지나면서지체되었고체력또한많이소진된탓에
여기서곧장하산키로했습니다.

응달진산자락엔눈이수북합니다.
아이젠을채우지않고는한발짝도내딛지못할만큼급사면입니다.
조심또조심,집중하며내려딛습니다.

이렇듯3월의산엔언제나두계절이공존합니다.

3월초에다녀온산,3월말에어설피올렸습니다.
꽃소식이넘쳐나는데철지난그림올려죄송하구요^^

도마령->각호산->민주지산->쪽새골->물한계곡주차장

2 Comments

  1. 데레사

    2014년 3월 28일 at 12:51 오후

    철지난산행기록도좋은데요.
    지금꽃이피어서꽃구경가느라난리인데눈이남아있는
    산을보는것도좋군요.

    많이많이다니시기바랍니다.   

  2. 정종호

    2014년 3월 31일 at 12:08 오전

    함께민주지산다녀온게엊그제같은데이제3월도안녕!!이네요..기상관측사상3월여의도벛꽃만개는처음이라는데이런이상기후에도열심히일도하시고산도열심히타는4월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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