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봉우리가연이어있는홍천팔봉산을찾았다. 홍천팔봉산은327m로야트막하다. 얼마전해거름에,홍탁을놓고知友K와마주했다. 산행후팬션에서1박하고다음날귀경하는걸로 팔봉산들머리매표소앞에이른시각은11:00. 조금은민망스런돌형상에시선이꽂힌다. 팔봉산은암릉이까칠하여곳곳에추락위험요소가많다. 입구를지나철다리를건너면바로산자락에붙는다. 초입서부터불규칙하게놓인침목계단을가파르게디뎌오른다. 바위돌출부를움켜잡고서몸을끌어올린다. 1봉에서내려서는길역시밧줄은기본,직벽에박힌손바닥크기의 2봉(327m)이다. ……… 가세가기울어어렵사리끼니를이어가며살아가던중 3일만에깨어난이들삼부인은그봉우리에서신내림을받았다. 그런데어느해부터인가풍년이계속되어살만해지자, 당황한마을사람들은무당을불러삼부인을위로하는당굿을다시올렸다. 2봉에서서바라본3봉바위는들머리에서만난남근석을빼닮았다. 바위벼랑을버벅대며내려서자,다시가파른철계단이바통을잇는다. 3봉에올라산기슭을굽이도는홍천강을굽어본다. 3봉을내려서면길은’해산굴가는길’과’4봉가는길’로갈라진다. 우회길을택했다.협곡을가로지른철다리를건너고철계단을기어올라 굽어보이는홍천강은더없이유려하나팔봉산의속살은거칠고투박하다. 5,6,7,8봉가는길의오르내림은더욱까칠했다. 네발을다써가며5,6봉지나7봉에이르니저만치서8봉이어서오라손짓한다. 8봉은팔봉산등로중가장험한구간이라안전사고가잦다며 천신만고끝에8봉에올라섰다. 걷는내내푸른강을굽어볼수있어좋았다. 이제부터길은홍천강으로내리꽂듯나있다. K가말했다. "산행시간이짧아걸은것같지않지?내친김에
그렇게하여픽업하겠다는P선배를주저앉히고선작열하는태양을
봉우리숫자가곧산이름인곳이다.
걸음했던산들중엔충북제천삼봉산(910m),경기양주칠봉산(506m),
그리고진안구봉산(1002m)의이름이그러하다.
그렇다고만만하게봤다간큰코다친다.
아기자기하면서도험산인팔봉산,괜히100대명산이아니다.
높이는낮지만옹골찬,코스는짧지만다이나믹한그런산이다.
홍천9경중제1경으로이름값톡톡히한다.
옛이야기주고받다가지난연말,홍천으로낙향한P선배를떠올렸다.
자연스레P선배도만나볼겸얼렁뚱땅홍천팔봉산행을약속했다.
P선배는30년간수도권중고교에서미술교사로재직하다가돌연명퇴를하더니
팔봉산인근숲좋은곳에’오크포레스트팬션’이란간판을내걸었다.
知友K와입을맞추고이를P선배에게알렸다.
"대환영이다.방하나비워두겠다"며반색했다.
나무장승역시거시기한모습이다.
무슨연유로팔봉산들머리에이런男根石과木을?
20여년전부터실족사고로생명을잃는경우가종종있었다고한다.
어느날이산밑을지나던노인이이렇게한마디를툭던졌다는데…
"음기가센산이라이를다스릴비책을써야해!"
이를귀담아들은팔봉산상인회와관광지관리사무소는
산들머리에남근형상을세워음기를눌렀고
신통하게도이후부터사고가잦아들었다는데…글쎄~
다리난간에빼곡히내걸린산악회리본이노란색일색이다.
세월호추모와궤를같이하는느낌이다.
처음만나이정표는1봉과2봉가는길을가리킨다.
몇몇산객은1봉의가파른바위벼랑을포기하고곧장2봉으로향하기도했다.
순서대로봉우리를맞는쏠쏠한재미를놓칠순없다.
볕에바짝달궈진바위가뜨겁다.
장갑은필수다.긴장을늦출수없다.그렇게첫봉에올라섰다.
팔봉산을감싸흐르는홍천강너머마을이그지없이평화롭다.
발판을조심스레내려디뎌야한다.
집중과주의를요하는곳이많아곳곳이정체다.
높이로만따진다면2봉이팔봉산의주봉이다.
2봉에는당집(삼부인당)이올라앉아있다.
金,李,洪씨,세부인을모시고있는당집이다.
옛날옛적,팔봉산아래마을에시어머니이씨,딸김씨,며느리홍씨가
함께사는집이있었다.셋모두과부의몸이었다.
지지리남편복도없는자신들의처지를한탄하며죽기를작심하고
팔봉산2봉에올라서로부둥켜안은채,먼저간무심한남편들을향해
목놓아울다가그만혼절하고말았다.
마을사람들은삼부인이신내림받은2봉에사당을짓고이들로하여금
해마다마을의평안과풍년을기원하는당굿을올리게했다.
그랬더니,해마다사방백리내의농사는대풍이들었다.
마을사람들은삼부인이올리는당굿을하찮게생각하기에이르렀다.
그러자삼부인은홀연히어디론가자취를감춰버렸다.
그해농사는흉년이들었고,아사자가넘쳐났다.
그때부터삼부인을신으로모셨고그사당을삼부인당이라이름했다.
그러자거짓말처럼다시풍년이들었다.
이후매년삼부인신을위로하는당제를거르지않고올렸으며
지금도3월과9월보름에당제를지내고있다.
…………
2봉에서,먼저간무심한남편들을떠올리며목놓아울었을
삼부인의시린마음이이해가될듯도하고…
2봉과3봉사이안부에하산로(1차탈출로)가있다.
홍천강가에물놀이왔다가산이야트막해산보하는기분으로
올라온이들이’어이쿠’하며내려가는코스이기도하다.
한줌강바람이목덜미를훑고지난다.
가슴열어바람을안았다.한줄기오아시스와도같다.
지나온2봉도팔을뻗으면닿을듯가깝다.
이처럼팔봉산의여덟봉우리는서로어깨동무한듯하다.
어디로가든4봉에서만나나’해산굴’코스를택하면말그대로
해산의고통?을제대로맛보게된다.
바위구멍통과하기가아이낳는고통만큼이나힘들다하여붙여진이름이다.
주변도움없이혼자서빠져나오기란결코쉽지않다.
이’해산굴’은팔봉산의명물로통한다.
옥문?에이르니때마침한사람이해산의고통을몸소체험중이었다.
이리저리몸뚱어리를뒤틀어보다가포기하고만다.
날씬한사람만이순산의기쁨을맛볼수있는코스이다.
구간은짧지만암릉의스릴을만끽할수있는요건은두루갖추고있다.
지친산객들이5봉과6봉사이탈출로로무리지어하산한탓에
남은구간의등로가조금은널널해진느낌이다.
7봉을내려서니엄포성’안내경고판’이눈에들어왔다.
체력에자신이없거나노약자는마지막탈출로로하산하라는내용이다.
‘고지가바로저긴데…’
예까지와서옆길로새는사람은없다.
한때산을심하게오르내려도가니가부실해졌다며암릉걷기를주저하던
K가모처럼암릉타기에푹빠진듯.재미가쏠쏠한가보다.
날다람쥐처럼가뿐한몸놀림으로줄곧앞서걷는다.
지나온일곱봉우리가7봉뒤로중첩되어펼쳐지고
발아래홍천강은유유히흘러산기슭을휘감는다.
거친오르내림에지루할틈이없어좋았다.
설악공룡능선의축소판처럼아기자기해좋았다.
바위틈을비집고뿌리내린노송의질긴생명력이좋았다.
스텝이꼬이지않게발디딤용철판을디뎌야한다.
파이프난간을잡은양손에바짝힘이들어간다.
평행봉을하면서하산하는기분이다.긴장감백배다.
산을다내려서면매표소까지강을따라길이이어져있다.
P선배가운영하는펜션까지쭈욱걷는게어때?"
온몸으로받아내며뜨겁게달궈진아스팔트길을따라10여킬로미터남짓걸어
기진맥진,파김치가되어1박이예정된펜션에닿았으니…
낮지만 옹골지고 다이나믹한, 홍천 팔봉산
데레사
2014년 7월 4일 at 2:59 오후
팔봉산,다내려와서돌다리건너다친구가넘어져서얼굴을
깼지요.ㅎㅎ
한번가보고싶은데지금은마음을못내겠어요.무릎이
말썽을부릴까봐요.
휴일,잘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