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발왕산에는아픈전설이깃들어있습니다. 몸집이너무커장가를못가여러해애태우던중, 이때부터’발왕’이떨어져죽은산은’발왕산’으로, 산객을실은버스는발왕산아래마을,곧은골입구에멈춰섰습니다. 맨질맨질얼어붙은길을걸어산들머리로향합니다. 앞선다른팀들이능선으로올라붙습니다. 능선길을버리고계곡길을택한게실수였을까요? 좀더고도를높이자,참나무,물오리나무들이군락을이루고있네요. 높다란나뭇가지에기생하며스스로광합성하여엽록소를만드는 이뇨작용과혈압,당뇨개선에효능이있는것으로알려져서인지 아무튼나무를해치지않고채취해야만하는데…
산아래고을에발이크고기골이장대한청년,’발왕’이살고있었답니다.
어느날우연히’옥녀’란처녀를만나사랑을키우게되었습니다.
둘은결혼을약속하였으나두집안모두궁핍해살집은고사하고
땟거리조차힘들었습니다.
결혼에앞서비용마련을위해둘은각각南으로東으로길을나섰습니다.
‘발왕’은제왕고개를넘던중산적을만나게됐고산적들은
기골장대한’발왕’을자기네두목으로모시게되었습니다.
그러던어느날관군이산채를기습했습니다.
‘발왕’은남쪽으로도망치며’옥녀’를찾아헤매다가그만
큰발을헛디뎌낭떠러지로떨어져죽고말았습니다.
인근고루포기산에서이소식을전해들은’옥녀’는’발왕’을수습해
건너편양지바른곳으로옮겨묻고죽을때까지
그의무덤곁을지켰다고합니다.
‘옥녀’가무덤을지키다죽은건너편산은’옥녀봉’으로불리고있답니다.
혹’발왕’이살았던마을은아닐까,객쩍게두리번거려봅니다.
조용한마을이일순산객들로번잡해졌습니다.
버스2대,줄잡아80여산객이이마을어귀에서
복장을갖추느라부산스럽습니다.
‘바스락~바스락~’아이젠에얼음바스라지는소리가경쾌합니다.
10여분농로를걸어닿은산들머리에서길은두갈래로나뉩니다.
곧장능선으로올라붙는길과밭을가로질러계곡으로오르는길이지요.
그래서우리일행은계곡길을택했습니다.
눈쌓인산자락엔산죽이지천입니다.
계곡을벗어나가파른설사면에붙어희미해진길을찾느라
한참을버벅대야했습니다.
하늘높은줄모르고쑥쑥키를키우며자랍니다.
실핏줄같은잔가지사이로드러난하늘빛이차갑습니다.
나무꼭대기잔가지에’겨우살이’가제법많이눈에띕니다.
반기생식물로사계절푸른잎을지니고있습니다.
요즘산을오르내리다보면겨우살이채취꾼들을자주만납니다.
대개긴장대에낫을달아매어채취하더군요.
오늘은아주몰상식한채취흔적을목격하고야말았습니다.
겨우살이채취를위해잘자란나무를통째로톱으로베어쓰러뜨렸습니다.
톱밥이그대로남아있고,눈밭에는겨우살이열매의진액이
채가지지않은것으로보아어젯밤에벌어진일같습니다.
‘지구를떠나야야할몹쓸인간’입니다.
파란하늘을떠받치고있는고사목의꼿꼿함에서
죽어서도살아있는듯,존재감이느껴집니다.
용평스키장의전망쉼터,드래곤피크가한눈에들어옵니다.
‘쉬익~쉭’설면을스치는스키의마찰음이귓전에닿습니다.
저멀리첩첩의산능선이파도처럼일렁입니다.無限을떠올립니다.
상고대는햇살에자릴내주고스러져갑니다.刹那(찰나)이죠.
刹那를이으면곧永劫(영겁)이요無限이아닐까,
또한번객쩍은생각을잠시해봤습니다.각설하고,
지난번남덕유산에서부러워했던1회용비닐텐트,
이번엔준비해온일행이있어다섯명이뒤집어쓰고들어앉아
손발시림없이라면을폭풍흡입할수있었습니다.
이국적인쉼터건물은고사목과절묘하게어우러져그림을만들고
형형색색의스키어룩을갖춰입은스키어들은
은빛슬로프를내달리며짜릿함을만끽합니다.
슬로프옆으로나있는등로로출입할수없게
스키장진행요원이통제를하고있답니다.
아니,그렇다면걸어오른산객은어디로내려가란말씀?
아하,스키어들이이용하는곤돌라를유료이용하란말씀?
그렇게옥신각신하다가결국길을만들며내려가기로했습니다.
잔가지무성한산비탈을헤치며나아갈수는없는일,
하여,곤돌라가지나는아래를택해일행들이러셀을시작했습니다.
이만저만개고생이아닙니다
정수리위로오가는곤돌라에느긋하게앉은스키어들이
발아래서러셀하는우리를보며,’끌끌’혀를찼을지도모르겠습니다.
"40년자연설이펑펑~한국의알프스,용평리조트는
국내최고수준의스키장"이라며스키어를유혹합니다.
스키어가아닌산객을불편하게만드는부분에서도
단연최상급임을인정합니다.
그렇게없는길을만들어가며발품을왕창판,발왕산!
들머리(곧은골)에서날머리(레인보우주차장까지GPS가그려낸
궤적을보고아연하지않을수가없었습니다.
바로전설속의’발왕’이환생한듯그의’왕발’이뚜렷하게
지도에그려져있었지요.
어쩌면처음부터능선길이아닌계곡길로접어든것도,
길을막아놓아길을만들며내려온것도,’발왕’의궤적을따르라는
산신의계시가있었던것은아닌지모르겠습니다.
데레사
2015년 1월 30일 at 8:48 오전
발왕산에얽힌얘기가재미있네요.
그둘이잘살았으면이런전설도전해오지않겠지요.
이루지못한사랑이니까산이름으로나마남아있는것일테죠.
길만들어가며내려오시느라수고많으셨습니다.
그래도다치지않으셔서다행입니다.
다쳤다면당연히용평리조트가물어내야할것이라고생각합니다.
정종호
2015년 2월 2일 at 4:04 오전
저도분명형님뒤를따라산행을했는데겨우살이때문에명을!!다한나무를보지못했는데ㅠ.ㅠ휴~!!얼마나살겠다고….속상하네요
산포
2015년 2월 7일 at 11:47 오전
와.정말대단하며즐거운산행기입니다.
겨우살이체취의씁쓸한일면외에얼마전광주에서활동하는김병조선생이생각나기도하네요.ㅎ
궤적을보니겨울산을제대로만끽하셨으리라생각됩니다.발왕이아닌말발굽같은왕발의궤적이그날의노고를말해주는듯보입니다.잘감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