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남편의 사랑

병원에나간길에남편은낚시도구를다시사고바꿨다.
낚시점에서권하는대로샀는데
아마도이웃사람들은그걸로고기를잡을수없다고했나보다
하고싶은건꼭심사숙고도
검증도없이해야만하는성격이라
반론을제기할틈도없다.
행동이무딘사람이그럴땐잽싼비호같다.
차안에아내를두고한시간도더걸려낚싯대를바꿔왔다.
남편이즐기려하는걸
간섭할수도없고그럴필요도느끼지않아서보고만있는다.
이탈리아에가면서가볍다고새로산카메라도실수였었다.
이미쓰던걸다시바꿀수도없고,비싼걸버릴수도없고
아마도뜨거운감자인모양이다.

그러나아내는,아내도함께쓰는물건이나적어도
의논을하고난후샀으면하는바램이다.
아내가원하는스타일이나편리함은따로있고미리생각해둔것도있을수있다.
부엌가구나텔레비젼이나,심지어비누곽,식기류까지
남편은자기의생각이곧아내의생각이라는
엄청난착각을늘하고산다.
그럴때아내가불평이라도하면자기와생각이다른
아내를절대로이해할수가없나보다.

긴시간낚싯대를원하는것으로바꾸느라오지않는동안
아내는병원에서얻은약을먹고속이쓰려
차를세워둔남대문길거리가게에서만두를사먹었다.
좁은곳에서한곳에있으면
폐쇄공포증같은걸느끼는아내는
그리고자동차가딱지가뜯기든말든
차에서내려남대문거리를걸었다.
많은군상들이곁을스치고지나간다.
모두가생각에젖은얼굴로..
바쁜귀가길의사람들발자국에묻어있는
삶의흔적들에는그들의하루가묻어있다.

노인남편이오랜병으로누운아내를간호하다
아내를죽이고자살한이야기에
자신들의부모를생각했을것이고
잠깐은눈물겨워했을것이다.
검사변호사가돈이욕심나서
수천억대의사기행각을공모한뉴스에
이시대의비리를절감했을것이다.
식당인테리어는손님이없다고투덜대고
회사원아가씨들은까다로운팀장을욕하며
포장마차에서뜨거운국물에오뎅을뜯고있었다.

남편도돌아와만두집에서김치찌개하나로저녁을떄우고
소리울로돌아와야했다.

병원에서하던물리치료를하느라고
짬질팩을찾으니어디두었는지없다.
삼천포로이천으로짐들을늘찾아야하는일이
정말신경쓰인다.
할수없이여행지에서하던방식으로
물을좀끓여서병에다좀담아달라고부탁을했다.
오랜고질병은주사한대약한봉지로는어림도없었다.

차라리아파도내가할걸
병을찾고주전자를찾고한참을부시럭거리더니
감자기비명이다.깜짝놀라보니역시나사고를쳤다.
끓는물을손에다쏟아손가락이부풀러올랐다.
잉크를찾고알로에를찾고알로에젤을컵에부어
손가락을담그고,
쓰라리고아파서신경질을온통낸다.
어깨아픈건어디로가고후회에후회를..
아파도내가할걸…

뜨거운소주병을수건으로감싸,아픈어깨에대고
약한봉지를더털어넣고
아내는남편의어설픈사랑을느끼려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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