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1: 페르시아의 시인 하피즈의 공원에서

페르세폴리스에서왼쪽정수일교수님과천하부부.

정수일교수님은실크로드학의세계적권위자로

실크로드페르시아루트기행에동행해주셨다

잘알려지지않은세기의여행가"이븐바투타"여행기를,

영국인도프랑스인도아무도완역을못해낸방대한분량을

옥중생활5년에두권의분량으로완역해내신

하늘이우리에게공짜로내리신국보급의대학자이시다

2월에는이분과함께시베리아횡단을할예정이다.

시라즈에있는카림한성-벽돌문양이이렇게아름다울수가없다

페르시아의시인하피즈의공원에서

실크로드이란페르시아루트기행은여러의미로내겐정말행운이었다.

더구나이방면의세계적권위자이신정수일교수님과의동행이었기때문에….

장미의도시시라즈에서사디와하피즈의묘당을먼저찾기로했지만

카림한성은늦은시각엔문을닫고,

시인하피즈묘당은공원으로꾸며졌으므로늦어도볼수있다고뒤로미루기를잘했다.
사람들이복작대고불을환하게켜둔돔이중앙에보인다.
‘정문에들어서니뜰한가운데에여덟개원주가떠받치는돔형팔각정이보인다.
하피즈’는이슬람에서‘경전을암송한사람’이란뜻의존칭이다.
이시라즈에서코란경전외에서가에꽂혀있는책이있다면하피즈의시집이라할정도로,

누구라도하피즈의시몇줄은암송할수있을정도로온이란인의사랑과존경을받는시인이다.
그리고한시인의이름으로공원을만들어만사람들이기리게하는공간이있다는건,

정말로본받을만한나라이다.
시를사랑하고예술을사랑하는문화민족의정서가눈에보이는듯하다.
어린소녀하나가시집을들고낭랑한목소리로낭송을한다.
많은사람들이손뼉을친다.

하피즈를이해하기위해오는버스안에서번역시한편낭송했는데

동반자들의반응이별로였었다.이틀꼬빡걸려외웠던건데…

버스에서읽지말고차라리여기와서하피즈의시를읽을걸..
그러면더의미가있었을것같다.
대리석관에는참배객들이들고온장미송이와사랑이담긴그들의손이살포시얹힌다.
죽은시인과의교감을꾀하려는듯이….

정말로이런공간이우리나라에도있었으면좋겠다.

소월의공원이라든가,목월의공원이라든가…

문화정책운운하지만이방면으로생각하는정치가는전무한것같다.
부러운마음으로묘당을지나자회랑이나타난다.
이공원에서정수일교수님은일행모두에게차한잔을사주시겠다고했다.

이집트에서,중근동답사때에,물담배를피워보고싶었지만실천에옮기지못했었다.
술은금지시킨나라에서특이한것은여자들도이곳에서는물담배를즐겨피우고있었다.

히잡을쓰고또렷한눈망울로물담배를피우는모습은정말경이롭다.
자욱한안개속같이물담배를피우는연기가공원에가득했다
정교수님은탁자마다하나씩물담배를분배하여체험하게하신다.

하피즈공원에서

물담배를피운다.
혼미한정신,
머리가어찔어찔하다.
대롱을통해목구멍으로들어오는매애한기운,

이럴때나진짜바보이고싶다.
아무것도모르고치닫는영혼
그속에해맑은영혼이일어서고
아름다운언어가살아나고
소지를올리듯연기는모락모락피어나고있었다.

기억한자락끌어내어시한줄읊으면
그리움이자꾸만피어오를것같다.
물담배연기속에…

<소리울묵상시>

하피즈와수피즘

하피즈의시는아랍세계와서구에큰영향을끼쳤다.

9세기독일문호괴테는그를‘대적할자가없는시인’이라고극찬하면서

은유나상징어등

시적소재들을본받아서정연시집〈서동시집〉(1818)을펴냈다.
이시집에는괴테와연인마리아네사이에오간편지가실렸는데,

그중에는하피즈시집〈디반〉의장과페이지,

시행의숫자를언급한암호편지도들어있어

그감응력을짐작하게한다.

철학자니체도‘하피즈에게’란송시를썼다.

그의시집은300여년전서구에서처음번역한이래

지금까지수십종의언어로번역출판되었고,

유엔도그의가잘50편을엄선해책으로펴낸바있다

하피즈는몽골제국의일부인일한국시대(1258~1353)말기에태어나

15세기초티무르제국지배기까지약50년동안의난세에시를썼다.
그의삶과활동을지탱케한이념적바탕은당대를풍미한수피즘(이슬람신비주의)이다.

수피즘은신비체험을통해자기를소멸(파나)함으로써‘

신과의합일’에도달할수있다고믿는사상이다.

그과정은회개와참회로시작해단념,포기,금욕,절제,청빈,신탁,사랑,만족등

연쇄적상승단계(마깜)를거쳐최종적인‘신과의합일’단계에이른다.

수피즘은13세기이론적으로체계화해활발한종교사회운동으로까지발전했다.

물론그중심무대는시종이란이었다.

신학과문학에소질이남달랐던교사출신의하피즈가시성의자리를굳히게된데는

‘가잘’이란서정연시(연애시)갈래에수피즘을완벽하게구현한데서비롯한다.
그의시는한편이7~14행인가잘569편과루바이아(4행시)42편,

카시다(애도시)몇편이전하는데,전통운율을따라시의‘음악성’을살리면서도

꾸밈없는표현으로심오한사상을주입해심금을울린다.
한시편속에서주제의일치보다사상의연속성을관철시킨다.

흔히들‘신비의혀’니‘언어에관한최고의음악가’니하는찬사가그에게따라붙는다.

그의가잘은사랑과술이불가분의모티브다.

“하피즈여,그대눈에서눈물의씨가철철뿌려지니,

아마이새같은연인은나의덫속에있을지어다”,“
그대사랑의외침이간밤에내마음을울리나니,

하피즈가슴속의공간은그메아리로가득하다”
고절절한사랑을고백한다.

사랑의꺼짐을염려해
“오,불밝히는궁정처럼연인의애정이스며있는집,신이여,

시대의재난으로그집폐허로만들지마소서”
라고애절하게기도한다.
이런시인의연모는인간에대한감성적연모라기보다,

신(알라)에대한이성적연모라는평가가더적절하다.
특히수피인시인에게술은‘자기소멸’,‘신과의합일’에이르게하는

무아지경의상징이자영적인촉발제였다.

시인은
“장미는내가슴에,술은내손에,연인도내곁에있으니,

그런날엔세상의군주도나에겐한낱노예일뿐”,
“나의종단(수피즘)에선술이허용되거늘,장미같은몸매

당신얼굴없이술마시는건금기라네”
라고노래한다.
“신은창세기때부터술이외의선물은주지않았고”,
“내존재의토대는취하면서쌓여갔으며”,
“슬픔의약은술”
이며,또한잠시드(페르시아전설의왕)처럼술잔을통해세상사를읽을수있기때문이다.
그래서하피즈의가잘에서술은차원높은은유를바닥에깔곤한다.

시인은술을‘신의이슬’로,‘빛’으로,‘불타는루비’로,‘이성의집’으로여기면서

취함에서깨달음을얻고,술잔에서연인의얼굴을보며,취한눈에서기쁨을찾는다.
시에자주등장하는싸끼(술따라주는자)는신의뜻을전달하는자로둔갑하며그와교감한다.
요컨대,하피즈에게술은저질스런주색,주벽개념이아니다.

중국의시선이태백이떠오르는대목이다.
사실이태백의조상은페르시아어권안의

쇄엽(碎葉:오늘날키르기스스탄토크막)에서왔다는설도있다.
600여년시차를뒀음에도두시인은경력이나영적경지에서동병상련,막상막하,피장파장이다.
그렇게도닮은꼴일수없다.
술한말시백편의주선들이니까.

시성의큰그릇에는심원한인생관과세계관도나타난다.
“인생의역(수피즘의상승단계)에서기쁨과평안은순간,

낙타방울은가마문을닫으라하네,

또다른역을향해”라고끊임없는수양을독려한다.
한편으로는“이기심때문에모든일구경에오명만남기니”라고이기심을꾸짖는다.
“하피즈여,세상의정원에서가을바람에괴로워마라,

이성적으로따져가시없는장미가어디있더냐”
고고진감래의인생철학을설교하기도한다.
“난가난을존경하며재물의만족을원치않나니,

왕께여쭈어라,하루세끼는신이주신다고”
라며시인은청빈을떳떳해한다.
한편으로는
“무덤속의한줌흙,고대광실이하늘을찌른들무슨소용인가”,
“정신이온전하든취했든,모든이는연인의추종자,모든곳은사랑의집,

이슬람사원이든유대교회든신은어디에나있다”
며수피즘의이념,만민평등과무차별의정신을역설한다.

시인한명이이루어낸세계는

건축가한사람이지어낸훌륭한건물보다더오래,

더많은사람들의정신세계를지배한다는진리에도달하게된여행이었다

히잡을쓰고차도르를두르고이란의할머니와예쁜아가씨와함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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