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잎차 이야기

미국온지3주가지나니먼길갈일이정해져있는데도좀이쑤신다.

아들은신년음식도다나가고

피곤에절어서늘어지게휴식을취하고있다.

구수한뽕잎차한잔생각이간절하여

옛날을떠올리며오래된노트를뒤적여본다.

뽕잎차를만들며

소리울에살게된지어언4년이지났다.
집앞의텃밭에작은언덕이있는데금년에보니새들이오디를먹고

씨를흘렸는지자연적으로뽕나무단지가만들어져있다.

뽕나무이야기라면나는참할말이많은사람이다.
내유년의기억속에뽕나무와누에를빼면거의아무것도없을지경이다.

무우씨보다작은누에알에서개미같이작은누에가고물고물기어나와,

어린뽕잎도썰어줘야먹던누에가

한잠자고두잠자고세잠을자는동안새끼손가락굵기만큼자라,

가지채꺾어준뽕잎도사그락소리를내어가며

갉아먹던모습은지금도눈에선하다.

가난했던그시절,누에를키우는봄,가을철에는

누에에게방을뺏기고약냄새나는아버지방에서자야만했었다.

혹시라도누에방문을열면누에가감기에걸린다고혼이나곤했었다.

변온동물인누에가고치를다만들때까지

누에의방은항상습도와온도를잘맞추어적정선을유지해야만했다.

아침저녁군불을지펴주어야했고잘들여다보지도못하게했다.

그래도아무도몰래살그머니문을열고들여다보면

모두가잠든밤에고요한밤의정적을깨고

사그락사그락뽕잎갉아먹는누에의움직임은신기하기만했었다.

알에서애벌레에서번데기로변해서누에고치를만들기까지

누에는다섯번의잠을자고몸이투명하게변하면서

비로소길러준이에게보답을한다.

뽕잎으로자기몸에축적된비단을풀어

고치를만들고자기는점점작아지며

하얀누에고치속에몸을감추고들어가는것이다.

누에섶에보석처럼누에고치가하얗게매달린모습은

얼마나풍성하고아름다웠던지………

어머니가기른누에고치는좋은등급을받아

고치채로내다팔기도했지만,직접명주실을뽑아내기도했었다.

찰그락찰그락소리를내며발로오르간페달을누르듯

규칙적으로물레를돌리는실잣는기계.

슬슬끓는물속의누에고치에서비단실이풀려나와

실타래에감기면서갈색번데기가동그마니몸을드러낼때까지

우리는숨을죽이며그순간을기다렸다.

따끈따끈한번데기를건져참기름에볶아먹던

그고소한맛을잊을수가없지만옛날그맛이아닐것같은걱정에

한번도번데기를먹고싶은생각이나지않는다.

요즈음은어느시골에서누가누에를기르는지,

어머니를따라뽕잎을따러뽕밭으로가는아이가있는지,

오디를따먹다가왕개미에게물려혼나는아이가있는지도알수없는채,

대량생산,공업화에밀린영세잠사업이그래도아직어디엔가남아있기를바랄뿐…..

당뇨에좋다,어디에좋다고누에가루에

상황버섯에상지차에상엽차에,뽕나무기름에……

시골에서누에를기르지않아도뽕나무는사람들에게

가장인기있는나무가되어있다.

그린음악의대가이신이완주님도뽕나무연구가이시기도하고..

그런뽕나무가저절로한두그루도아니고

무더기로나서새잎을피워내고있다.소리울,내가사는동네에…

아랫집언덕의거목은잎을따기가어려워서

작년가을누구부탁으로잎을좀따다가주려고하다가

어깨에담이붙어혼이났었는데여기는나지막하게뽕잎을따기도쉽게생겼다.

아침마다한바구니따다가잘씻어비닐에싸서24시간‘숙성’을시킨다.
그리고처음300도정도의뜨거운솥에다재빨리덖는다.

산화를억제하는‘살청’과정.
돗자리를위에면보자기를펴고잘덖은뽕잎을쏟아내어

손빨래하듯비비며짓치댄다.

잎의얇은막과조직을파괴하여내부의수용성물질을잎표면으로이동시켜

따뜻한물에뽕잎의성분이잘우러나도록하는‘유념’과정.

다식은뽕잎을다시150도정도되는솥에쏟아붓고두번째잘덖어서

다시골고루치대고흩뿌려서‘건조’과정을거친후

80도정도의솥에넣고뽕잎을마무리하며수분을완전히날려보낸다.

이과정이‘가향’과정.

그렇게살청,유념,건조,가향작업은모두신라흥덕왕시절

당나라사신대렴공이지리산골짝에처음심어

그동네에서는이방법대로녹차를만든다한다.

그래서지리산녹차를우리나라에서는웃길로친다.

나도그방법을흉내냈는데
단지24시간숙성법은상황문학동인이신

그린음악이완주선생님의조언을따랐을뿐이다.

그래야만더구수한반발효차가된다는것이다.

첫날만든차는오빠인정호스님께시식하라고드렸더니

구수한맛이그만이라고흐뭇해하신다.

녹차는더러위를상하게하기도하고카페인성분때문에

불면증이있는사람에게는권하기가어렵지만

뽕잎차는아무나무리없이마실수있겠다고한다.

다경茶經을지은중국의육우나,동다송東茶頌을지은우리의초의선사나

모두‘차는덕이있는사람이즐기는것’이라했거니와

단지쉽게얻어지지않고,잎을따거나차를만들거나

입술속으로들어와마침내한잔차의맛과향을음미하게될때까지,

그모든과정이은근과끈기로이루어진다.

자연이주는선물을어떻게쉽게받아들을수가있겠는가?

내어머니가누에가감기가들까봐누에방문도조심조심열었듯이,

첫덖음부터마지막가향작업까지구수하고마시기좋은차맛을만들어내기위해,

함께마시며살아가는이야기를나눌사랑하는벗을생각하며

조심조심인내하며정성을다하는그과정은참으로행복한시간이었다.

一傾玉花風生腋(일경옥화풍생액)옥화한잔기울이니겨드랑에바람일어
身輕已涉上淸境(신경기섭상청경)몸가벼워하마벌써맑은곳에올랐네.
明月爲燭兼爲友(명월위촉겸위우)밝은달은촛불되어함께벗이되고
白雲鋪席因作屛(백운보석인작병)흰구름은자리펴고병풍을치는구나

초의선사의동다송중의한구절인데

그의다도茶道의경지가얼마큼인지짐작이간다.

내뽕잎차를마시며함께이런경지를즐길벗이있는한,

기꺼이힘든뽕잎차를만들며기다림의도를터득해나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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