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언제나 시작 page:38 고난의 강물/광란의 세월 3

인가도드문변두리외딴집에서남편과나는퇴근후면

손수벽돌을쌓아울타리를만들었고,

향나무묘목을가꾸며아이들을길렀다.

문명의혜택을다받는시대에살면서우리는

시내외곽에서수돗물도전깃불도들어오지않아

멀리서우물물을길어다먹고,

전깃불은남의집것을끌어다쓰며살았다.

시장이멀어도퇴근길에,또는일주일분씩

언덕길을오르내리며물건을들어올렸다.

그렇게어렵게생활하며절약하는것,

그것은다음단계의질높은삶을위하여

반드시필요한일이아니었겠는가?

지금부터다시시작하자.

나는남편에게복잡하게우리가투자한것,계산에넣지말자고했다.

D사에서다행히남은대금은우리에게준다하니

재수없어큰병걸려다털어버린셈치고

조카놈도,은행돈빌려간건축업자도양심에맡기고

일단먼지한톨없는빈몸으로시작하기로했다.

8명의선생님께빌린가슴아픈돈은12년6개월동안의

내사랑하는교직생활을청산한퇴직금으로해결해드리고

그래도조금남는돈은얼른갚아드리리라,

절대로나는’빚잔치’란이름으로일어설수는없다.

몇년지나면반드시갚을수있을것이라확신했다.

나는그제서야자진해서현금보관증이란걸처음써보았다.

친구들이펄쩍뛰었다.

망한사람이나처럼하지않는법이라했다.

살마지막구멍은남겨두어야지어떻게이상황에퇴직을하느냐고

난리들이었다.

적어도퇴직만은말아야먹고살테고,살아남아야빚도해결할수있는거라고

어쩌자고바보같이구느냐고충고했다.

선생님들에게내가성의를보이는길은

퇴직을한몫돈과교원공제회에서나오는돈을

다내어놓는일이었다.

그리고도조금남는돈,그때서야현금보관증을써드리며

고마운분들에대한내최선의성의를보여드려야했다.

그렇게하는것이당장그분들에게몫돈얼마라도

내어놓을수있는유일한방법이었고,

작은월급을조금씩나누어갚아나가는건

그분들의얼굴을더는볼수없는더큰죄를짓는일이었다.

"정신적인고통에서벗어나고싶다.

지금당장할수있는일은퇴직금만이몫돈이구나.

다드리고나는새로시작해볼까한다.

산휴강사자리라도나겠지.아이놈들도여기선손가락질받을테고…"

모든유형의것들은물거품처럼사라져버렸고

심지어사랑하던직장까지잃은나는

서울로이사하기를결심하고우선산휴강사자리라도찾아

입에풀칠이라도하려고,아이둘과병든시어머니를친정에맡기고

꽁지에불붙은개꼴이되어허겁지겁뛰어다녔다.

어느고마운이의주선으로방학이지난9월1일부터

산휴강사를시작해보라는전갈을받고

우선인천에있는후배집에서서류를만들며있는데

갑자기마산으로내려오라는연락이왔다.

무슨일이일어났을까?또무슨일인가?

가슴을떨며밤기차로7시간을달려집으로가니,

아!이런불행이라니…

큰놈이급성신장염이걸려파티마병원에입원했다는것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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