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기일

아버지의기일이었다.

지호스님으로사는오빠가조촐한제삿상을마련했다.

"힘든데우리도엄마아빠합할까?"

"나죽을때까진.."

"내가더오래살수도있잖아?"

"그럼너죽고나면?"

법도를중히여기시던아버지는

제삿날이되면돈이든주머니를들고

엄마를앞세우고시장에가셨다.

제일좋은제수를고르시고,절대로값을깎지않으셨다.

온동네사람들은1년에12번이나있는우리집제삿밥을먹고자려고

밤늦게까지기다리고있었다.

촛불이흔들리고가만히향이탄다

한약냄새향긋한어린시절너머

아버지모시두루막이보인다

어둑한약제실

싹둑싹둑감초가잘려나가듯

나의유년은떨어져갔고

질곡의세월을건너며

그때의준엄하신아버지도,

애틋한어머니곱던비녀머리도

세월저켠으로사라지고

지금그어머니만큼늙어갔는데

안타까운시간,

해마다무언가를꿈꾸며살아

그향기로하루가가고

그빛깔로는한달이가고

그리고질곡의세월이참많이도흘렀다

그아픔으로

그사랑으로

아들들이자라고

그아들이또아이를낳아기르고

퇴주잔을물리고청수가오른뒤

"아버지담배한대피우셔요"

아버지사실때처럼가만히연기를피워올리며

타들어가는담배.

더러더러명상에잠기시던아버지가보인다.

"사무사思無邪"

평생의좌우명이셨던그말씀의반이라도살았을까?

"이놈아,그걸축문이라고썼느냐?"

금방이라도불호령이떨어질것같다며

제삿날은늘오빠의어깨가덜썩거린다.

저리울걸계실때잘하지.

그나마아버지욕심에차지않아늘야단만맞던오빠가

화타편작같던아버지의의술을어느만큼은이어받아다행이다.

그리운나의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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