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울이 쓴 동화/집배원과 호랑나비-끝-

“얘야,내일쯤이면날개가나올테니엄마꿈꿔봐.”
아저씨는9일째되는날,소년에게일러줍니다.
“엄마에게편지올때,무슨선물부쳐주면제일좋겠니?”
아저씨가묻습니다.
“모형비행기.”
“그건또왜?”
“비행기만들어엄마있는곳에가보게요.”
“네가만든비행기를어떻게타니?”
“꿈속에서요.”
“그래,맞구나.맞아.아저씨가몰랐어.”
아저씨는정녕몰랐다는듯이무릎을치시며고개를끄덕거리십니다.

드디어열흘째가되었습니다.
소년은학교에서통공부가되지않았습니다.
몇번이나소년을부르는선생님의소리에놀라일어나곤했습니다.

무어라놀려대는아이들의목소리를뒤로하고

소년은학교가파하기가무섭게집으로달려왔습니다.
유리병속의번데기는그냥그대로죽은듯있습니다.
소년은눈물이글썽해졌습니다.
“아저씨는바보.”
소년은또아저씨는원망합니다.
그리고신작로로뛰어내려갑니다.
아직아저씨가오시려면2시간이상기다려야합니다.
그래도소년은아저씨를기다려야만했습니다.


여린탱자잎을뜯어다먹이고유리병만바라보며꼼지락거리던

작은애벌레를목마르듯바라보며긴시간을보냈던자신이싫었습니다.
정말로너무나아까운시간이었던것같았습니다.
무엇보다도아저씨의말을곧이믿었던게잘못이었다고생각하며

엄마에게서편지가오지않는것도모두다아저씨의탓인것같아

아저씨를만나화풀이를할결심이었습니다.


한적한시골길에아카시아냄새가쫙깔렸습니다.
이따금씩뽀얀먼지를일으키며낡은버스가왔다갔다하곤

햇볕이내리비치는하오의시골길은조용하기만합니다.
멀리서낯익은자전거가보입니다.
소년은와락반가움이앞섭니다.

여태까지의원망스러움도미운감정도자전거를보는순간

착갈아앉습니다.


“오,민수왔구나.”
늘하시듯아저씨는친절한웃음을웃으며소년을대합니다.
“오늘,좋은일없었어?”
아저씨는벙글거리며능청을떠십니다.
소년은드디어훌쩍거리며울기시작합니다.
자전거를길가버드나무에기대고아저씨는소년을달랩니다.
“민수야,날개가안나왔나보구나.

그렇지만여기있다!엄마소식!.그리고이건엄마선물!”


소년은가슴이뛰기시작합니다.

아저씨손에들려있는소포뭉치를빼앗듯이받아듭니다.

엄마의얌전한글씨입니다.
소년은양손에편지와소포를든채,

청련암으로오르는산길을달려갔습니다.

“할머니,엄마에게서편지가왔어요.편지가요!”
숨이찬것도아랑곳하지않고큰소리를외치며

한달음에작은기와집까지간소년은

헐떡거리면서할머니를찾습니다.

안경을쓰시고마루에앉아씨앗을가리시던할머니는

소년을찬찬히쳐다보시며영문을몰라하시다가

소년의손에들린소포뭉치를보고공연히가슴이

철렁내려앉습니다.

소년과늙은이걱정은아예잊고잘살랬는데

이건웬날벼락인가할머니가슴이쿵쿵방맹이질을합니다.
소년의뒤를따라김집배원아저씨가자전거를타고들어서시며
“할머니,따님에게서온소포예요.도장주셔요.”

집배원아저씨가할머니를향하여큰눈을껌벅거리고서야

할머니는그모든것을알아차립니다.

방안에서도장을갖고나오셔서
“고맙수다.김집배원.”
하며할머니는주름진손을내어아저씨의손을힘껏잡습니다.
두어른의손에는말없는약속이오고갑니다.

소년이펼쳐본선물꾸러미속에는아!얼마나갖고싶었던‘세스나’비행기,

깜찍하고날씬한모형비행기가들어있지않겠습니까?
“착한내아들아,네가갖고싶은비행기를보낸다.

할머니말씀잘듣고공부열심히하여라.”
너무나간단한사연이었지만소년은기뻤습니다.

이기쁜소식을누구에게라도알리고싶어유리병앞으로가보았습니다.


아!이게어인일입니까?
아까까지도죽은듯달라붙어있던번데기는,

등을가르고곱고아름다운날개를퍼덕이며

망사뚜껑을뚫고나가고싶어펄럭펄럭하고있는것이아닙니까?

푸른빛이기도황금색이기도한,붉은빛도있으면서검은테도있는,

황홀한날개는부드러운솜털에싸여있었고,

두쌍의나래를퍼덕이는모양은신비의세계,

바로그것이었습니다.
“아저씨날개요,날개!호랑나비.”
한참이나넋이나간듯호랑나비를바라보던소년은

그제서야아저씨생각을했으며목청높여아저씨를부릅니다.

“오,아름답구나.얘야,

이렇게모든것은하찮은것에서아름다움이나오는거란다.

이제알았지?나늦었구나.갈게.”

이제소년에게세상부러운것이없습니다.
비행기가있으니하늘도땅도모두가소년의것이었습니다.
친구들과도사이좋게,청련암큰스님께도크게웃고

인사를나눌수가있을것같습니다.

봄이오면언제나소년은탱자나무잎을뒤져

호랑나비알을찾을겁니다.


한해에한번,유리병속에서호랑나비가펄럭이면

보고싶은엄마에게서편지가올거라는희망을가진채…

김집배원의아름다운마음씨와그비밀을알게되는날,

소년은비로소어른이되어갈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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