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언제나 시작page105: 네팔에서 만난 어머니 1
1996.11.6.네팔에서만난어머니

-탐진치일랑오롯이바그마트강물에흘려보내고….-

유난히옛날의것에매달리는나는

옛날의물건,옛날의사람,옛날의기억들을다버리지못한다.

끊지못하는옛날의사람들과만나느라시간을주체하지못하고,

옛날의물건은버리지못하여집안은늘어수선하게정리가잘안되며,

옛날의쓰잘데기없는기억까지도다갖고사는까닭에머리통은항상복잡하다.

태국,인도,스리랑카,네팔을둘러보는여행에서

내가가장감명을받았던곳은네팔이었다.

공포의시바신이내려다보는듀버공장이그렇고,

타멜거리가그렇고,파탄거리에서만나는그모든것들은

우리의가슴밑바닥에언제나고여흐르던그리움같은것이었다.

아직도18-7세기의풍광을볼수있다는것은너무나도경이로운일이아닐수없었다.

공동우물에서물을긷는아낙네,

우물가에서빨래를하거나야채를씻는모습,

물동이를이고가는머리채긴소녀,

까맣게그을린얼굴로허름한담벼락양지쪽에서재기차는아이들…

시골에서막따온토마토와풋고추,

못생긴돌배,

붕어같은물고기를땅바닥에널브러지게펴놓고추저울에달아파는사람들…

어릴때시장풍경이떠오르는그곳에는

낡은목조건물에너절한빨래들이창문을가리며널려있었다.

가난한삶의편린들이햇빛을받아흔들흔들반짝이고있었다.

그리고그무엇보다그러한모든것에호기심과

경이로운시선을주는이국의나그네에게도순박한미소를아끼지않는

그들의모습에서내유년의사람을만날수있었다.

그곳에도강이흐르고있었다.

그강물은어쩌면내어릴적진주남강이었지도모르겠다.

논개의영혼이잡아갔다고,여름이되면반드시

의암바위아래에서익사사고가났고,그다음엔반드시큰굿판이벌어지곤했던,

내유년의강이마치옛날을비추어주는거울처럼잔잔히펼쳐지고있었다.

파슈파티나트사원앞으로흐르는바그마트강가에는

그날,두구의시체가불타고있었다.

귀족층에속한다는브라만족의시체라고했지만,

브라만이나스트라나맨몸으로장작더미위에태워지기는마찬가지였다.

신은참으로공평하여서죽음앞에서는만인을다같이평등하게만드셨다.

부자여서오래산다거나,부자여서가지고죽게하는따위의처사를

허용하지않으시는것때문에인간은그나마위로같은걸받지않을까?

불에타는주검앞에서단한명의여자만울고있을뿐,

죽은자의아들도,일을거들고있는하층민도(불가촉천민인지스트라인지)

시체를태우고나온재를강물에밀어넣는일에몰두할뿐이다.

그들의삶이생전에어떠했는지상관없이

이곳에서는그저한줌재로강물에흘러떠갈뿐이다.

그강에는그렇게죽음이흐르고있는가하면

삶또한잔잔히펼쳐지고있었다.

시체탄재가흐르고있는그강가에서

빨래를하고,물을긷고,식기를닦고,머리를감고,양치를하는,

모든일상이태연히진행되고있었다.

아무렇지도않은듯,그렇게삶과죽음이공존하는강가에서

나는망연자실하여답답한가슴으로시조네수를지었다.

꽃으로꾸민주검,왕생극락하옵소서

머리위태운향불영혼으로피어올라

바그맡강가에누워이승은고해였네

장작더미앃은위에알몸으로드러누워

짚단에불을붙여붉은불길타오를제

한생명마감한육신가는길은어디메오

나그네인생길이이리도허무한가

목놓아울음우는아내를두고가네

재로써불타는주검돌아돌아보옵니다

무엇에집착하고이리달려살았는가?

무상함보고서도또생기는탐진치를

오롯이이강물에다흘려흘려보내고저

<소리울묵상시>

담담하게구경하고선그곳사람들은이미달관한자의표정들을하고,

오로지파슈파티나트사원을오르내리는원숭이들만이

관광객들을따라다니며신이났다.

<계속>

-1997년성천문화아카데미월간지새흐름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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