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치고 장구 치고

"외숙모인생도참으로고달프시네요"

시누이딸이소리울로출발하는내게말한다.

아무리리나떄문이라고는하지만장례식에한번은참례해야했다.

시낭송회,내가안간다고시낭송회가안될것도아니지만

내가좋아하는것포기하고싶진않았다.

리나는나고나서처음으로제일많이아프다.

그예쁘고해맑은눈이짓무를만큼열이나고눈곱마저끼는상태다.

한달전부터단하루,6월16일은날좀봐달라고남편에게말했었다.

정호승시인,

같은가톨릭신자이고,개인적으로아는사이는아니지만

그분의시어가늘가슴을울렸다.

그의역설적인언어,외로움,슬픔,고퉁

그리고새벽,기도따위가다내것인것만같았던것.

꼭만나보고싶었던시인이었다.

내가시낭송을했었다는걸별로말한적은없었다.

그런데L여사가누군가의대타로시를한편낭송하라한다.

어차피갈거였으니까쉽게"한다"했다.

낭독이아니라낭송이니당연히외웠다.

‘슬픔을위하여’

그이후시누이의장례소식이날아온거다.

그리고멀쩡하던,하루에한번도안울고잘놀던리나가

많이아파종일울고있는거다.

오전에서둘러리나가방을챙기고,

일단장례식장에가서점심을얻어먹고입관예절을참관했다.

그동안리나는조카들이보았다.

복도에서큰소리로우는리나때문에예쩔을다끝내지못한채

나가야했었다.

그리고병원엘갔다.

약이네가지다.의료보험도없으니진료비에약값에제법많다.

사카에갈때까지시간이남았다.

장례식장생질의직속상관이삼성이씨의딸이란다.

그녀가카리스마대단한몸짓으로나타났다.

단하나외삼촌이라고남편은불려갔다.

약을먹이느라씨름을하고,그잠시동안,안경을걸고

조카의막내딸재봉숙제를끝내주고,

리나보는숙제를맡기고는그리고낭송회가열리는사카로갔다.

정호승시인의시보다그가조근조근이야기하는시의사연이

더더욱가깝게닥아왔다.그리고영혼을울리는노래들.

죽기전날불렀다는귀한소리가절절했다.김광석이라던가?

극복이란단어보다견딘다는단어가더알맞다는,

고통에대한이야기가실감났다.내게는…

그래견디어왔었지.

그리고언제나새로시작했었지,

시인의시여섯편낭독과시노래가끝나고다른분의노래두곡이불려지고…,

내가외운시를낭독하실까봐가슴졸이며,

그리고나이제일많다고,제일먼저낭송할내차례다.

리나떄문에너무나잘된일이다.

이런자리그리박차고나가서는절대로안되는결례인데

리나때문에,리나떄문에…

이란여행갔을때,수피시인하피즈의공원이있어서

그곳에모셔진그의석관앞에서온국민이물담배를피우며시에대해이야기하고

초등학생도시를읽는장면이제일부러웠다고,

우리나라에도무수히짓는아파트단지에

우리정호승시인같은분의시몇편이라도걸어두는

그의이름붙은시인의공원을만드는주택건설업자가생겼으면좋겠다는

의견을서두에조심스레말했다.

그리고조금떨렸지만시한편을낭송하고바로나왔다.

한창무르익어가는정호승시인의밤을두고서….

낭송에앵콜이라니,너무튀었나?

서영님이미리내가방을입구쪽에갖다두어주셔편하게나올수있었다.

그가방중에는종횡무진문화아리미참나무가전하는가방도하나있었다.

아무에게도제대로인사를나누지못했다.

손얼른못내미는숙맥이기도하고,이런사연때문에시간도없었음을…

정말깊게인사나누어야할분도계셨는데,오체투지로다가…

다음으로미룬다또…

그반쪽만의참석만도참으로행운이었다.

삼천포로가면그런문화적인향유가불가능한일이라서

내게는귀하고귀한시간이었다.

일년에한두번쯤,나를사랑하고나를편하게하자.

남편에게도편하게해주자.

남편을오라고전화걸지도않고,계단을오르내리며전철도안타고

바로택시를탔다.돈이야얼마가나오든간에….

리나는조카들이랑울다가울다가우유를조카딸의검은상복에토하고

겨우잠이들었다.

"외숙모.놀러가면맛있는것해줘야해요.오늘옷버린것대신에"

공치사를하며일단한가지숙제를따내놓고,

하는말.

외숙모도이제할머니인데리나를젊은엄마처럼돌본다며

하필이면애비가온다는데,자기엄마초상인데,

요양원에왔을때그리잘놀고멀쩡하던리나가이리많이아프냐고,

"외숙모인생도참으로고달프시네요"

바깥까지따라나오며한마디한다.

장지에도따라가지못하겠구만.

아픈리나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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