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나와 식혜

리나의아픈사진을올리면

와까꼬가가슴아플것같아서못올립니다.

샛별눈은벌겋게충혈되고

누런눈곱이수시로끼어정신없고

콧물에재치기에,

여태잘길러두었는데우유도열때문에우유도못먹게해서

의사의말대로식혜를해서설탕도안타고그물을마시게합니다.

식혜,

의사는캔식혜를사서한번더끓여서먹이라고하는데

"제가그냥해서주지요뭘"

그렇게말했더니원시인을바라보듯나를빤히바라보더니

쉬운방법이있는데왜?라는표정으로

"시간이많이걸리잖아요?"

그렇게말합니다.

내가어릴때는우리집에식혜가떨어져본적이거의없었습니다.

오며가며참새방앗간처럼들락거리던방물장수들이며,

아버지의환자들에게겨울에뜨거운식혜한그릇

여름에차가운식혜한그릇은우리집인정의다른표현이었습니다.

아버지는배가부르다고하는사람에게도끼니때엔꼭밥을먹고가게했고

끼니가아닐땐식혜한그릇이라도맨입으로보내는일이없었습니다.

그러니그시절의우리집은늘구둘목차지는식혜단지가하고있었어요.

가장따뜻한자리에떡버티고앉아이불을뒤집어쓰고

대여섯시간을견디다가위에하얀밥알이동동뜨면그때사

식혜단지가밖으로나가가마솥에쏟아붓고끓이는것이었어요.

그땐설탕이귀한떄라설탕을넣지않아도얼마나달콤하던지요.

요즘엿질금은달지가않아서설탕을넣어야하네요.

겉보리에싹을내어겨우내밖에서얼렸다녹였다하면서

밖에서말린엿질금으로삭힌식혜는

설탕이필요없을만큼달았어요.

나중에전기밥솥이란아주신기하고도편리한도구가생겨

우리집은식혜전용대형밥통을준비했지요.

엄마의일거리도훨신줄어들었어요.

무거운식혜단지를들고방으로부엌으로옮기는것도

예사로힘이드는게아니잖아요.

저도엄마를닮아식은밥만생기면식혜를해댑니다.

엿질금을물에짓치대서갈아앉혀

윗물을미지근하게데워밥이조금들어있는전기밥솥에쏟아부어놓고

보온으로선택하여다섯시간만기다리면하얗게밥알이뜨게되거든요.

그걸끓여서위에뜨는거품을걷어내기만하면되지요.

달게먹는사람은설탕이나꿀을더타면되고

유자향을좋아하면유자청을좀떠넣고,

계피향을좋아하면계피껍데기를식혜끓일때

나무채넣었다건져내면됩니다.

오렌지쥬스유리병을끓인물로헹구어내고

뜨겁게끓인식혜를한소끔만김이나가게한다음

병에쏟아붓고병두껑으로꽉잠궈냉장보관하면

참으로오랫동안상하지않고오래두고먹을수있더라구요.

요즘깡통식혜가나오고부터집에서식혜들을잘안하나봅니다.

버밍햄에서도탁이엄마가제게식혜하는법,말로만가르쳐주지말고

하는것보여달라고했어요.

내가한통만들어주었더니백문이불여일견이라면서…

느리게몇시간을발효시켜만드는음식보다는깡통이편리하고좋긴좋지요.

그래도집에서이렇게간단하게만들수있는식혜를

시누이병문안갈때,가져갔더니역시우리외숙모는다르다면서

아픈엄마가마시기도전에조카가벌떡벌떡마시고있었어요.

낭송회에서돌아오자마자식혜부터앉혔어요.

설탕은넣지말라니까그냥먹어보았더니맛이영맹맹하니아닌데

오래끓여식힌다음젖병에넣어물렸어요.

리나는신기하게도우유를빨듯그걸잘도빨아먹네요.

밥을먹던걸,통쌀에물을많이붓고묽은죽을만들어주고,

우유먹을시간에식혜물을주고,

약을안먹으려고뻗대서반은버리고반은먹고,

이제약간은열이내리는지엉망인얼굴로

그래도"딴—"하는소리를내며의자에서미끄럼을타네요.

홍콩서오젯밤에온두손녀들은리나감기때문에외갓집으로갔습니다.

일요일에나오겠대요.

그때까지다낫겠지요?

계속보채고울기만하는시간은좀지나갔습니다.

오늘제애비가올텐데참그러네요.

잘나가다삼천포인지,서무공덕이라하는건지.

왜하필이면지애비오는날에얼굴이반쪽이고

우유도못먹이고

토끼눈을해가지고기침에가래에콧물에

그꼴보고기분이좋겠어요?

내가하는일이란게늘이래요.

잘한다고해도칭찬도못받는…

오늘시누이삼우날인데도결국못간다고전화만했어요.

혼자남은아버지를어찌해야할까요?

외숙모님,지혜좀빌릴게요.

전말이지요,그냥가장편한길은시설로보내라고,

내가혼자남으면그리하겠다고,

니외삼촌이혼자남아도그리가라시키고가겠다고,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