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 통신

이런저런이유로갑자기삼천포로내려왔습니다.

이런저런이유라니조금궁금하실것같지만,

살다보면잡다하게복병들이나타나질않겠습니까?

거기다내감정의기복까지합쳐지면전가는데까지가버립니다.

소인은늘상그런짓을해대고산답니다.

온식구가리나에게올라감기에시달리는데,삼천포까지와서야

약이라도사먹을까하고생각해서약국을찾았지만늦은밤,

봉쥬르네가게까지와서야그집옆늙은약사님만문을열고있어서

늦은밤이었지만약을사고봉쥬르를잠깐보았어요.

1분만보여줬다고불평하지만아픈아이데리고가게앞에서

손님이가도록기다리고있는데

살게많은손님은이것저것다뒤져보고

신까지신어보더니만,

배탈까지난남편이남의화장실까지급하게가서

약국에서물까지얻어다소제를다하는시간까지서있어도

그집손님은갈생각을안하기에

"나내일은여수가고

모레글피는삼천포에있을게."

그랬거든요.내죄는아니예요.리나랑손도장이라도찍으라고.

여수가고향인대자가여수갈일이있다면서

미국아들에게어장구경한번안시켜주었으니

삼천포내려온길에어장배나태워준다고했어요.

바다를좋아하는아들은좋다구나하고기뻐했어요.

삼천포에서여수까지는2시간이면가거든요.

갑자기결정한삼천포행에,리나는아직감기가다는떨어지지않아도

차를타는데는지장이없었어요.

첫새벽에향일암에서뜨는해를본다고남편은산을올랐고,

일부러친구한명을데리고가서

하루종일빈둥빈둥바다가보이는모텔방에서놀았어요.

그런짓도해볼만은하던데요.

아무짓도않고그냥리나데리고빈둥거리며방에누워노는일.

컴퓨터도할일없고,나갈일도없고,

너울이조금있는바다에리나를데리고나갈수는없으니

우리는방이나지키고있었지요뭘.

정치망어장이라고바다가운데를빙둘러그물로막아두고

시간에따라고기가들어온걸걷어오는어업방법인데

임포돌산바다거의전부가대자네조카의어장이라는군요.

늦은아침시간에남자들은배를타고나로도앞바다까지가서고기를걷는구경을했대요

요즘날씨가너무더워고기가안잡히는데

오늘따라커다란삼치가많이들어몇상자를공판장에가져가고

우리가먹을고기를모텔과식당을하는곳으로가져왔어요.

한마리의고기로회도뜨고굽고,찌개도하고..

그리고도다못먹었어요.리나까지여섯사람이.

점심후엔친구랑아들과향일암을올랐어요.

옛이름영구암이었던그곳은원효대사가도를닦았던

수련도장이라는데오르는바위마다거북무늬가신비로운곳이지요.

돌산은전체가거북모양인데향일암이있는곳은거북의등이고,

군대가지키는초소는거북의머리이지요.

아득히펼쳐진바다를보며마음에엉겨붙은

찌꺼기들을바다에던져버리리라결심했습니다.

어차피우리는완전한인간은아니지만,

완전으로가는길을걸어야하기에내가먼저

무얼버려야하고무얼취해야할지를결정해야되거든요.

내게주어진시간만큼,그냥사는대로살아보는겁니다.

그게내운명이라면요.

살아있는것만도축복이고기쁨이라는말이

정말잘안나오는날에

아무렇지도않게사는내가너무역겹다며

친구하나가절교비슷하게선언을하는군요.

아마도내가그친구를많이짝사랑하고있었나봅니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