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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서음력열엿새밤길고도긴노을바라보기
하루두개의투어를소화해내고도에너지는충분했어.
함께가고서도남들은못본풍광을보았다는사실은,
언제다시올지모르는멀고먼나라그린란드의빙하를싫도록구경했다는사실은
네시간이나걸어야했던피곤함은사라지고우리를감동시키고도남았어.
그리고배에와서도해는11시가다되어야지고,
또지는해다음에는보름달이뜰거고,데크에는계속해서새로운이벤트가펼쳐져있거든.
그러니창문도없는방에들어가고싶었겠니?
일행분들은연세들이많으니밖에서조금있다가방으로들어가버렸어.
데크에차려진따뜻하고예쁜음식들을먹어보기도하고
마티니한잔을마셔보기도하고,
그리고둥둥떠다니는거대한산같은얼음덩이들을바라보며
남편은팔이아프도록사진을찍어댔지.
그는내가어떤이야기를쓸지모르니까,자기의눈에들어오는사진만찍지.
그의심미안은알아주어야해.
아마도샷을누른숫자만따진다면한국사진가들중에제일많이눌렀을거라고…
결국에는다버려질몇배나비싼슬라이드필름을한가방챙겨가서그걸다찍어없애던사람이니까.
남에게한컷부탁했던것도다시보고세번도네번도더누르게만드는사람인데
왜사진에서만그프로페셔널한정신이나타나는지,
삶에서는그게영아닌지그이유를난모르겠어.
배의갑판에서바라보는북극권의바다는,둥둥떠다니는얼음산을싣고있는바다는
그저녁노을은여늬저녁노을과는너무나달랐어.
조금쌀쌀하게느껴지는밤기운이슬며시몸에달라붙었지만
바다를바라보는일을포기할수가없었어.
현주씨까지방에들어가고난후,데크에차려진음식들도다치운시각에도
우리는데크에서서붉게물든바다를감상하고있었어.
"야,달이야.보름달!!"
남편은크게고함을질렀어.
짙푸른하늘위에둥그렇게달이걸려있었어.
보름을하루지난음력열엿새.제일크다는달모양.
여행지에보름달은만나면얼마나낭만적인지모를거야.
워낙이밤도낮같은동네니까달밤의정취는느껴지지않았지만
망망대해에서보름하루지난둥근달을보는일은참으로신기한일이었지.
바다에일렁이는제그림자가비치는모습…
잉크빛바다는달을가득품고가만히일렁이기만했어.
몽골초원에서쌍무지개를보던날이있었어.밤아홉시가넘어서..
함께간난호언니는그당시아홉시에는무슨일이있어도
잠을자야한다고자고있다는사실이너무나안타까워
"언니,언니,저쌍무지개봐요!!
아홉시는다른날에찾고저무지개를봐야해요."
하며흔들어깨웠었지.
또그말한다고난호언니가듣는다면내게눈을흘길것이야.
그언니는그이후로여행지에선아홉시에자는걸포기했다네.
실크로드여행길에유원이라는곳에서지열까지합하면50도도넘는땡볕,
그사막길에서신기루가떴었어.
아물아물나무도낙타도그리고물이일렁거리는호수도보였어.
모두더위에낮잠이나자느라고눈을감고있더라.
"저기오른쪽신기루가나타났어요.저기좀보셔요."
난큰소리로일행모두를깨워그신기한현상신기루를보게했었어.
그러니얼마나이멀고도먼그린란드의저녁노을을함께감상하고싶었겠니?
게다가푸른하늘에뜬달도말이야.
그런걸함께즐기게해주기때문에우리와여행가면
몇가지의경험은더할수있다고같이가자,같이가자하는데
여긴기간도길고,또갑자기이루어진일이라
코드가맞는동반자를찾기가어려웠어.
내가처음말한것처럼이것도어쩔수없는인연이란것이만든필연이라고.
그래서그냥둘이오붓이즐기기로했지.
현주씨라도부를까하다가그녀는또내일일정의신문을번역하고타이핑해야
새벽까지우리방에돌릴수있게일을해야할거라고.
아무튼잘못마시는술이라도무진무진마시고싶은밤이었지.
한방울도못마시는남편도술생각이나는모양이었어.
우리방에있는샴페인딸까?
우린도서관앞에있는데크에서쥬스한잔을갖다놓고좀추우면도서관안으로들어갔다가
좀녹으면도서관밖으로나왔다가
아주늦은밤까지방에들어가지못했어.
이런시간이언제또다시오겠냐면서….
다음날도디스코베이의제일꼭대기도시,시시미우트로가는날이야.
우리가가는그린란드제일북쪽도시지.
더이상은못올라가.
그것도배에떠서보는게아니고박물관도시내도보는날이니바쁘지.
아무리기다려도달이높이떠오르지는않더라.
나는웅얼웅얼시한수읊었어.이호우님의시조달밤을…
낙동강긴나루에달빛이푸릅니다.
어딘지모르는밤지향없이가고파서
흐르는금빛노을에배를맡겨봅니다
낯익은풍경이되달아래고쳐보니,
돌아올기약없는먼길이나떠나온듯,
뒤지는들과산들이돌아뵙니다.
아득히그림속에淨化(정화)된초가집들,
할머니조웅전(趙雄傳)에잠들던그날밤도
할버진율(律)지으시고달이밝았더니다
미움도더러움도아름다운사랑으로
온세상쉬는숨결한갈래로맑습니다.
차라리외로울망정이밤더디새소서
그녀의여행이야기를들을때,
자주이호우의달밤이거론됩니다.
그녀는아마도그시를제일좋아하나봅니다.
이디스코베이의저녁노을이야기는
더이상어디에서도들을수없다는것이
그녀의이야기에신비감을더하는것같았어요.
고래가갑자기나타났다거나
별들이쏟아져내렸다거나
그런경이로운이야기가아니더라도
그녀의이야기는늘별다른톤의변화를느끼지못할
어쩌면심심하기도한이야기였지만,
참으로신비스럽기만했어요